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 불평하기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 모두가 비장한 각오와 눈빛을 가진채 대회장으로 모여들었다.

이런 이상한 대회를 열게된 것은, 며칠전 홀챈의 완장의 발표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홀챈은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광고금지령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 홀챈의 인구수는 끊임없이 성장했으며 그 성장세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많아진 만큼 공지를 읽지 않는 사람도 점점 늘어났고, 공지를 위반하는 사람도 계속해서 늘어갔다. 완장들은 공지를 더욱 쉽고 이해하기 쉽게 끊임없이 규정을 개정하고 개정하기를 거듭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읽으라고 외쳐대도 소 읽기에 경읽기에 지나지 않았으며, 안읽을 놈은 끝까지 읽지 않고 댓글로 알려줘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버텼다.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죽음뿐이라며 완장들이 하루종일 칼춤을 춰댔지만, 문제는 줄어드는 수보다 늘어나는 수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완장들이 모두 지쳐 나가 떨어지게 될거야!"

"가면라이더 기대했는데 어디갔음"

"지금 농담따먹기나 할 때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데!"



완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게 되었다. 지나친 오락관 떡밥, 빨간약 규정 위반, 다른 홀멤과의 비교 등등 홀붕이들이 주로 어기는 규정사항들을 보며 머리를 맞댔다. 수많은 추측과 갑론을박이 오가며 시간이 흘러갔다. 발표자료를 인쇄한 종이가 휘날리고, 서로 삿대질을 하며 격렬한 논쟁을 거듭한 끝에 이들이 도달한 결론은, 홀붕이들이 공지를 제대로 읽지 않는 이유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다들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조금씩 불만을 가지고 있고, 평화로운 홀챈의 분위기에 이런 불평을 말해도 될지 하면 안되는지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하는 홀붕이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쌓이고 쌓인 끝에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다른 홀멤과의 비교, 홀멤을 향한 근거없는 오락관 남발, 섣부른 빨간약 정보 공개 등의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분노를 잠재우고 차분하게 만들어 천천히 공지를 읽게 해야 홀챈에 평화가 찾아온다! 이게 그들의 결론이었다. 그렇기에 완장들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력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 "오시 불평하기 대회"를 기획하여 발표하게 되었다.



참가자들과 청중들이 웅성대는 가운데, 완장이 단상에 올라 이런저런 주의사항들은 안내했다.

"이 대회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한것으로, 너무 과몰입하지 말고 웃어넘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하기 바라며....."

참가자들은 긴장한 모습이 여력했다. 이들 모두 마음속으로는 오시를 한없이 사랑하고 있었다. 자신의 불평으로 인해 사람들이 오시를 안좋게 평가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들 이제와서 물러설수는 없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내할 수 있어요 하고 역으로 오시의 매력을 어필할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이상으로 말을 마치며, 공식적으로 오시 불평하기 대회의 시작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대회 시작의 막이 올랐다.



첫번째로 단상에 올라온것은 나키리구미였다.

그는 단상에 올라 자신이 나키리구미라는것을 소개한 뒤에, 아무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는듯 웃는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있던 그는, 한참의 정적 끝에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겨우 입을 떼었다.

"오죠......언제 오죠.....?"

그리고는 끝내 말을 더 잇지 못한채 인사를 하고서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려온 짧은 발표였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삼거나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모두들 그가 충분히 의견을 피력했으며, 그의 주장에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동의했다. 오히려 청중과 심사위원들이 걱정한 것은 그 다음 참가자였다. 첫 타자부터 너무 강력한 우승후보가 나와버려서 다음 참가자에게 부담이 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참가자는 긴장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당당하며, 자신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손에는 오시가 커다랗게 인쇄된 판넬이 쥐어져 있었다. 멀리서 봐도 커다란 짐승귀가 돋보였다.

"짐승귀? 누가 있지?"

"보탄....이라고 하기엔 둥글지 않군. 뾰족한데. 미오인가?"

"아니야. 저 형태는....."

"시라카미 후부키다"

"후부키? 후부키 스콘부도 불만거리가 있다니 예상 못했는데"

"어쩌면 최근에 황금잉어킹을 낚는거에 대해 불만이 생긴걸지도 모르지"

"아냐, 그건 다들 반응이 좋다고. 잠들 때 틀어두면 그만한 것이 없는데"

"쉿, 조용. 발표 시작하려나봐"

참가자는 단상에 올라 청중을 향해 판넬을 들어올렸다.

"저건....!"

"검은색과 빨간색?! 역시 미오였나?!"

"아니야, 잘봐! 저건....!"

그리고 참가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제 오시는!!! 쿠로가미 후부키입니다!!!!"




두번째 후보의 열성적인 발표가 이어졌고, 발표가 끝난뒤 모두들 끊임없이 박수를 쳤다. 그의 열정과 오시를 향한 사랑, 그리고 그에 따른 적법한 분노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발표였다.

분위기가 달아오른 대회장에 세번째 참가자가 단상에 올랐다.

