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글이라서 유동으로 쓴다

분란조장목적은 없지만 만약 그렇다고 판단되면 글 짤려도 그려려니 하겠다. 일일이 검수하는 완장들에게 미안할 따름이고


글의 요지는, 오시에게 연애감정이 생겨버렸을때 어떻게 현명하고 아무도 피해받지 않게 홀붕이 생활을 이어나갈까에 대한 고민이다

감정이라는게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이런거에 과몰입하는게 꼴불견이고, 아이돌은 아이돌일뿐 현생과 구분해서 살아야한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고있다. 하지만 아이돌이라는게 애초에 사랑스럽게 나오는데 그런 감정이 아예 안생길 수 있나? 생겨버리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지 않냐는 것이다

홀챈 보다보면 비오타쿠 출신 홀붕이도 많이 보이고, 현생에서 연애경험도 몇번 있어서 이런쪽에 매우 현명한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난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학생때 너무 범생이었고, 어른들이 말하는대로 "연애는 대학가서부터"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공부만 해댔다. 대학가서야 연애도 하던놈이 잘한다는 사실을 알았지. 물론 사춘기니까 짝사랑은 몇번 했지만 결국 말한번 못해보고 사춘기의 추억으로 넘어갔다. 그 뒤로는 연애와 관련없는 삶을 살았어. 연애를 하는데에는 돈도 들고, 노력도 해야하고, 외모관리도 해야하잖아? 그러기엔 나는 게으르고, 능력없고, 방구석 히키코모리에 지나지 않았던거지.


물론 회사도 다니고 군대도 다녀왔으니 이사람 저사람 치이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은 있다. 그래서 내가 속한 집단에서 생각없는 발언을 해서 논란거리를 만들거나 혼란스럽게 할 생각은 없다. 나도 제 주제를 알고있어. 아이돌은 모두의 아이돌인 것이고, 그것이 직업이고, 내 마음이 보상받을일은 죽어도 없다는거지. 짝사랑같은건 익숙해서 이런 사실에는 불만이 없다.


홀챈을 보다보면 완장들이 열심히 노력은 하고있지만 그래도 가끔씩 오락관 정보가 튀어나오고는 한다. 그럴때마다 홀챈에서의 입장은 "그런 오락관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설령 사실이다 할지라도 아이돌의 사생활에 우리가 간섭할 이유가 있나? 과몰입하지말자"라는 내용으로 정리된다. 이 사실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그 들도 사람이고, 사람이 살다보면 다양한 일들을 겪었을거야. 그것 하나하나에 내가 딴지걸 자격은 없지.


문제는, 머리는 이 사실을 이해하더라도, 어째서인지 가슴한켠이 아프다는거야


나도모르게 미친듯이 정보를 찾고, 빨간약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며 그게 과연 사실인지,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아니겠지, 거짓말일거야 전전긍긍하면서 정보를 찾고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무섭다. 나 자신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홀붕이들이 흔히 말하는 유니콘이나 과몰입충으로 타락해버리진 않을까? 물론 나이도 나이고 짬밥도 짬밥이니 만큼 그런 부화뇌동에 휩쓸리는 어린 중생은 아니다만, 또 그렇다고 내가 불혹의 경지에 이르기엔 한참 모자란 나이다보니 말이지. 이제 반오십을 겨우 넘긴 정도야.


이 문제로 정말 심각하게고민하고 가슴앓이 한적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나와 내 오시 모두 상처를 주는 사고를 처버리는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한심한 인간이었던 걸까? 감정을 추스리고 나 자신을 컨트롤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 본질은 추악한걸까? 그런생각을 늘 한다.

다행히도, 이런생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때 상황을 무마할 수 있었던 사건이 있었다. 꿈에서 오시가 나오더라. 꿈의 맥락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만나는 그 순간 꾸벅 인사하면서 "데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스러운 당신덕분에 하루하루 삶을 이어나갈 의지가 생깁니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든 당신이 행복할 수 만 있다면 저는 그 길을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고, 그렇다는것은 저 발언은 어떠한 거짓말도 없는 순수한 내 생각이었다는 의미였겠지. 덕분에 나는 내 본질이 그렇게까지 추악하지 않다는걸 확인했고,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이젠 오시가 트위터에 실수로 '남자친구랑 주말에 데이트할거야'라고 쓰더라도 '잘다녀오시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하고 말할 수 있을거같다. 진짜로 그럴 수 있는지는 그때가봐야 알겠지만, 각오는 해놨어


완장들이 주야로 고생하며 오락관 정보를 잘라내고 예쁜 채널 분위기 만들어줘서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느닷없이 다시 사춘기를 시작해버린 아저씨의 푸념 읽어준 너희 홀붕이들에게 고맙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라더니, 몇주 가슴앓이하던게 조금 나아진것 같기도 하다. 현명한 홀붕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부디 조금씩이라도 알려줘. 난 그 누구도 상치받지 않는 그런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