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잠을 자고, 꿈을 꾼다. 꿈은 예로부터 각종 신앙에서 예지의 수단 내지는 영험한 무언가로 묘사되고는 했다.

하지만 나는 꿈의 그러한 점을 믿지 않는다. 꿈은 꿈이다. 꿈에는 그 어떤 힘도 없다.


내가 꿈을 믿지 않게 된 것은, 아마도 그 꿈을 꾸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홀로라이브라는 버튜버 그룹을 시청한지 딱 1년 째가 되던 해에, 나는 스바루의 방송에 한창 빠져 있었다.


"치와~스. 오오조라 슈바~우. 아지마루 아지마루~"


활달한 성격, 독특하지만 매력있는 목소리, 스바루는 내가 바라마지 않던 이상형 그 자체였다. 

그녀의 생방송을 볼 때마다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갔고, 팬심은 어느새 연심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사랑인가.... 그래, 사랑이다. 나에게도 사랑이 찾아온거다. 


스바루의 멤버쉽을 들고, 스바루의 굿즈를 산다. 

스바루의 생방송을 당첨이 확정된 복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손꼽아 기다린다. 

오오조라 스바루는 내게 있어 실재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스바루를 만나고 싶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스바루를 좋아하는 마음이 차고 넘쳐흘러, 이윽고 불가능한 일을 논리도 없이 바라게 되었다.

하루의 환상이라도 좋다. 스바루와 데이트를 하고 싶다. 스바루와 연애를 하고 싶다. 

그녀가 일일 여자친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하고...


모니터를 향해 뻗은 손, 손 끝에 보이는 스바루의 얼굴... 손에 힘을 주어 붙잡으려 해도 붙잡힐 리가 없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스바루의 방송을 보며, 대답이 돌아올리 없는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광기어린 애정은, 마침내 내게 하나의 결론을 가져다주었다.


'그래, 사랑하는 스바루와 만나고 데이트를 하려면 방법은 꿈 밖에 없어.'


자각몽이라는 것이 있다. 루시드 드림. 꿈 속에서 이것이 꿈인 것을 자각하여 꿈 속을 내 마음대로 유영할 수 있는 신묘한 방법.

곧바로 다음 날부터 행동에 돌입했다. 자각몽을 꾸는 법에 대한 모든 책을 찾아보고, 모든 글을 읽어보고, 자기최면술과 자각몽을 꾸는 데 효험이 있다는 

향초도 샀다. 어떤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수 많은 방법들을 시도하다 보면, 고장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고 어떻게든 될 것이다.


자각몽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마쳤다. 

머릿속에는 온통 스바루에 대한 생각 뿐이다. 

이제 꿈 속에 들어가면, 나는 스바루와 데이트를 하며 그녀의 손을 잡고... 또 그녀랑...



꿈을 꾸었다. 

"ooo 센빠이..." 

꿈 속에서 그녀를 보았다. 오오조라 스바루... 그녀가 눈앞에 나타나 내 닉네임을 읽어주고 있었다.

자각몽이 효과가 있는 것일까,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 속에서 나는 감격에 겨워 벅찬 기분으로 그녀의 손을..

손을 잡으려고 해봤다.


하지만 내가 스바루의 손을 잡으려는 그 순간, 꿈에서 깨어버리고 말았다. 

어째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꿈에서 스바루를 만났는데...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해본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약간의 개꿈이 섞인 실패한 트라이를 제외하고, 스바루가 나타난 모든 꿈에서 나는 자각과는 상관없이 중요한 순간에 깨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겪었을까. 문득 나는 깨닫고 만 것이다. 


인간은... 경험하지 못한 것은 꿈꿀 수 없다.


여자의 손, 여자의 감촉, 여자랑 무엇을 한다는 행위 그 자체.

그 미지의 경험에 손을 뻗는 순간 꿈이 깨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꿈 속에서라도.. 눈 앞에서 스바루... 

그녀를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스바루...아아... 내 사랑 스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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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임. 실화 아님 암튼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