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보름 전이다. 내가 갓 홀챈에 온지 얼마 안 되서 오죠 방송을 보려고 할 때다.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영상을 찍어다가 올리는 아야메가 있었다. 방송을 하나 보고 싶어서 흑마술을 했다. 별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좀 방송을 켜 줄 순 없습니까?"

했더니,

"영상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안 기다릴거면 다른 멤버 영상이나 보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오니였다. 영상을 잘 찍어달라 흥정하지도 못하고 소식만 전해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있었다. 처음에는 좀 오려는 것 같더니, 몇 주가 지나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올 때도 된 것 같은데, 자꾸만 기다리고 있었다.

인제 다 괜찮으니 그냥 얼굴만 비춰달라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아카이브를 보니 보름이나 업로드가 없는데,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기다릴 수 없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오래 기다려야 기쁨이 더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볼 사람이 말라죽어가는데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챈에 안오죠콘으로 도배가 된다니까요."


오죠는 퉁명스럽게,

"다른 사람 방송 보시오. 난 안 찍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포기 할 수도 없고,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켜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재미없고 늦어진다니까. 방송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하다가 재미없어지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트위터로 근황도 안 전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오시가 하필 오죠인 불쌍한 홀붕이가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방송을 켜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방송이다.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방송을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리스너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잘 오지도 않는다.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오니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오죠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트윗을 남겼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많이 아픈 듯 보였다. 

밤마다 열이 난다는 트윗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오죠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챈에 와서 방송 중계를 달렸더니 홀붕이들은 방송이 재밌다고 야단이다. 오죠가 돌아와서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멤버의 방송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홀붕이들의 설명을 들어 보니, 

매일같이 방송을 켜는 사람은 오히려 너무 정겹기 때문에 항상 보던 터라 이만한 재미가 덜하고, 그렇다고 오죠방송이 재미없지도 않기 때문에 이렇게 행복하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방송은 좀체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오죠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나는 오죠를 찾아가서 멤버쉽이라도 가입하여 오죠를 오시로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시간나는 대로 오죠방송을 찾았다. 그러나 그 오니가 앉았던 자리에 방송은 있지 아니했다. 또 안오는 것이다.


나는 오죠가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또 한참 기다려야 방송이 나올 것 같아 안타까웠다. 맞은편에 다른 오죠 오시인 홀붕이를 바라보았다. 아, 그 때 그 홀붕이는 안오죠콘이 올라올 때마다 울고 있었구나. 열심히 챈질을 하다가 수시로 극딜을 맞는 오죠 오시의 눈물이 그려졌다.


오늘 챈에 들어갔더니 여전이 오죠는 안 오고 있었다. 전에 오랜만에 오죠가 방송을 켰을 때 홀붕이들이 난리났던 기억이 난다. 오죠방송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트윗도 잘 볼수가 없다.


문득 방송 하던 오죠의 모습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