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이익 하고 새된 비명소리가 저도 모르게 목을 타고 흘러 나온다.


새까만 광택의 반점이 여섯 다리를 꾸준히 놀려 벽을 타고 오르는 충격적인 모습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지는 거에요? 


이겨.


확실히 이긴다는 걸 안다. 저 미물과 인간의 사이에는, 오이디푸스와 헤라클레스 만큼이나 커다란 격차가 있었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오이디푸스에게 느끼는 역겨움이 줄어드는건 아니다. 오히려 이리저리 휘두르며 주변을 파악하는, 얇은 한 쌍 감각 센서의 움직임엔 공포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손짓 한번에 스러질 미물. 하지만 저 역겨운 것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은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


그런 내겐 세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1번. 살충제를 살포한다.


이는 기각. 살충제는 거실 너머 창고안에 있다. 가져 오는 사이에 놈이 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나는 밤새 공포감에 날을 지새우다 결국 집을 포기하고 떠나게 될 것이다.


성공적으로 뿌린 이후에도 마찬가지. 나에겐 살충제를 맞고 날뛰는 녀석을 감당할 용기가 없다.


2번. 청소기로 빨아들인다


이 또한 기각. 청소기 안에서 살아 있으면 어떡해. 죽을 때까지 돌리고 있어야 하나? 배터리가 먼저 다 떨어지지 않을까?


만약 그 회오리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녀석이 내게 앙심을 품고 복수하려 하면 어떡하지? 분명 난 기절하고 말것이다.


3번. 손에 들고 있는 앨범으로 내려친다.


가장 이상적인 수지만 이 또한 기각이다. 그치만 4기생의 인연이 담긴 소중한 보물인걸. 모두와의 인연을 바퀴벌레의 시체로 더럽힐순 없어!


- 벌컥


"오이오이 토와사마, 여기서 뭐하는거야? 몇 번이나 불렀는데."


"코, 코코!"


방문을 열고 들어온 코코. 품에는 4기생 모두가 받은 앨범이 꼭 끌어안겨 있다.


아무래도 대답 없던 날 찾으러 들어온 모양. 잔뜩 긴장해서 부르는 줄도 몰랐지만.


"뭐여 이건."


- 쿵


그렇게 4기생의 인연이 사악한 오이디푸스를 무찌르는데에 성공했다.


"집에 바퀴벌레 나오는거야? 업체 불러야겠네."


태연하게 말하며 티슈를 몇 장 뽑아 앨범에 묻은 잔해를 닦아내는 코코.


그 늠름한 모습과 승리의 기쁨에 눈물이 한 줄기.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