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지 「아군」인지, 선택해라



긴 세월 동안 그러한 명의 아래, 인류는 끝없이 서로를 살육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그게 그들의 본성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게 그들이 「여전히 유년기」라는 증명이라고.



――그게 어떻든 방금 「마지막 동포」를 마주했을 때, 그는 변함없이 「전투」를 소통의 가교로 선택한다.



미리 말할게, 케빈――항복.



하지만 네가 없었다면 그녀도 이렇게 나를 잠시 가두는 건 불가능했겠지.



그럴 수도. 우리 모두 걜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만약 내가 독기를 품고 몸의 제어권을 계속 뺏었다면, 걔가 지금도 기진맥진하면서 블랙홀 안에서 쓰러져 있진 않았겠지.



네 말에는 모순이 있다.



그래……가장 모순적인 사람은 「후카」라고 부르는 바보 아냐?



맨날 엄숙하고, 맨날 진지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지……



그래서 결과는?「키아나」란 바보 한 명을 빼면, 우리가 실제로 그녀에게 좋은 일을 한 적 있어?



……늙다리도 그래. 내가 시키는데로 빨리 했으면 오늘 여기서 이런 고생을 겪었을까?



변했군.



그래? 어, 조금 변했을지도 몰라. 생각해봐. 처음 만났을 때, 난 진심으로 너랑 붙으면 반반은 가능하다고 생각했어.



네가 쓸데없는 말을 안 해준 덕분이지――나였다면 분명 부처에게 설법하는 그 얼간이를 보고 배잡고 웃었다고.



넌 어리석지 않다.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대화의 장을 열 수 없었을 테니까.



아무튼 나는 「의식의 율자」잖아. 내가 분위기를 읽을 수 있고, 네 존중 때문이라는 걸 아니까 여길 당장 떠나진 않을 거야.



설령 내가 그렇게 한다 해도 블랙홀의 물리 특성으로 인해, 이미 그녀는 자신의 동료를 위해 몇 시간을 추가로 쟁취했다.



옛날에 「종언」을 마주했던……너처럼?



그 일의 원리와는 다르다. 그런데……그런 유추도 하는군.



그녀들이 이제부터 무슨 짓을 한다면 「성흔계획」같이 종언을 뛰어넘을 수 있을 거다.



……그게 무슨 뜻이야. 너 설마 실패를 기대하고 있어?



「성흔계획」은 최악의 계획이다――나도 너희도 이에 대해선 한 치의 의심이 없지.



하. 이해했어.



한나절을 그러더니, 역시 너랑 늙다리는 「한통속」이었구만. 아――너희를 욕할 생각은 없어. 그냥 마음을 표현한 거야. 난 세상을 구하는데 관심 없거든.



……아니. 의식의 율자 너 역시 「불씨」 중 하나다.



――하?



네가 이해 못 해도 상관없다. 5만 년 전 세계가 「현실」에 마지막으로 미친 영향 중 하나니까.



번잡하고 시끄러운 붕괴의 의식은 이미 사라졌다. 처음부터 율자로 태어난 인간――



――지금, 너는 「고치」한테서 뭐가 느껴지지?



「고치」? 뭔 소리야?



그렇군. 래빗의 걱정도 일리가 있어.



……야. 대체 뭔 뜻인데?



나는 「종언」의 관점에서 너희와 「시원」의 거리를 재고 있다.



확실히 「종언」의 권능을 훔친 것처럼 보이네.



정확하게 말하면 성흔 계획이 종언을 「납치」한 거다. 나도 그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



차이가 있어?



물론이다. 과거 「키메라 계획」은 내가 성흔의 「중추」를 지지할 수 있게 했다……똑같은 원리로 그것도 내가 종언의 「열쇠」가 될 수 없음을 확정했지.



의식의 율자. 너는 화의 기억을 가졌다. 너라면 알 것이다――수, 화, 그리고 나. 우리 모두 최종 계획의 퍼즐 한 조각일 뿐이다.



메이의 암시 아래에서 결국 수가 너한테 칼을 들이댔었는데?



……그 때의 우리는 냉정함을 잃었었지.



하지만 네 말이 맞다――그렇지만 거짓된 윤회가 이번 세대에서 완전히 끝나길 갈망하고 있어.



「별의 배열」이란 벼락치기로 할 수 없으니까.



몇 년 전, 임종한 「깨달은 자」가 천명 주교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붕괴에게 승리하는데 필요한 「유일한 열쇠」를 눈여겨 보라고 했다.



그의 연산에 의하면, 32874개의 「말로 할 수 없는」 미묘한 특이점을 지난 비앙카 「듀란달」 아타지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바꿔 말해 확률적으로, 「실현 불가」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깨달은 자」는 이렇게 말했다……「「항사계획」은 마지막에 유일한 답을 찾아냈다.」



허무맹랑한 미래상이 아니다.



정신승리같은 격려도 아니다.



당사자인 오토와 듀란달보다, 이것을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아는――「상식을 초월」한 존재가 메시지에 담긴 깊은 의미를 더욱 잘 알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