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술.. 한잔 ? "


" ....좋아. "

" 자, 앉아. 한잔 받으라고. "


칼리의 옆에 앉은 한 나그네가 상투를 벗어 내려놓고 술잔을 받아들였다.


" 맛있네. "

" 응. 정말 맛있지. 오늘은 달이 아름다워. "

" 아름답네.. 마치 너처럼. "

" ....! 시끄러워 ! 쿠소도리.. "

" 하하하하. 내가 너무 짓궂었나 ? "

" 됐어..! 한잔 더 받아. "

칼리는 키아라의 빈 잔에 술을 더 따랐다. 미소를 짓는 키아라를 보면서 칼리는 부끄러운듯 고개를 돌렸다.


" 오랜만에 왔는데 많이 달라졌네. 모리. "

" 오늘같은 날엔 분위기가 있어야 술 맛이 나잖아. "

" 호오.. 내가 온다고 해서 꾸민게 아니였구나 ? 의외네.. "

" 시끄러워.. 내가 널 위해서 왜 꾸미겠어 ? "


" 그렇긴하지. "

키아라는 얕은 미소를 띄며 달을 바라봤다. 칼리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면서 그저 밉다고만 느꼈다.


" 하아.. 그래. 요즘은 어떻게지냈어 칼리 ? "

" 그야.. 언제나 늘 똑같지.. "


" 여전히 그 일을 하는구나.. "

" 어쩔 수 없잖아. 그게 내 일인걸. "

" 그럼.. 내것도 받아가. 목숨은 많으니까. "


" 하지만 키아라.. "

" 상관없어. 칼리를 위해서라면 목숨 몇개라도 더 줄 수 있어. "

칼리는 이를 꽉 물고 조심히 키아라의 외투를 벗겼다. 깃털로 이루어진 망토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키아라의 기다란 머릿결이 칼리의 손에 느껴졌다. 달빛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주황빛을 뽐냈다. 한 3초동안 키아라의 머릿결을 만지던 칼리는 성급히 정신차리고 키아라의 옷을 벗겼다. 옷을 벗겨내자 키아라의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 옷은 굳이 벗겨야해 ? "

" 더러워지잖아.. 그리고 옷에 피튀기는 거 별로야. "

" 그렇다면.. 뭐.. "

칼리는 마저 옷을 벗겼다. 달빛이 키아라의 몸을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었으니, 칼리는 그 광경을 절대 놓치지않았다. 속옷에 감쳐진 풍만한 가슴은 칼리를 유혹할 뿐 이였다. 어찌저찌 이를 꽉 물고 버티며 윗쪽을 다 벗긴 칼리는 바지까지 벗겨야할지 말지 고민에빠져있었다.


" 아. 바지도 벗어야해 ? "

" 버..벗어도 상관없어. "

" 그럼.. 뭐.. "

키아라는 바지 단추만 풀어 누웠다. 칼리는 조심스럽게 누워있는 키아라에게 다가가서 바지를 마저 벗겼다. 바지를 벗기고 팬티까지 벗긴 뒤, 칼리도 옷을 벗었다. 가슴 아래에 있는 큰 리본을 풀자 무방비한 가슴이 드러났다. 칼리는 약간 부끄러운지 고개를 살짝 돌리고 옷을 벗은 뒤 뒤에 가지런히 정리해놨다.


" 자.. 시작할게. "

" 응. 이거 안아픈거지 ? "

" 어.. 좀 아플거야. "

칼을 꺼내고 키아라의 몸 위에 올라타서 키아라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달빛으로 인해 그림자가 졌지만 오히려 그게 칼리를 더욱 자극할 뿐 이였다. 칼리는 칼을 집어던지고 키아라의 입술에 키스했다. 키아라는 약간 당황한 듯 했으나 칼리의 키스를 받아줬다.


" 하아.. 미안해.. 미안해 키아라.. "

" 괜찮아.. 마저.. 할까 ? "


" ...좋아. "

" 하아.. 칼리.. "


칼리는 굶주린 짐승처럼 키아라의 몸을 탐했다. 키아라는 그런 칼리를 그저 인도했을 뿐이고 칼리는 그걸 따라서 더욱 깊게 키아라의 몸을 원했다.