"저는 마츠리스입니다"

그렇게 담담하게 자기소개를 마친 그는, 돌연 눈알을 뒤집고 외쳐대기 시작했다.

"아니 얘는 도대체가, 왜 방송을 끊지 않는거야!!!!"

모두들 당황했다. 마츠리가 방송을 끊어야 한다니? 홀로라이브의 팬으로서는 나올 수 없는 발언에 모두들 당황했다. 참가자 마츠리스는 청중이 당황하든 말든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그렇게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청중의 한명이 일어나 외쳤다.

"멈춰라! 너가 지금 말하고 있는 내용은 빨간약 규정 위반이야!!!!"

참가자 마츠리스는

"아차....!"

하고 입을 틀어막았고, 대회 규칙 위반으로 인해 스탭에게 끌려나갔다.

"이럴수가. 졸지에 빨간약을 당했어"

"대회가 빨간약을 먹였군요 정말 ㅈ같습니다"



뒤숭숭해진 분위기를 뒤로하고, 대회는 계속 진행되었다.

그 다음 무대에 오른 참가자는 매우 퀭하고 피곤해 보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매우 불안해하며, 쉼없이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저는.....나나시 무메이 오시......후먼입니다......"

그는 5초에 한번씩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으며, 아주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대본조차 외우지 않고 대회에 출전한건가? 불성실하군"

그의 눈 밑엔 깊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있었고, 시선은 이상한 곳을 향해 있었다.

"저는.....지난 4일간.....잠을 제대로 못잤....."

그때, 무대 뒤편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무메이의 트윗이다! 내용은.....10분뒤 게릴라 언아카 우타와꾸!!!!"

그러자 단상에 있던 후먼은 눈을 크게 뜬채

"죄송합니다!! 기권하겠습니다!! 방송 봐야해서요!!!!"

하고는 무대를 뛰어나갔다.



"자 그럼 참가번호 5번 나와주세요"

사회자가 호명했지만 참가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참가번호 5번? 어디계십니까? 나오지 않으면 기권처리 됩니다?"

그때 스태프 하나가 급하게 사회자에게 뛰어와 귓속말을 했다.

사회자는 고개를 끄떡인 뒤에 사람들에게 발표했다.

"참가번호 5번.....사나라이트는 사나가 14시간 전부터 포켓몬 방송을 시작해 아직까지 내구방송을 하고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기권처리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참가번호 6번 무나픽도 참가할 수 없어 기권처리 되었습니다. 어제 새벽 2시에 게릴라 언아카이브 우타와꾸를 시작해 오전 7시까지 진행해 수면부족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청중들은 기겁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정도의 참가자까지 나올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늙고 병든 홀붕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고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다.



그 다음으로 나온 사람은 말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퀭하지도 않았고, 불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으며, 화가나있지도 않았고, 지쳐보이지도 않았다.

청중은 조금 안도했다. 무슨 소설의 내용도 아니고 갈수록 기괴하고 엽기적인 참가자가 나온다니 너무 작위적인 진행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간만에 마음을 풀고 정상적인 분위기가 된 것에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

"저는 코로네스키입니다"

그리고 그는 양손을 펼쳐 열손가락을 보여주었다. 열 손가락 중 아홉손가락이  파랗게 되어있었고, 타카질로 엉성하게 이어붙여놨다. 누가봐도 정상적으로 움직일거같은 손가락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제 하나 남은 손가락도 얼마 남지 않은거 같습니다. 앞으로 방송 5번정도 보고나면.....어쩌면 영영 방송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죠"



기어이 물리적/ 신체적 피해를 입은 사례까지 나오고야 말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모두들 다음 순서가 누가 나올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스태프가 수레에 청록색 베일에 덮인 커다란 물체를 끌고 무대로 올라오자 모두들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태프가 베일을 벗겨내자 그곳에 있는 것은 냉장고였다.

냉장고의 전면부에는 커다랗게 글씨가 써있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루시아는 가슴이 작은게 아니야. 없는거다"

그것의 그의 유언이었다고 한다.



이제 대회는 막바지에 이르러, 마지막 참가자의 차례만 남아있었다.

마지막 참가자는 단상에 올라 비장한 눈빛으로 청중을 노려보았다.

"여러분! 저는 KFP의 직원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KFP의 악행에 대해 고발하려 합니다!"

그는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KFP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무급으로ㅡ"

그때,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으아아아아악!!!!!"

하는 단말마가 들리며 참가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급하게 스태프들이 무대로 뛰어나와 그를 구조하려 했지만 이미 그는 사라진 뒤였고, 단상에는 커다란 구멍만이 남아있었다.

대회가 종료된 뒤에 스태프와 오오조라 경찰서가 몇달동안이나 그 구멍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추적했지만 끝내 알아내지 못했고, 사건은 미해결로 끝나고 말았다.



대회는 사상자가 발생한 관계로 급하게 마무리 지어졌으며 우승자는 뽑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