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4시에 크게 볼일도 없으면서 뫼찐이의 연구실로 놀러가고 싶다.


 놀러 가서는 그냥 옆자리에 앉아서 헤실헤실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나 툭툭 던지고 싶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고, 나는 무슨 커피를 좋아하고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


 뫼찐이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짜증내면서 대꾸도 제대로 안 해주고 내쪽은 쳐다도 안 봐주겠지만 그래도 아랑곳 않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주면서 점점 그걸 뫼찐이의 일상 중 하나로 만들어주고 싶다.


 결국 귀찮아진 뫼찐이가 내쪽은 쳐다도 안 보고 대꾸도 아예 안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꿋꿋이 매일 4시에 찾아가 답장이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주고 싶다. 뫼찐이가 그걸 아주 당연히 여길 만큼 꾸준히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발길을 뚝 끊어보고 싶다.


 3시 50분엔 한숨을 쉬던 뫼찐이가, 4시 10분쯤 돼서 아직도 4시가 안됐나 시계를 보니 이미 10분이 지나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드디어 귀찮은 녀석이 사라졌다고 좋아하다가도 10분, 20분 시간이 지날수록 좀처럼 일에 집중 못하고 뒤척이다, 연구실 문도 한번 쳐다보고, 괜스레 근처까지 산책도 나가보고 하는 뫼찐이 보고 싶다.


 그러다 5시가 넘어도 오지 않으니 결국 포기하고 오늘은 안 오나보다 하고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일하다 밤 돼서 퇴근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보이지 않으니 점점 뫼찐이 마음 속에도 허전함과 걱정이 마구마구 자리 잡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결국 일주일 내내 보이지 않자 뫼찐이 머릿속이 '나 때문인가?' '내가 너무 심한 취급을 했나?' '혹시 큰 사고라도 난 건 아닌가?' 같은 나에 대한 생각만으로 꽉 찼으면 좋겠다.


 결국 한 주가 다 지나자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이리저리 연구동을 돌아다니면서 내 얼굴을 찾아다녔으면 좋겠다.


 그러다 연구동 한편 휴게실에서 다른 직원들이랑 얘기하는 날 발견하고 '야!!!!'하고 소리 지르는 뫼찐이 보고 싶다.


 내가 깜짝 놀라 왜 그러냐고 물어보자 뇌를 안 거치고 일단 소리부터 질렀던 뫼찐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어버버 했으면 좋겠다.


 왜 안보이나 걱정했다는 말도, 네가 없으니 허전하다는 말도, 안 올거면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너무 자존심 상하고 뭔가 이상하게 느껴져서 차마 말 못하고 그냥 휴게실 문앞에서 우물쭈물하는 뫼찐이 보고 싶다.


 그러다 기껏 생각해낸 변명이란 게 자기는 이 연구동의 인원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데 내가 말도 없이 사라져서 결석계를 쓰려고 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시치미를 뚝 떼고, 너무 민폐 끼치는 거 같아서 저번주부터 안 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미안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불쌍해 보이는 쓴웃음을 지어주고 싶다.


 뫼찐이가 우물쭈물하면서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다가 '백색소음이야, 백색소음!'이라고 소리질렀으면 좋겠다.


 내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얼굴이 시뻘개진 뫼찐이가 네 잡소리가 백색 소음이랑 파형이 비슷하니 뭐니, 내 집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니 뭐니 하면서 일 없으면 와서 헛소리라도 하라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결국 부끄럼을 참지 못한 뫼찐이가 문을 쾅 닫고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나가버리면 난 뒤늦게 커피를 홀짝이면서 웃고, 옆에 있던 사람들은 말없이 박수를 쳐줬으면 좋겠다.


 다음날, 언제나처럼 4시에 뫼찐이 연구실로 놀러가서 '나 보고 싶었어요?' 라고 웃으면서 물어보면 '뭐라는 거야.'라면서 뫼찐이는 틱틱대지만, 이상하게도 연구실엔 묘하게 푹신해진 의자랑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놓여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왜인지, 정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뫼찐이가 답지 않게 악세사리도 착용하고 연구복도 깨끗하게 관리하고, 옅게나마 화장도 하고 출근하기 시작하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