후편 :  https://arca.live/b/hk3rd/40758619 


· 영웅의 회상 1


케빈: .....


메이: .....


케빈: .....


메이: 저희 무슨 얘기든 나눠야 하지 않나요?


케빈: 그럴 필요 없다.

       [나] 자신이 널 여기로 보냈다는 건, 내게 들어야 할 건 다 들었다는 거겠지.

       아직 듣지 못한 건 이곳에 있다. 네가 원하는 그 답을 찾길 바라지.


메이: 케빈... 제가 아는 [당신]은 너무 많은 걸 감추고 있었어요.

       인정해요, 지금의 저로선 그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을 수 없어요... 여기에 온 것도 그의 의지를 따른 결과였죠.

       그렇지만... 이것도 [케빈]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나름의 기회라고 볼 수 있겠네요.


케빈: 난 [구원]의 명을 짊어진 전사, 케빈이다. 그것 말고는 할 말이 없군.





· 영웅의 회상 2


메이: 또 만났군요, 케빈.


케빈: ... 번개의 율자.


메이: ......

       이렇게 보니까, 당신도 영웅들 중에 예외는 아닌가 보네요.


케빈:  ......?


메이:  당신을 포함한 이곳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율자에 대하는 태도가 예상 밖이에요. 

        [밖]에 있을 땐 당신의 성격 때문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케빈: 넌 [허가]를 받고 왔지 않나, 번개의 율자. 사태를 제어할 수 있는 이상, 그런 과잉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지.


메이: 제어를 할 수 있다? 


(이번에 그녀는 원하는 답을 빨리 얻을 수 있었다.)

[케빈]이라는 자는 그곳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의 주변 세상은 마치 굳은 광물처럼 변해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메이: 음... [밖]에 있을 때도 당신은 그랬죠.


케빈: 이건 네가 원하는 게 아니겠지. 


메이: .....


케빈: 신경 쓸 필요 없다. 책임 떄문이라도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니까.

       가서 네가 필요한 걸 찾아라--- 네가 찾는게 이곳에 있다면 말이지.





· 영웅의 회상 3


메이: .... 이건 뭔가요?


케빈: 샤마시의 심판을 처음 뽑았을 때, 내가 얼려버린 칼의 잔불이다.


메이: 당신의 힘은 신의 열쇠마저 얼릴 수 있는 건가요?


케빈: 내가 할 수 없었다면, 지금의 신의 열쇠가 될 수 없었겠지.


메이: 이게....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케빈: [파괴]다.


메이: .....

       이걸 저한테 넘겨줄 건가요?


케빈: 난 기억체다. 더 이상 이걸로 날 일깨울 필요는 없지.


메이: 일깨우다니... 당신에게 후회라는 감정이 남아 있었나요?


케빈: 추켜올린 천화....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줬어.

       내가 말한 일꺠움은 후회에서 비롯된 게 아니야.

       너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을 해내려면, 그에 합당한 대가는 네가 직접 치러야 하는 법이지.

      그게... 이 불이 나에게 주는 의미다.


메이: ... 이게 당신이 말한 제가 감당 못할 결단인가요?


케빈: ....

       율자, 넌 눈을 감으면 꿈을 꾸는가? 네가 구하지 못해 끝내 목숨을 잃은 그들의 얼굴이 꿈속에 나타나냐는 말이다.


메이: ...네.


케빈: 난 이제 그런 꿈을 꾸지 못해.





· 영웅의 회상 4


메이: 케빈, 당신은 [자신]을 본 적 있나요?


케빈: 내가 이곳에 돌아올 이유는 없어,


메이: 이상하네요. 당신은 마치 그와 똑같은 사람 같아요.

       둘 사이에 수만 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케빈: [케빈]은 원래 그런 존재야,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율자인 너도 일반인보다 훨씬 긴 세월을 살게 될 거야.

       네가 겪은 모든 것, 네 몸에 새겨진 흔적은 점차 옅어질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깨닫게 되겠지, 끝나야 하지만 끝나지 않는 자신의 생명을 말이야.


메이: ... 역시 당신은 그와 달라요. 이제 알겠네요.


케빈: 음?


메이: 당신은 말이 더 많아요... 제가 아는 케빈이 제게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죠.


메이: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요.


