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작의 고유명사 남발과 철학, 과학 콤보로 많은 플레이어들이 고통을 받는 메인 33장.

나도 챕터를 진행하면서 스작 꿀밤이 마려웠지만, 스작이 뭘 보고 이딴 설정딸을 쳤나, 모티브를 생각해보게 되더라고. 

왜냐면 너도 나도 결국 설정딸을 좋아하는 씹덕이니까...


스작이 이번에도 여러가지 신화, 철학, 과학에서 모티브를 따왔겠지만 

33장 파트1을 관통하는 건 프레드리히 니체의 철학

특히 그의 저서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따온 게 좀 있다.


물론 붕괴써드에서 니체철학은 이곳 저곳 많이 등장해왔다.

애초에 류웨이가 물고 빨던 환장했던 에반게리온이 니체철학을 일부 담고 있고


작중 오토 아포칼립스는 니체철학의 위버멘쉬, 초인에 가까우며 



28장 단편애니 제목의 원제는 阿波卡利斯如是说,  Thus Spoke Apocalypse. 

뱀섭에서는 이걸 '아포칼립스가 말하기를' 로 번역했지만

이건 Thus Spoke Zarathustra,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오마쥬. 약간 번역이 아쉬운 부분이지.


하여튼 예전부터 붕괴써드는 여러차례 니체를 드러냈지만,

33장에서는 니체철학의 키워드를 아예 직접적으로 인용하며 스토리의 모티브 중 하나로 사용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도 스작마냥 책 몇 권 읽어본 게 전부고, 지금도 책 뒤져가며 쓰고있지만

짧은 지식이나마 이번에 인용한 모티브 중 일부가 무엇인지 몇 가지 써 볼게.



다리





인생은 하나의 다리와 같아서, 그것의 위대함은 목적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인생은 아침과 황혼, 그리고 여명을 이어주고, 그 과정에서 자발적인 의미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게 해주는 존재다.


키붕이들을 개열받게 만든 슈뢰딩거 박사의 5차원 우주 콘돔 설명회 중 뜬금없이 나오는 듀란달의 인생명언.

사실 이 대사는 33장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천원 기사 웹이벤트 '먼지 쌓인 일기' 최후반부에 듀란달이 독백하며,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비앙카 아타지나', '듀란달', '카스라나'로 확립할 때 했던 말이다.


그리고 듀란달의 저 멋진 대사는 사실 니체가 쓴 말이고.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데 있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내려가는 존재라는 데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 에 나오는 문장.


무한한 반복 속, 짐승과 초인(위버맨쉬) 사이에서 끝없이 실패하고 발버둥치며

신에게 의지할 수도 없고, 불변의 가치에 의지할 수도 없지만

초인으로 항하는 여정에 있는, 존재자체로서 인간의 위대함을 다리에 빗대어 강조하는 문장이다.




듀란달의 말 뒤에 나오는 아침과 황혼, 여명에 대한 말도 마찬가지로 아침, 저녁, 정오, 초인으로 나아가는 그 모든 시간대와 과정에서 인간이 의미를 가진다는 말이고.


하여튼 다리 얘기를 하다보니 생각나는 장면이 있더라고



듀란달이 인간의 위대함을 다리에 빗대는 것도, 환상의 태허체조 다리복구쇼에서 하필 복구하는 게 '다리' 인것도

혹시 스작이 꾸역꾸역 철학적인 메타포를 집어 넣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단순히 단절된 두 공간을 복구하는 걸 넘어, 키아나 일행이 인간의 위대함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으로다가.


사실 많은 키붕이들이 느꼈듯 저 장면자체가 좀 억지스러워서 스작의 나쁜 습관이 나온 장면이 아닐까 의심이 들더라고.

아님 말고ㅎ




영원회귀와 윤회



 


이번 6.2에서 아이짱이 나올때마다 하는 말이 있지.

영원회귀. 이번 PV 시작부터 등장하는 단어다.


표면적으로 영원회귀의 배는 하이페리온을 말하지만

이 영원회귀,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는 사실 니체가 주장한 용어로, 니체철학의 핵심 중 하나다.


근데 왜 소제목에 '윤회'를 추가했냐면 스작이 영원회귀와 윤회를 혼재해서 쓰고 있더라.

