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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의 에이언즈 에나


「질서」 운명의 길을 주관했던 에이언즈.


신들의 전쟁 이후「화합」의 에이언즈 시페에게 집어삼켜져 동화되었다.


에나가 살아있던 시절,「질서」의 신성한 흔적이 스치는 곳에는 언제나 천외 합창단의 노랫소리가 아득히 울려 퍼졌고, 


세로로 배열된 입체적인 음표들로 이루어진 절대적인 성가는 그 자신의 목소리였다고 한다.


그의 통제 하에 율령을 지키는 건 고리타분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에나의 수호 아래에선 거의 모든 재앙이 통제되기에 고등 문명의 건설에 덧없이 효율적이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질서」때문에 되려 문명이 발전하다 몰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질서」를 극도로 숭상했던 옛 문명들은 찬란한 황금기를 누린 끝에 몰락했다. 


어쩌면 이것이「질서」운명의 길의 비참한 말로일지도 모른다. 




「질서」의 창세신화


제1장



원시 우주를 휩쓸었던 황혼 전쟁이 끝맺은 후, 하늘은 공허에 뒤덮이고 대지는 혼돈에 빠졌다.


그때 ██가 허공을 가르고, 생각의 빛이 물질세계를 비추었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은 실존하는 환각을 인식할 수 없었다.


이에 인간이 천지 만물을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질서」의 에나가 태어났다.


그는 만물을 위해 음(音)을 정하고, 시공을 악보로 삼았으며, 열두 분점의 법칙을 세웠다.


실체와 상상은 구별되었고, 일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만물에는 실체와 허상이 존재하니, 


이것이 바로 첫째 날이다.


-



그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진실」을 선사했다. 


하지만 중생들은 다시 에나를 향해 위대한 에이언즈가 힘을 보여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들은 신의 은혜를 입어 자신이 인간으로 태어났음을 알고, 인간에게는 생사와 끝이 있음을 알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에「질서」의 성신은 성운을 플렉트럼으로 삼아 흑백 건반이 있는 하프시코드를 창조해냈다.


그가 넓고 흰 건반을 두드리니 태양이 떠오르고, 좁고 검은 건반을 두드리니 이 떠올랐다.


이렇게 31일을 주기로 돌아가며, 한 분점은 3번 돌아가면 멈추고, 법칙에 따라 다시 4개의 단위로 나뉘어졌다.


우주는 이때부터 낮과 밤, 사계절해가 지남을 알게 되었고, 일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이것이 바로 둘째 날이다.


-



그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역법」을 선사했다. 


하지만 중생들은 다시 에나를 향해 위대한 에이언즈가 힘을 보여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들은 신의 은총을 입어 만물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고, 하늘에는 낮과 밤이 있고, 사계절이 있음을 알았지만, 


어떻게 서로를 확인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에「질서」의 성신은 유성으로 펜촉을 만들고, 발음 기호수학 기호를 창조해냈다.


그가 붓을 드니 세상 사람들은 실재의 윤곽을 보게 되었고, 그가 붓을 거두니 세상 사람들은 생각의 허상을 느끼게 되었다.


겉과 속은 서로 연결되고, 무한한 의미는 유한한 요소에서 탄생했다.


만물은 이렇게 각자의 기호를 받게 되었고, 일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이것이 바로 셋째 날이다.


-



그는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언어」를 선사했다.


하지만 중생들은 다시 에나를 향해 위대한 에이언즈가 힘을 보여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들은 신의 은총을 입어 혀로 생각을 설명할 줄 알았고, 언어에 형태와 의미가 있음을 알았지만, 


어떻게 그 손익을 구분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에「질서」의 성신은 별 먼지를 모아 강으로 창조해내고, 선과 정의는 상류에, 악과 불의는 하류에 두었다.


또한 그는 그 사이에 제방을 쌓아 오염물과 토사가 역류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로써 모든 존재는 선과 악을 분별하게 되었고, 일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이것이 바로 넷째 날이다.


-



그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가치」를 선사했다. 


하지만 중생들은 다시 에나를 향해 위대한 에이언즈가 힘을 보여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들은 신의 은총을 입어 눈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았고, 일에는 선악과 청탁이 있음을 알았지만, 


그것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알지 못했다.


이에「질서」의 성신은 행성의 고리를 주워 법도를 밝히고, 사람들의 앞에서 그들과 함께 일을 행하는 제도를 세웠다.


만민의 생명과 자유는 모든 가치 중에 가장 귀한 것이며, 이를 침범하는 자는 법에 따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만민의 존엄과 재산은 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이를 실천하는 자는 법에 따라 상을 받아야 했다.


율법은 논쟁의 여지가 없었고, 피와 살이 있는 자는 영원히 기억해야 했다.


일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이것이 바로 다섯째 날이다.


-



그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규칙」을 선사했다. 


하지만 중생들은 다시 에나를 향해 위대한 에이언즈가 힘을 보여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들은 신의 은총을 입어 마음으로 정의를 가늠할 줄 알고, 의로운 행동은 칭찬하고, 손해는 보충해야 함을 알지만,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이에「질서」의 성신은 별무리로 악장을 쓰고, 넓은 흰 건반과 좁은 검은 건반의 하프시코드를 악기로 삼았다. 


발음과 계수의 기호를 음표로 삼았고,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멜로디로 삼았으며, 법도를 밝히는 제도를 곡의 형식으로 설정했다.


만물의 조화가 시공 속에서 표현되고, 사람들은 점차 천지에서 자신만의 유일한 위치를 찾았다.


일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이것이 바로 여섯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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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그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의미」를 선사했고, 천지 만물이 완벽히 창조되자 모든 일을 멈추었다.


하지만 중생들은 다시 에나를 향해 위대한 에이언즈가 피를 흘려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 당신은『질서』로 천지만물과 만민을 규정했지만, 우린 당신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소!


그날 모두가 한마음으로 신을 파멸의 구덩이에 던져 넣었다.


일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이것이 바로 일곱째 날 이다.


모두의 환호성이 땅을 울렸고, 별이 함께 노래를 불렀다.


-




정리


정리하자면,「질서」의 에나는 원시 시대의 우주 전역을 휩쓸었던 황혼 전쟁 이후 탄생한 에이언즈이다.


그는 황혼 전쟁의 여파로 공허혼돈에 빠진 우주를 조율하여「질서」를 세웠고, 수많은 이들의 숭배를 받았다.


 에나는 나약한 필멸자들의 요청에 따라 진실, 역법, 언어, 가치, 규칙, 의미를 만들어 선사했으나, 


「질서」율령 아래 찬란한 영광을 누리게 된 필멸자들은 성신(星神)의 은혜도 모른 채 오히려「질서」가 자신들을 속박한다고 여겼고,


끝끝내 에나를 향한 믿음을 져버린 듯하다.


어쩌면 곤충 떼 재난 이후「질서」의 에나「화합」의 시페에게 흡수된 전말에는,


「질서」운명의 길을 걷던 자들 대부분이 에나를 배반한 후「화합」운명의 길을 새로 선택한 것이거나,


혹은 앞서 언급된「질서」운명의 길필연적인 몰락을 막기 위한  에나의 생존 전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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