케빈: 아니, 그건 네가 그를 몰라서 그런 거다, 라이덴 메이.

       내가 말했던 것처럼 과거든 현재든 [케빈]은 절대 변하지 않아.





· 영웅의 회상 5


메이: 당신의 몸에서 나오는 한기가... 진짜 당신보다 더 강력해요.

       혹시 진짜 당신은 어떤 이유로 약해진 건가요? 아니면...


케빈: 날 쓰러트릴 방법을 찾고 있는 건가? 왜지?


메이: ... 오해에요.


케빈: 라이덴 메이, 넌 못 알아차렸겠지만, 넌 항상 막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반면 방금 질문을 내뱉으며 지은 네 표정은 [굳은 의지]로 가득했지.


메이: .. 그럴지도 모르죠.

       당신은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광기와 집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어요, 케빈... 

       율자가 인류를 위해 싸울 수 있다면, 인류를 멸망시킬 힘도 있다... 이 사실을 당신이 알려줬어요.


케빈: 틀렸다, 율자는... 인류를 위해 싸우지 않아.

       [그녀]도 그랬지, 너와 같았다.





· 영웅의 회상 6


메이: 만약 엘리시아가 저에게 한 말이 사실이라면---

       (가능성은 적지만...)

       기억체라는 개념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거 같아요.

          

케빈: ...무슨 뜻이지?


메이: 아무리 봐도 당신들은 단순히 백업된 기억이 아니에요. 형체와 감각이 있을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의지까지 있죠.

       이 점만 봤을 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가 남아요. 짧은 시간 안에 그것들을 전부 정리하기도 힘들 정도로요.

       예를 들면... 당신들은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케빈: 그런 건 연구원한테 가서 물어봐라. 난 본질에 대해선 관심 없다, 원리는 더더욱 관심 없고. 


메이: 맞아요, 당신은 오로지 [목적] 달성에만 관심이 있죠, 그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

       아쉽지만 저도 당신처럼 연구원과 나란히 앉아 따지는 걸 잘 못해서요.

       전 붕괴가 일으킨 사고 때문에 너무 빨리 떠나버렸어요...


([천우학원]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메이: ...됐어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죠. 아무튼 당신이 이 주제를 토론하기 적합한 인물이라고 제 직감이 말해주고 있어요.

       당신들은 자아와 인지를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나요?


케빈: ......

 

메이: (그는...)


(질문을 던진 메이는 케빈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 것을 눈치챘다---자신이 방금 무언가를 떠올렸을 때와 똑같은 표정을 말이다.


메이: 방금 어떤 기억이 떠오른 거죠?


케빈: ...아니다.

       네가 말했듯이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니---더 이상 할 말이 없다.   





· 영웅의 회상 7


메이: 이건 당신 물건이죠?


(한 소매 단추가 메이의 손바닥 위에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케빈: .....


메이: 케빈, 이곳은 인지의 공간이에요. 당신과 이 물건의 연결은 쉽게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죠.


케빈: ...어디서 얻은 거지?


메이: 여기서 얻은 다른 것들과 똑같이요.

       계속 들고 있기 힘든데, 돌려줄게요.


케빈: 그냥 갖고 있어라.


메이: ...정말요? 이곳에 나타났다는 건 당신의 기억에서 상당히 중요한 물건으로 여겨진다는 거잖아요.

       소매 단추 같은데... 친구가 남긴 건가요, 아니면 원래부터 특별한 건가요?


케빈: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거기에 내 개인 사정은 포함되지 않아.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진짜 나에게 물어보면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군.


메이: 그건 불가능해요. 케빈. 그는 마치 절대 녹지 않는 얼음처럼, 집념과 침묵만이 차가운 핏속에 스며들어 있어요.

        그의 기억체가 다시 한번 만들어진다면, 이 소매 단추도 이 공간에 또 생겨날지... 궁금하네요.


케빈: 그럼 우리 둘은 다를 게 없다는 거겠지.


메이: .....

       ..왜 항상 자신에 대해 말을 아끼죠? 과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영웅의 회상 8


메이: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과거의 낙원에서 [케빈 카스라나]라는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케빈: ...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메이: 당신의 이름, 케빈---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진실은 다른 것 같네요.


케빈: 그거에 관해선 모른다. 

