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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차, 영차!"

서울에 사는 김홀붕은 언제나처럼 마인크래프트 세계 속에서 나무를 베는 중이다.

나무를 베어 목재를 생산하고, 목재로 집을 짓고 도구를 만들어 최종적으로 다른 세계의 드래곤을 토벌하는 것이 이 세계의 목표다. 김홀붕은 이 게임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최근에는 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중이다.

마침내 나무를 주머니에 꽉 채울 정도로 베자, 김홀붕은 그 목재로 도구를 만들어 채석을 시작한다.

"이 세상에서 채굴은 필수지! 특히 철이라면 말이야."

돌로 곡괭이를 제작하여, 돌을 파고 내려가다 보면 철광석 광맥을 발견할 수 있다. 철을 채굴한 뒤, 가열해서 제련한 철로 좀 더 좋은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철 채굴이 꼭 필요하다.

"땅을 팝시다~ 땅을 파요~"

와 같은 기묘한 노동요와 함께 김홀붕은 내려가는 계단을 판다.

기본적으로 계단형태로 채굴하는 경우가 많으며, 공간 절약을 위해 수직이나 나선 형태로 내려가는 갱도를 만들기도 한다.

김홀붕은 어느 한 자연동굴에 도착한다.

"석탄! 너만 찾았다."

이 세상에서 석탄은 필수적인 존재다. 앞에서 말했듯 광물의 제련에도 필요하고, 광원인 횃불을 만드는데 꼭 필수적이다. 광원이 없다면 이 세상은 마물이 지배하는 세계가 되어버린다.

곡괭이로 몇 번 쾅, 쾅. 내려치면 석탄 광석은 금방 부숴진다. 김홀붕은 석탄 밑에다 나무 막대를 합쳐서 횃불을 만들고 그 위에 불을 붙인다.

신기하게도 이 세상에서 한번 켜진 횃불은 영원히 탄다. 따라서 한번 만들면 재충전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제련 시설인 화로도 잊지 않고 만들어둔다. 

김홀붕은 그 방향으로 탐험을 계속한다.

약 5분을 더 돌아다닌 끝에, 김홀붕은 마침내 연 분홍색 광석을 찾아낸다. 틀림없는 철광석이 분명하다.

김홀붕은 그 광맥에서 철 광석 10개를 캐내어 화로에 넣는다. 그리고 그 철로 철 곡괭이와 철제 검도 같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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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을 적당히 끝냈으니 이제 올라가서 대충 집을 지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밤새 몬스터와 검술 대결을 펼쳐야한다.

"이제 돌아가자~ 철도 캤고. 이제 집만 지으면 스타트업 끝이네."

김홀붕은 다시 자신이 내려온 갱도를 찾는다.

하지만 갱도는 막혀있다. 

"이상하다, 내가 막았나? 그럼 다른 곳으로 갱도를 파지 뭐."

김홀붕은 바로 옆에 새로운 갱도를 판다.

얼마나 지났을까, 김홀붕의 눈 앞에 새로운 동굴이 나타난다.

"또 광맥이야? 이봐...이제 밤이라고..."

하지만 이건 광맥이 아니고 일자로 판 터널이다. 뭔가 있다.

"청크 생성 버그인가? 제작사놈들 일 안하냐... 아니면 또 이스터에그냐?"

터널엔 횃불이 일 자로 늘어져있다. 그리고 저 끝에는 문이 하나 보인다.

"어디 봅시다... 뭐 던전 같은건가."

김홀붕은 겁 없이 일자로 질러서 문 앞까지 도달한다.

"계세요?"

문 안에는... 한 여자가 서있다. 키는 플레이어보다 약간 작고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다.

'뭐...뭐냐, 이 기분 나쁜 방은. 얼른 나가자.'

하지만 여기서 김홀붕의 나쁜 습관이 터져버리고 만다.

"뭐냐... 저 작은..."

김홀붕은 그대로 갱도를 가로질러 나간다.

터벅. 터벅. 터벅

"휙!"

뭔가가 김홀붕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이미 늦었네, 벌써 스켈레톤이 나올 정도면 밖은 한 밤중?"

하지만 김홀붕의 앞에 박힌 건 스켈레톤이 쏠 법한 화살이 아니다

'도...도끼??? 도끼는 던지는 무기가 아닌데???...'

푸른색 날을 자랑하는 도끼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여자가 붉은색 눈을 하며 김홀붕을 노려보고 있었다. 방금 도끼를 김홀붕에게 던진 것도 이 여자가 한 짓임이 틀림없다.

"뭐, 이 쬐끄만 자식이 해보자는 거냐?"

김홀붕은 자신의 검을 칼집에서 꺼낸다.

이 말을 듣고 여자는 더욱 화났는지 그대로 1초도 안되어 30m이 넘는 거리를 돌진해 김홀붕에게 돌격한다.

"위험해!"

김홀붕의 재빠른 가드가 없었더라면 아마 김홀붕은 두 동강이 났을 것이다.

김홀붕은 여자가 멈칫한 틈을 타서 재빨리 지상으로 올라가는 갱도를 판다.

"빨리, 빨리, 빨리!!"

곡괭이가 부러지도록 땅을 위로 파내며 뒤는 반드시 막는다.

약 20m정도 도망치고 나서야 김홀붕은 겨우 숨을 돌린다.

'뭐야...? 방금 저 여자... 제보해야 하나?

그래....신고하자. 버그 신고 양식이...어딨더라...'

김홀붕은 제작사에게 이메일을 보내려고 핸드폰을 뒤적거린다.

"쿵...쿵...."

이 소리는...

땅이 파지는 소리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으아아아아아악!!"

김홀붕은 팔이 부러지도록 땅을 파내 그대로 지상까지 도망친다.

지상까지 도달한 김홀붕은 본능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한참 잘못됐어. 이건 아니야.'

어떻게 하든 저 여자를 확실히 없애야겠다는 것 만이 김홀붕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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