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건……꿈이야?)



(그런데……꿈이 어떻게 이리 생생하지? 그리고 그 사람은――)



소녀는 저절로 가슴팍을 만지작댄다. 맹수에게 노려진 작은 동물처럼, 골수까지 파고드는 그 전율이 여전히 그녀의 마음에 맴돌고 있다.



하읏……대체……뭐지?



어제 밤 자기 전 훈련이 끝나고 로자리아랑 리리아랑 잘 자라 한 뒤에 개인 침실로 돌아온 기억은 있는데……



침실?



소녀는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있는 공간이 많이 낯설다는 걸 깨닫는다.



눈에 보이는 곳은 생생함이 부족한 객실 방이다. 주변은 텅 비었다. 창문도 없고, 방 전체가 엎어진 양철통조림을 빼닮았다.



이 조그만 1칸 방은 적막하고 음산했다. 소녀의 눈앞에는 어디로 통하는지 모를 문만 덩그러니 있었다.



……로자리아? 리리아?



……테슬라 박사님?



장난치는 거야……? 그치만 이곳은 솔트레이크 기지와 매우 다른 느낌이고……



또 하나의 나, 뭐가 일어난 건지 알고 있어?



왜 그런 거야, 제레? 말 좀 해줘.




또 하나의……나?



대답하는 사람은 없고 끝없는 적막함만이 계속 그녀를 에워쌓다.



……꽁해있지 말고 빨리 나와줘. 대체 뭐가 일어난 건지 모른단 말야.




그녀의 대답에 양쪽 모두 침묵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가 소녀의 마음에 올라온다. 방금 깨어났을 때의 맹함과 달리, 마음 깊은 곳에서 오는 「공허」로 그녀는 몸이 떨리는 걸 자제할 수 없었다.



그녀와 같은 신체를 공유하는 의식, 그녀의 오랜 「창」과 「방패」,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또 하나의 자신」……



소녀는 상상이 안 됐다. 만약 모든 것이――



……너, 너야?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소녀의 고동 소리가 넓은 방 안에서 메아리친다. 그런 신기한 느낌은 그녀만의 착각이라 방불케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안다. 이건 「그녀」다.



하아……



……정말 다행이야. 적어도 너는 무사해서.



넌 지금 평소처럼 나랑 대화할 수 없는 것 같은데, 맞아?



당연히 대답은 없다. 하지만 의식 깊은 곳에서 오는 고동은 말없는 위로처럼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소녀는 이 상황에서 그 사람이 할 반응을 상상하고 조금 씁쓸한 미소를 드러낸다.



나도 무사해……미안, 걱정시켜서.



괜찮아. 네가 이곳에 있어만 줘도……남은 어려움은 분명 함께 해결할 수 있어.



소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유일한 문 쪽으로 나갔다.



아직 뭔가 하지 않았는데 눈 앞의 문이 덤덤히 한 쪽으로 미끄럽게 열리자 똑같이 적막하고 음산한 통로가 드러났다.



문이……안 잠겼네?



(바꿔 말하면, 날 이곳으로 데려온 사람은 적어도 날 가둘 의도는 없는 건가……?)



(그런데……)



제레는 깊게 숨을 마시고 끝까지 보이지 않는 조금 음침한 통로를 바라보았다.



어쩌지? 길을 따라 나가야 하나……



잠시 침묵한다. 이번엔 옆에서 그녀에게 제안해줄 사람이 없다. 반드시 직접 하고 정해야 했다.



(……여기서 기다리는 건 답이 될 수 없어. 무슨 일이 생기든, 능동적으로 마주해야 해.)



걱정하지 마, 제레.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



응, 가자.



여기는……



(이 사람들……제레는 몰라……)



(그치만, 이곳과 관련된 걸 알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