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처음 봤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어?



「이 사람은 늘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맞지?



그럼……질문할게.



만약 사기꾼……아니지, 「기만자」가 있어. 그녀가 자신의 거짓말을 숨기지 않을 경우……



그건 「성실」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 맞아……너 지금 엄청 곤혹스럽구나. 이 녀석은 누구지? 왜 어두컴컴한 곳에서 생뚱맞은 말을 하고 있지?



하하, 정말 미안……왜냐하면 여기에 말소리가 없으면 분명 무서움을 느끼겠지?



마치……내가 이곳에 던져졌을 때 느꼈던 그것처럼 말야.



그래. 이게……나의 「시야」, 나의 「세계」.



네가 아는대로, 우스꽝스러운 이유 때문에 나는 「악념」을 담는 상자로 만들어졌지.



그 때부터, 장장 5만 년의 시간 동안 나의 세계에는 어둠 밖에 없었어.



5만 년이야……얼마나 긴지 이해 돼?



나는 바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나 자신」이 뭐라 말했는지 들을 수 있어……하지만 전부 너무나도 멀어.



그녀들의 세계에서 시간은 낮과 밤으로 나뉘지.



그리고 나의 세계에서 시간은 무궁무진한 증오로만 나눠져.



나는 매일 갈망했어……새로운 악념이 내가 있는 이곳에 추방되길 갈망했어.



어느 날, 이곳에 자리가 없게 되자 적극적으로 감춰진 어둠이 일제히 드러났지. 다시 우리 모두 멸망으로 이끌고……나를 해탈시켰어.



하지만 왕세낙토의 운영은 현실과 달라――이곳은 고인 물. 악념이 탄생하려면 토양과 물이 필요해. 이래선 아마 나의 형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아.



그러나……절망을 느낀 인간은, 악인이 될 수 없어.



나는 「빌브이」. 5만 년의 어둠으로 날 어떻게 하겠어……나는 때를 기다렸어. 왜냐하면 그건 항상 오니까.



한 율자가 왕세낙토를 방문했을 때, 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아?



아쉬워……그녀는 붕괴의 대행자가 아니야. 심지어 너무 모범적이었지. 실망스러워서 떠날 때까지 빌브이의 주목을 끌지 못 했어.



하지만 곧 바로 그녀가 다시 돌아왔어.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는 「다른 것」을 데려왔지.



임시로 「그것」이라고 부를게. 왕세낙토에게 「그것」은 무서운 재난이라서――나는……즐겁게 부채질했어.



물론 빌브이는 즉시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렸지. 하지만 천재의 교만함 탓인지……그녀는 다른 사물――과거 「실험」의 잔불로 잘못 인식했어.



그녀는 아주 빨리 자신의 착오에 대가를 지불했지. 상대는 용이하게 그녀를 삼켜서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녀는 2번째 잘못을 저질렀어.



그녀는 후속 방안을 생각했지. 다시 말해……나야. 그래. 자신의 사고 영역 하나를 파괴하는 것처럼, 계율을 벗어날 때처럼……



「나」는 또 희생양이 되서 「그것」이 그녀에게 주는 모든 침해를 떠맡았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5만 년간 나는 처음으로 「해방」되서 즉시 「처결」을 받아야 했어.



5만 년간 나는 또 세계가 있어야 할 모습을 보게 됐어――내가 태어난 곳, 나와 그것의 재회는 죽음을 수반했지.



하지만 편치만은 않았어.



이 얼마나 멋진 일이던가! 날 직접 밀어서 죽일 때 그녀는……오히려 「악」이 되었지.



그렇다면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배신」 말고 더 좋은 답 낼 수 있겠어?




훗……네 표정을 보니 날 별로 안 믿는 것 같네.



내가 추측해볼게……「그것」이 날 놔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건 처음부터 빌브이를 가볍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데, 나 같은 조수가 하나 더 있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답은……시작했을 때는 당연히 없어.



그것이 내 목숨을 살려주는 건 우리가 「갈구」하는 게 완전히 일치했을 뿐이라고 생각했거든.



그치만 이후로는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고정불변한 낙토에서 유일한 「변수」가 존재하니까. 안 그래?



나……?



그래. 「기억체」가 아니며 그것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느끼게 하는 존재……



만약 이 변수를 없앨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친구」가 되어도 아깝지 않겠지?



그래서 당신은 머리를 쥐어짜서……절 당신의 생각에 들여넣은 거에요?



따지고 보면……아포니아가 내게 준 계몽이랄까?



고작해야 일시적이지만 지금……너는 내 생각 안에 있어.



그리고 나는 새로운 영역을 분할할 거야. 그녀들이 나를 가둔 방식을 써서 널 그 안에 집어 넣겠어……이번에는 「영원히」.



그래도 좋은 소식은 있다구. 적어도……악념이란 걸 네가 이어받을 필요는 없어.



단지……이걸 「살아있다」고 말하긴 어려우려나?



……다른 빌브이는요?



전부 해치웠지. 조금 아까웠어. 아무튼 「나」잖아――하지만 어떠한 불안을 남길 순 없지. 다행이 나도 「자신」을 모방하는데 자신 있거든?



그래서 엘리시아……케빈……그리고 뫼비우스를……



못 알려주겠는데――「뻔한 말」은 너의 한결같은 꼼수인 거 알거든.



말했을 텐데. 방금 전 모든 게 연출이라고. 그러니까 「대사」도 신중히 썼어.



네가 날 이길 단서를 발견 못 했을 거라고 보장하지――나는 말을 너무 많이해서 실패하는……희극 악역이 될 생각은 없어.



그럼……그녀는요?



「그녀」?



……파르도, 파르도필리스.



당신의 음모를 방해 못 할 사람이에요.그녀는 살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아, 분명 나도 말했지, 의외였을 뿐이라고.



결국 내가 하는 모든 것 역시 「살아 싶어서」니까. 세상에서 내가 사라지는 건 선한 자가 평온하게 생존하기 위한 「대가」지……



뒤집어 말해서……넌 왜 못 받아들이지?



알겠어요.



당신은 자신을 그렇게 많이 생각한다고 언급했죠. 그럼……지금 이 순간, 제가 뭘 생각하는지 알아요?



호?



지금 저는 완전히 악으로 구성된 개체를 마주하고 있어요. 그녀는 저를 사지에 두기로 결정했죠.



맞아.



그녀는 자신의 계획, 현실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음모를 수행하고 있어요.



음, 표현을 더 정확하게. 당연히……현실에 영향이 가거든.



지금 저한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제 마음에 있는 건……단 하나 뿐이니까.



그녀는 천천히 두 눈을 감는다. 더욱 집중한 상태로 이미 기억 속에서 점점 떨어져가는 음절을 긁어모아본다.



아주 간단해……나는 메이 언니와 친구가 되고 싶어.



(나는 그녀에게……답을 주지……못했어)




그녀는 눈을 뜨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대체 무엇이 주변에 퍼져있는지 알고 있다.



당신……내 친구를, 그런 엉터리 같은 이유로 희생시켰어……



……그럼 당신도 걸맞는 대가를 치를 각오를 했겠지?



그렇게 많이 소모시켰는데, 아직도 권능을 쓸 여력이 있어?



좋아. 무슨 「대가」인지는 모르겠지만……궁금하기도 해.



번개의 율자. 사람들은 「비극의 영웅」을 좋아해. 이어서 실패할 운명인 너의 발버둥을 재료삼아 이 공연의……



……막을 내리는 전주로 연주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