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게 너의 경험이구나?



걱정마, 걱정마……나는 「그녀」가 아니야. 네게 피해주지 않아……



사람에게 발견되고 싶지 않다고? 문제 없어. 우리는 「친구」 잖아?



나는……네게 증명할 수 있거든.



(그에게……의지할까?)



됐어. 이 얇은 막을 통과하면……침식의 율자는 우리 대화에서 잡음만 들릴 거야.



(거짓말은 아니야. 단지……「그것」은 지금 얇은 막 안에서 우리를 보고 있지.)



내가 발견했어. 



어떻게 한 거지?



아포니아와 수 모두 알아채지 못 했다.



그건 결국 바이러스니까――왕세낙토를 존재하게 하는 「설비」를 매개체로 침입했거든.



건설자인데 그들보다 늦게 알아챈다면……직무유기 아냐?



(이제……그에게 내 팔 위에 있는 암녹색 흔적을 보일게. 원래는 선물 같은 거지만 지금은……또 다른 증명으로 변할 거야.)



머지않아 나도 완전히 침식당해 그것의 일부분이 되겠지.



방금 말한 것처럼 침식의 율자는 우리를 직접 「삭제」하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어.



하지만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그것의 성장 기반이고 삭제 역시 자해를 의미하지. 선택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내게 붙은 것처럼 침식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걸 더 선호해.



우리에게 유일한 기회야. 케빈, 그것에게 이기고 싶다면 너도 내가 할 「공연」에 꼭 협력해야해.



계속 해라.



너는 우리 중 제일 예리한 검이야. 절대 그것에게 잡혀선 안 돼.



그러니까, 당장 죽어줘야겠어.




헙……오해하진마. 내 말뜻은 내가 직접 네 데이터를 삭제한다는 거니까.



바로 이……「케빈 박멸 버튼」을 사용해서.



그런 걸 할 수 있나?



할 순 있는데 아무 의미는 없어.



내가 발명한 물건처럼 이것도 「뒷문」절차가 있거든――괴멸은 괴멸인데 「회복해」.



……내가 죽은 척 해서 「기습병」이 되란 건가?



당장 정할 수도 업겠지.



공연이 시작하기 전, 나는 침식의 율자에게 「항복」하고 기회를 틈타 엘리시아의 상태를 확인할게.


 


(정확하게는 항복했지. 공연이……벌써 시작됐을 뿐이고.)



……타자기는 절대객관적이지만.엘리시아가 정말 「삭제」당했다면 나 역시 확실한 답만 받을 거야.



(답은 이미 정해졌거든. 하지만……케빈, 너는 믿고 싶지 않을 거야, 안 그래?)



시간은?



오늘 밤까지. 물론……우리도 못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




생각해보라구. 아직……반나절 있으니까.




(……그래, 전혀 어렵지 않아.)



(어, 「뒷문」? 그걸 열 수 있다면 당연히 닫을 수도 있다구.)



……알겠다. 네게 답변을 주지. 하지만 질문이 있다……



……너는 누구지?



나는……누구지?



왜 갑자기 지나간 일이 떠오르지.



이게……승리의 희열인가?




숨지마, 빌브이. 거기에 있는 거 알아.



나와.



(좋아, 뫼비우스……다음은 너야.)



(역시 너야. 한 눈에 내 몸의 흔적을 발견하다니.)



엄청 눈에 익지?



……침식의 율자?



내가 한 거라고 생각해?



당연하지. 옛날에 유사한 실험을 했었잖아?



침식의 율자를 본뜬 바이러스 만들기.



생각 못 했다고……내가 널 저지했는데도 안 버린 거야? 당시에 심하게 다퉜잖아.



입닥쳐, 빌브이.



내 말 들어. 이건……



하지만 그녀는 계속 말하지 않았다.



(그래. 상당히 연구하고 모방품까지 개발한 사람으로서……뫼비우스, 너는 당연히 지금 내가 틀림없이 감시 하에 놓여있단 걸 알거야.)



(너는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의 의도를 추측하기 시작하겠지. 이 과정에서 협력도 할 거고.)



(그 실험품과 진짜 침식의 율자는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내게 설명을 시도하지 않고.)



그럼 또 뭔데……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시치미 뗴지 마, 뫼비우스.



시작했을 땐 확실히 너의 실험품이라고 여겼어. 이 시대의 「본존」을 만날 거라곤……생각 못 했거든.



진실을 전할게――난 이미 그것에게 항복했어. 오늘은 그래서 여기에 온 거야. 너도 그것의 일부분으로 만들기 위해서.




빌브이……널 믿으라고?



(그래, 생각하라고.)



(너처럼 똑똑한 사람은 즉시 「발견」할 건데 내가 왜 일부러 쓸데없이 과거의 실험을 언급했을까.)



(난 이미 완벽한 계획이 있단 걸 네가 바로 「이해」할 거니까.)



(그리고……내게 제대로 속는 거야.)



사실대로 말하지. 케빈은 이미 내게 제거되었어, 아주 쉽게.



뫼비우스……네가 그에게 비할 수 있을까?



그래봤자 똘마니 하나를 치운 것일 뿐이잖아.



차이는……해보면 알 거야.



(나머지 일에 대해선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내게 무슨 계획이 있을까?)



(똑똑한 뫼비우스, 내 유일한 계획은……내가 진짜로 계획이 있다는 걸 믿게하는 거야.)



그런데 말야……



네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질문이 하나 있어.



넌……대체 누구야?



그래……나는……대체……누구지?



대체 뭐지? 이건……「악인」의 기억?



그녀는 고개를 숙이겨 자신의 몸을 오랫동안 꼼꼼이 관찰했다. 마치 원래는 다른 사람이었던 것처럼.



나는 멀쩡하게 여기에 있어……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감금」되지도 않았고……



그럼, 「당신」이……?



……드디어 「나타났어」?



「너는 대체 누구지?」



힌트인가? 끝없는 질문을 반복해 날 기억 속에서 정신차리게 했어.



암녹색 흔적도……사라졌어.



하이, 드디어 왔구나……



이 목소리는……역시 당신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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