       내 이름을 부르는 후계자도 처음이고... 게다가 그게 과거의 낙원의 여정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군.


메이: 만약 무언가를 일부러 숨기는 게 아니면... 잔...

       ......

      음... 친구가 있어요. 당신과 같은 성을 가지고 있죠. 둘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케빈: 성이라... 그게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군.

       하지만 그게 네가 말한 [카스라나]라면, 그건 그 시대에 존재한 적이 없다.


메이: 성은.. [케빈] 같은 거예요. 일종의 표식 같은 거죠. 성은 보통 혈통과 가문의 개념이 더 강해요.

       그리고 [카스라나]는 특수한 가문을 가르키거나... 하나밖에 없는 혈통을 가르키는 걸 수도 있죠.

       그녀와 당신이 같은 성이라니...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네요.

       케빈, 자신의 후손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만약 그녀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무슨 말을 할 건가요?


케빈:  ....

       내게 후손은 있을 수 없다, 라이덴 메이.

       하지만 그 답에 대해 알고 싶다면---

       [넌 자신의 혈통에 대해 신경 쓸 필요 없어, 모든 죄값은 내가 짊어진다]

       이 말밖에 해줄 수 없겠군.


메이: ...역시.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는... 안 좋은 심성은 역시 [카스라나]의 피를 물려받은 거였군요)





· 영웅의 회상 9


케빈: ......


메이: 확실히 당신은 사람한테 먼저 인사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겠네요.

       후계자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했으면서---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방법인가요?


케빈: 라이덴 메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건 신중하지 못한 발언 때문이다. 그건 도움을 주는 게 아니야.


메이: 알고 있는 걸 알려주는 게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저도 결론을 내릴 수 없어요.

       하지만 그쪽 태도를 봤을 때, [방해]를 하고 있다는 건---분명한 거 같네요.


케빈: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메이: 답을 알려줄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우리가 직면한 붕괴는 도대체 뭐죠?

       이전 문명은 모든 방면에서 제가 사는 시대보다 앞섰어요.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한 인식도 똑갔겠죠.

       이 문제의 답은 당신들이 남긴 수많은 과학기술보다 가치가 있을 거예요.


케빈: 우리가 답을 알고 있었다면, MEI는 분명 승리하는 방법을 만들어 냈겠지.


메이: 요르문간드나 현실 세계의 당신은 [성흔 계획]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어요---그 확신은 어디서 오는 거죠?


케빈: 그 점에 대해서 숨기는 건 없다. 후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금 네가 만난 나도 모든 걸 알고 있지는 않아.

       이전에 우리가 모든 족쇄를 풀었다면, 이 [과거의 낙원]도 존재할 필요가 없었겠지.

   




· 영웅의 회상 10


메이: 오늘날뿐만 아니라... 영웅들이 있던 그 시대에서도 사람들은 당신을 리더라 여기고 있었어요.

     처음에 당신이 신이라 불렸던 건 선구자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시공간 여행을 해서 과거로 돌아간 사람처럼 말이죠.

     하지만... 과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거 같네요.


케빈: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야.


메이: 그럼... 기분이 어떤가요?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그들을 이끌어 나간다... 그 중압감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거 같아요.


케빈: 그건 중요하지 않다.


메이: ...그렇죠.

       그럼 제가 있는 이 시대에서도 당신은 또 다시 리더로서 세상을 또 다른 심연으로 밀어 넣는 그런 역할을 맡을 건가요.


케빈: 나라도 내 미래의 생각을 예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리더는 언제나 [자격]이 아닌 [필연적]인 것이었지.

       네 시대에서도 자연스럽게 리더가 나타날 거야. 만약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건 아직 시기가 안 됐을 뿐이지.


메이: 응? 그럼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죠?

       만약... 두 리더가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다면, 불가피한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케빈: 그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아. [진리는 인간의 것이고 잘못은 시대의 것이니까].

       라이덴 메이, 내가 이끌어야 했던 건 시대가 아니라 [인류]였다. 





· 제약의 참극에 관해 1


메이:  누군가 이전 문명에 존재했던 제약의 율자에 관한 얘기를 해줬어요, 하지만 자세히 말하기는 꺼려 했죠.

        그 당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케빈: ...큰 비극과, 보잘것없는 승리밖에 없었다.


