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레 생일에 나비 케이크 만든 사람이다...






올해도 케이크를 하나 만들까 하다가, 더 예쁘게 만들 아이디어도 없고 요즘 내가 저탄고지 다이어트 중이라 설탕 잔뜩 들어가는 케이크는 에바참치인 것 같아서 다른 걸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만든 무설탕 아몬드 버터쿠키.



컨셉은 작년에 케이크 만들 때도 했었던 나비 모양. 남이 볼 때 일코 하기도 좋고, 제레를 표현하는 데 가장 쉬운 대상이다.






일단은 쿠키틀부터 만들었다. 인터넷에도 나비 모양 쿠키틀이 있긴 한데, 내가 원하는 모양과는 거리가 좀 있고, 배송비 생각하니까 만드는게 싸게 먹히겠더라.







참고로 재료는 은박접시였다.





이번에 만들 것은 키토제닉 식이요법 쿠키라고 해서,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이기 위해 밀가루와 설탕 없이 만드는 쿠키다.


그래서 밀가루 대신 아몬드 가루, 설탕 대신 합성감미료(스테비아+에리스리톨) 을 쓴다.


재료 : 

아몬드가루 250g 

코코넛 가루 25g

계란 70g (작은 걸로 2개 정도)

버터 100g

설탕 100g (대신 감미료)




솔직히 말해서 쿠키 만드는 방법은 위 재료를 다 섞은 다음에 넓게 깔고 굽는 것이다. 

진짜 이것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볼에 다 부으면 분리되고 뭉치고 개 지랄이 나서 고생할 것이다. 따라서 순서를 지켜서 섞자.






일단 아몬드가루와 코코넛 가루를 섞는다.





그리고 버터를 녹여야 하는데, 인터넷에 쿠키 레시피에는 상온에 녹이면 된다고 적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인내심이라면 버터 100g 을 상온에 녹일 동안 기다리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래서 나는 중탕으로 녹였다. 중탕이 짱이다.





설탕 대신 사용한 감미료는 이것이다. 이런거 여러 브랜드로 나와 있어서 다들 파는데,

설탕보다 수백 배로 단맛이 쎈 스테비아와, 설탕보다 좀 단맛이 덜한 에리스리톨을 섞어서 설탕과 비슷한 농도의 단맛이 나도록 만든 것이다. 

참고로 내가 산 것은 스테비아 비율을 높여서 설탕의 2배의 농도의 단맛으로 만든 놈이라, 절반만 쓰면 된다.


이런 합성 감미료의 단점은 

1. 달긴 단데 설탕맛이 아니라 좀 다르다.

2. 주로 다이어트용으로 이용되는 놈들이라 몸에 흡수가 안 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이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음.


어차피 내 다이어트 때문에 설탕 안 쓰는거라, 보통은 그냥 설탕 쓰는걸 추천한다.






계란 버터 감미료를 다 섞는다. 차가운 계란을 넣으면 온도가 내려가면서 버터가 또 뭉친다. 그러니까 계속 중탕 하면서 섞는 것을 추천한다.






아몬드 가루랑 코코넛 가루를 넣는다. 이것도 무식하게 한 번에 붓지 말고 뭉치지 않게 조금씩 넣으면서 섞자.



이게 밀가루가 아니고 아몬드 가루가 들어갔기 때문에 글루텐이 없다. 그래서 반죽 질감도 밀가루 반죽처럼 탄력이 없고, 무슨 고구마 삶아 놓은 것마냥 건조하게 부서진다. 그리고 기름기가 존-나게 많다 아몬드 가루에서 나온 기름인 것 같다. 그냥 기름에 절여놓은 것 같음.






그냥 구우면 흔한 나비쿠키가 되기 때문에, 제레 생일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색을 넣을 것이다. 반죽을 4개로 나눈다.

설거지거리 +4  시발 ㅋㅋㅋㅋㅋ . 원래 과자 굽다 보면 설거지거리는 폭주한다.


근데 반죽 부서지는 거 보이냐? ㄹㅇ 존나 이게 뭐지 싶고 이거 제대로 된 건가? 싶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게 이렇게 막 부서지는 거는 수분이 적어서 그런 거였고, 수분이 적은 이유는 계란이 적게 들어가서 그런 것이었다. 레시피에 70g 이라고 적어놨는데 나는 저 때 45g 정도 넣었었다. 그냥 2개 넣을 걸 그랬다.

근데 계란 더 넣어도 탄력은 없고 기름진 고구마무스 같은 건 동일함.






인터넷에서 산 식용색소.








뚜껑을 열어 보니까... ㅗㅜㅑ 진짜 강렬하다.

식용 색소는 조금만 넣어도 색 나니까 많이 넣지 말라던데 ㄹㅇ로 많이 넣으면 큰일날 것 같은 비주얼이다.







파란색 반죽...

반죽 100g 에 몇 방울 넣었냐면... 한 방울도 안 넣었다.

이 색깔이 구라 아니고 식용색소 위에 은박 뚜껑에 묻은 것만 긁어 넣었는데 색깔이 이렇게 됐다. ㄹㅇ 진짜임;






흰색은 흰색이라기 보다 상아색에 가깝게 됐는데 불만은 없다. 원래 물감으로 완벽한 흰색을 내는 것은 색의 조합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붉은색은 저거 좀 부족해 보여서 색소 좀 더 넣었더니 진한 빨간색이 나왔다.

검은색은 질감도 부서지는데 색깔까지 저래서 진짜 무슨 아스팔트 만드는 줄 알았다.






쿠키 만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쿠키반죽 질감은 아니다.


진짜 존나게 부서지는걸 기름으로 억지로 붙여 놓은 것 같다. 아래 기름종이 기름 먹은거 보소 ㄷㄷㄷㄷㄷㄷㄷ








이건 진짜 아스팔트 그 자체다 도랏맨.







제레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양면쿠키로 만들기 위해 흰색 반죽 위에 파란 반죽을 얹었다.
이거 만드는 데까지 3시간 걸림. ㄹㅇ로 3시간 걸림;;;







구워서 꺼냈더니 익으면서 위가 약간 노래졌다. 뭐 잘 익었다는 뜻이겠지.


색소를 입혀버리니까 얼마나 구워진 건지 색깔로 판단이 안 돼서 좀 힘들뻔 했는데, 연습을 미리 해 봤어서 태우지는 않았다.






완성된 쿠키를 담은 것.


생각보다 완성도 높게 나왔다. 하트 모양은 반죽이 애매하게 남아서 그냥 따로 모양 내서 구워버렸다.










백&청 / 적&흑 양면도 잘 붙어있다. 반죽 할 때는 기름기가 존나게 많았는데 굽고 나니 별로 기름지게 느껴지지는 않았음.







제레쟝 생일 축하해.






맛은 보통 생각하는 쿠키같은 맛은 아니고, 

아몬드 가루로 만들어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다. 그렇게 기름기가 많았는데, 먹을 때는 기름기가 전혀 안 느껴졌다.


일부러 감미료도 적게 넣은 편이라 막 달달하진 않은데 우유랑 간식으로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