섞어서 편하고 좋은 것만 빼먹는 느낌으로.

다른 언어는 어떻게 썼나 좀 찾아보니까 한글과 일문은 '영원회귀'로 쓰고 중문과 영문은 '영원윤회'로 표기했더라고.


윤회와 영원회귀, 둘이 컨셉은 비슷해보이지만 살펴보면 좀 다른 용어지.

그리고 스토리 내에서도 영원회귀의 특징이 보이는 부분이 있고, 윤회의 특징이 보이는 부분이 있다.


아주 축약해서 윤회와 영원회귀의 특징에 대해 정리하자면


윤회 : 번뇌와 업으로 인해 해탈할 때까지 생로병사를 반복함, 열반에 들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남.

영원회귀 :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 무한한 시간 속 모든 존재와 에너지가 무한히 반복되어 왔음. 초인도 이에서 벗어나지 못함.


윤회는 벗어나야 할 대상이고, 깨달음을 얻으면 탈출 할 수 있는 반면

영원회귀는 모든 것이 동일한 것의 반복일 뿐이며, 초인이 되더라도 탈출할 수 있는게 아니다.

다만 초인은 이 끝없는 반복과 허무 속에서도 삶을 긍정할 수 있는사람이지.


이제 작중에서 윤회와 영원회귀가 드러나는 장면을 보자.





우리는 이제 종언이란 [5만년 주기로 지구가 그저 똑같은 운명을 반복하는 무한 리세마라]라는 걸 알았다.

그 속에서 인간은 몇 번이고 똑같은 운명을 가지고 똑같은 삶을 반복했다가 똑같이 사라져갔고.

이건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와 같지.



근데 그 멈출 수 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운명이 처음으로 멈추게 됐어.

어떻게?



 



기원이 종언을 배신해서.

5만 년 전부터 케빈과 MEI, 불나방들이 열일해서.

그리고 기원의 율자가 뿌린 씨앗으로 인해 키아나와 메이, 브로냐 같은 인간의 율자들의 탄생해서.


이런 초월적인 존재들이 나타나 처음으로 행성의 윤회를 멈추었고

이건 윤회의 특징과 닮아 있지.


즉 스작은 윤회와 영원회귀의 단어와 컨셉을 섞고, 스토리를 진행하기 편한 쪽으로 그때 그때 사용하고 있다 생각해.

깨달은 초인들이 멈출 수 없는 반복을 멈췄으니 전체적으로 윤회에 좀 더 가까운 거 같지만

5만년을 주기로 수없이 동일하게 반복되어 온 종언이라는 컨셉은 확실히 영원회귀쪽에 좀 더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어.

영원회귀라는 단어도 괜히 스토리에서 사용한 게 아닌 거 같고.




마무리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철학책을 봤는데 해설에 눈에 띄는 문장이 있더라고.

그래서 그대로 한 번 가져와 봤어.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면 우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 봐야 한다. 

세상에는 결코 아름다운만 존재하지 않는다.

아름다움과 추함, 선함과 악함, 쾌락과 고통이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연결되어있다.

이러한 모순을 제거하지 않고 세계를 긍정하려면 '위대한 건강'이 필요하다.









보자마자 바로 머릿속에서 마지막 수업이랑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 재생ㅋㅋ


해설처럼 키아나는 여러 시련을 겪은 뒤 아름다움과 추함이 섞인 세상을 긍정할 수 있는 정신을 얻었고,

그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진짜 초인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부디 남은 1부 최종장 스토리가 정말 멋지고 감동있게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작은 제발 이상한 비유랑 설명 좀 줄이고...



+

사실 초인과 성흔계획으로 한 꼭지 더 쓰고 싶었는데 아직은 겐또도 잘 안 서고

지쳐서 못쓰겠다ㅋㅋ33장 다른챕터나 34장 이후로 키아나와 케빈의 행적이 더 나오면 쓸지도..


헤헤 보지더락재밌다 붕끼얏호우 건끼야아아악 반카이이야앗 아아 영웅

맨날 이러기만 하다가 길게 쓸라니까 되게 힘드네.

철학을 잘 아는 키붕이들이 있겠지만 쉽게 쉽게 가려고 했으니 비유나 설명에 약간 왜곡이 있어도 너그러이 봐줘잉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