메이: 그런 모호한 표현으로 넘어가려 하지 마세요, 케빈. 제가 알고 싶은 건 자세한 진실이에요.


케빈: 이곳에 탐구할 가치가 있는 다른 일이 더 많을 텐데.


메이 : 전 지배의 율자를 만났어요. 이번 세대의 율자는 큰 변화를 겪고, 이전 세대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됐죠.

        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종합해보면... 당신들이 맞선 제약의 율자는 애당초 이길 수 없는 존재예요.

       이 시대에 제약의 율자가 강림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경험을 쌓아나가야 해요.


케빈: 제약의 율자라... 미안하군, 내 방식은 네가 참고할 게 못 돼.


메이: 당신의 방식은... 제 능력으론 이뤄낼 수 없는 건가요?


케빈: 가능은 하겠지. 다만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 요구되는 결단은... 지금의 넌 절대 견뎌낼 수 없는 잔혹한 것이다.


메이: ......





· 과거의 낙원에 관해 1


메이: 케빈... 기억체들은 완전한 기억을 가지고 만들어지나요?


케빈: 꼭 그렇지만은 않다.

 

메이: 칼파스가 제게 불을 쫓는 나방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본 적이 있어요, 기억나는 게 있나요?


케빈: 그걸 찾으려 하지 마라, 라이덴 메이. 이건 충고다,


메이: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 거죠?


케빈: 나도 한 번밖에 가보지 않아서 아는 건 별로 없어. 내가 떠난 후에 그것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


메이: 칼파스는 '그것'이 이곳에 있다고 했어요.

  

케빈: ...... 

       너도 알겠지만, 과거의 낙원은 순전히 [기억]으로 구축된 공간이다, 그리고 기억은 결코 객관적이지 못하지.

       남아 있으면 안 되는 수많은 것들이 이곳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로 합쳐질 때 모순된 결과가 나오지.

       그리고 칼파스가 언급한 어두운 면이... 그중 하나다.

       뫼비우스가 무슨 고집으로 그걸 이곳에 남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예전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됐어.

       잘된 일이지.


메이: 뫼비우스... 그 이름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혹시 계속 언급되는 [MEI] 박사가 뫼비우스의 약칭인가요?


케빈: ... 뫼비우스와 MEI, 둘은 애초에 다른 사람이다.

       진작에 만났을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유일한 율자인 네게 흥미가 없을 리가 없다.

       과거의 낙원의 현 소유자로서, 그녀가 네 존재를 모르는 건 불가능해.


메이: 소유자요? 이곳은 요르문간드 소유가 아니었나요?


케빈: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메이: ......

      갑자기 누군가 엿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경계해야 할 인물이라고 했어요.


케빈: 엿본다... 그 정도로 끝나면 좋겠군...

 




· 과거의 낙원에 관해 2


메이: 제가 유일한 방문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어요, 제가 오기 전에 성공한 사람이 있었나요?


케빈: 그런 건 알 필요 없다.


메이: .....

      이곳에서 답을  찾으라고 말해줬잖아요, 케빈.


케빈: 알 필요가 없는 답이다.


메이: 그건 당신이 정하는 게 아니에요.

       단편적인 정보는 단편적인 결과만을 내놓지. 그건 우리 둘다 원치 않은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케빈: ......

       네가 오기 전, 수많은 방문자가 왔었다.

       그러나 율자는 단 한 명도 없었어, 네가 처음이지.





· 과거의 낙원에 관해 3


메이: 케빈, 수많은 방문자가 이곳에 왔었다고 했었죠.


케빈: 그래.


메이: 하지만... 이곳이 누구나 간단히 들어올 수 있는 곳 같지는 않아요.


케빈: 각오와 자격을 갖춘 성흔 각성자만이 이곳에 들어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메이: 바로 전 방문자는 언제 온 거죠?


케빈: 오래되지 않았다.


메이: 그는 성공했나요?


케빈: 아니.

       그녀는 포기를 선택했다.





· 율자에 관해 1


메이: 케빈, 이곳은 기억체들의 기억을 저장하는 데만 쓰이는 장치같네요.


케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메이: 이곳에서 불을 쫓는 영웅들을 만났어요. 그들은... 기억체일뿐이지만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죠.

       과거 그들의 강함은... 당신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예요.


케빈: ......


