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011을 쓰고 가운뎃번호가 세자리였던 때.


내가 기억하는 우리가족 첫 핸드폰은 아빠가 쓰던 삼성 애니콜에서 만든 지감만한 크기의 접었다 펴는 폴더폰이었음.


대충 너비가 1.5배정도 두꺼워진 갤럭시 폴더(폴드말고)를 떠올리면 될 것임.


숫자기판에 으레 달려 있던 번호 한자릿수만 꾹 누르면 지정된 번호로 연결해주는 기능도 없었던 바보같은 놈이었음.


근데 사실, 그 이전에 핸드폰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하더라.


무전기 닮은 놈.


근데 내가 왜 그건 기억을 못하느냐고 엄마에게 물어봤지. 


'세살때 놀다가 오른팔 뽑혀서 탈골된 거 다시 맞추러 간 것도 기억나는데 왜 그건 새까맣게 잊었을까' 라는 식으로.


엄마가 껄껄 웃으면서 말하더라. 그 폰 네가 부숴서 존나게 혼났다고.


내가 어리둥절하는데, 엄마가 말하길.


그거 사온 첫날에 내가 갖고 놀다가 목욕물에 푹 담궈서 고장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