메이: 이렇게 강한 힘을 지녔음에도 실패한 이유가 뭔가요?


케빈: ......

       진짜 [내]가 알려주지 않은 답을 기억체인 [내]가 답해줄 거라 생각하나? 





· 율자에 관해 2


메이: 케빈, 당신들의 시대에도 인류의 손을 들어주는 율자가 있었나요?


케빈: 없었다.


메이: 이 시대에는 있어요, 그것도 여러 명이 있죠.


케빈: 그게 어쨌다는 거지?


메이: 전 그게 이 시대가 붕괴에 승리할 수 있는 키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케빈: ......

       붕괴는 그렇게 쉽게 이겨낼 수 있는게 아니야.

       게다가 붕괴를 이긴다는 건 [율자]도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이지.

       네가 말한 인류의 편에 선 율자들은 다 희생할 각오를 하고 있나?





· 자신에 관해 1


메이: 케빈, 당신은 언제 요르문간드를 세운 거죠?


케빈: 요르문간드의 시작은 나와 관계없는 일이야.


메이: 관계가 없다고요? 요르문간드의 모든 사람이 미래의 당신을 [주존]이라 부르고 있어요.


케빈: 요르문간드가 현실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기억체인 내가 알 순 없다.

       하지만 [내]가 거느린다면, 최초 설립자의 초심을 어기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지. 그 정도면 충분하다.





· 자신에 관해 2


메이: 케빈, 전 융합 전사는 완벽하지 않은 기술이었다고 생각해요.

       부작용은 제각각 다르지만, 대부분이 심각한 수준이었죠.


케빈: 맞다.


메이: 최초 피실험자인 당신은 이 기술의 성공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했나요?


케빈: 0이다.


메이: ... 그럼에도 수술을 받았군요.


케빈: 내가 믿는 건 MEI 박사다, 숫자 따위가 아니야.





· 영웅에 관해 1


엘리시아: 어머 케빈,드디어 찾았네. 너같이 바쁜 사람을 찾는 것도 일이라니까.


케빈: ..... 무슨 일이지?


엘리시아: 어머, 다른 게 아니라, 그러니까... 음... 며칠 동안만 날 다시 1위로 돌려주는 게 어때?


케빈: 이유는?


엘리시아: 그렇게 하면 내 자기소개가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새로 온 방문자가 [아! 얼마나 대단하길래, 케빈보다 높을 수 있는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케빈: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엘리시아: 후후, 역시 대인배라니까.

             그럼 그렇게 하는 거다, 케빈? 네 자기소개 바꾸는 것도 잊지 마.





· 과거에 관해 1


엘리시아: 케빈, 난 솔직히 과거의 네 모습이 그리워.

             지금의 네 모습은 모든 게 다 가식적이야.... 대체 왜 그러는 거야? [1위]를 너무 오래 해서 부담되는 거야?


케빈: .. 하고 싶은 말이 남았나?


엘리시아: 지금 네 모습을 봐, 붕괴수를 먹을 때도 이쁘게 썰어 놓고 플레이팅까지 해서 먹잖아.

             휴.... 전장에서 같이 압축 비스킷을 먹던 그 케빈은 도대체 어디 간거야?


케빈: 그런 적 없었어, 엘리시아. 재미없는 말장난은 여기까지 하지.


엘리시아: 휴, 알겠어, 알겠다구. 재미없으면 그만할게.

             하지만 과거의 네가 그립다는 건... 사실이야.





· 엘리시아에 관해 1


엘리시아: 케빈, 만약에.. 네가 샤마시의 심판을 제어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의 시대도 더 빨리 끝났을까?


케빈: 아니.


엘리시아: 예나 지금이나 그 허세는 변함이 없구나.

             근데 있잖아, 케빈... 허세가 심하면 여자들이 싫어한다?


케빈: 샤마시의 심판이 내 손에 있었나, 없었나와 그 시대의 결말은 전혀 관계없다.

       하지만... 내가 너의 진짜 목적을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우리의 결과는 달라졌겠지.


엘리시아: 우리? 너랑 나를 말하는 거야, 아니면 너랑 MEI를 말하는 거야? 아니면.... 나랑 MEI를 말하는 건가?


케빈: 그땐 널 믿었지만, 그게 내 잘못이었어.


엘리시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케빈? 또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