" 키아라..키아라.. "

" 칼리.. 짐승같이 굴지 마. 시간은 많아...! "

" 미안..미안해애.. 하지만.. 너무 오랜만.. 오랜만이야.. "

" 칼리..!! "

칼리와 키아라는 더욱 달아올랐다. 서로의 온기가 전해졌다. 서로의 땀이 흘러내렸다.


" 오늘따라 많이 화끈한데 ? "

" 너 없는동안.. 얼마나 외로웠는데. "

" 이번은.. 꽤나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긴 했지.. "

" 그동안의 벌이야.. "

" 칼리 !!.. "

그저 서로의 몸을 탐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부엉이는 울고, 달빛은 환하게 비췄으며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하지만 칼리와 키아라에겐 그런건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오직 서로를 탐한다는 그런 욕망이 가득했다.


" 사랑해 칼리.. "

" 나도.. 키아라. "

" 키스해줘 칼리.. 더이상 아무생각 안나게.. 오직 너 하나만 생각나게 해줘 "

" 키아라..! "

칼리의 키스는 야성적이였다.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숨을 고를 틈 조차 주지않았다.


" 하아..하아.. 칼리.. "

" 키아라.. 미안.. 너무.. "

" 아냐.. 더 해줘.. "

계속해서 사랑을 나눴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흘러내린 머릿결 사이로 보이는 잔뜩 흥분해서 붉어진 얼굴들. 수없이 마찰되어서 이미 땀으로 흥건한 서로의 다리. 하지만 멈추지않았다. 지칠 때 까지. 서로가 서로의 몸을 원했다.


" 칼리.. 이대로 목숨을 가져가줘.. "

" 뭐..?! 안돼 키아라.. 그건.. "

" 제발.. 부탁이야. 지금 이 순간에.. 죽음과 쾌락을 느껴보고 싶어. "

" 키아라.. 하지만.. "

칼리는 키스를 멈추고 키아라를 바라봤다. 키아라는 확고했다. 그리고 달아올라 있었다.


" ...알았어.. "

" 키스해줘.. 깊게.. "

" 고통도 못느끼게 해줄게.. "

칼리는 키아라에게 키스하는 동시에 칼로 자신의 등을 찌름으로써 키아라의 심장까지 관통되게 했다. 칼리는 고통을 공유하기 위해서 키아라와 같이 찔리기로 했으나.. 칼리에게 들어오는 건 키아라의 목숨 하나 뿐 이였다. 그렇게 키아라의 숨을 거뒀다.


" 키아라.... "

" ..... "

" 젠장..젠장젠장.. 지금 하는게 아니였는데.. "


칼리는 온기없는 키아라의 몸에 안겨서 흐느꼈다. 정신없이 흐느끼고 울고 절망하고 소리쳤다. 아무리 키아라의 목숨이 여러개라고 한들 살아나는데에는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몇년만에 만난 사랑을 몇시간 내내 같이 즐긴 사랑을 몇초만에 생명과 온기를 앗아갔으니.. 돌아올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공허함이 그녀를 감쌌다.


" 젠장.. 키아라.. 제발.. "


" ..... "


" 키아라.. 빨리 일어나.. "

하지만 키아라의 몸엔 온기가 다시 돌진 않았다. 그저 차가운 몸이 칼리의 몸에있는 온도를 점점 앗아갈 뿐 이였다. 칼리의 등과 가슴에 난 상처는 아물었지만.. 키아라의 가슴에 생긴 상처도.. 아물었다.


" 상처.. 어디갔지..? "

키아라의 몸에 점점 생기가 돌아왔다. 키아라 몸에 있던 온기도 살아나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뜨거워지고 몸이 점점 따뜻해졌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몸에 안겨서 울고있는 칼리를 덮쳤다.


" 이번엔 내가 공격이야. 칼리. "

" 키아라..?! "

" 그거알아 ? 불사조는 부활 한 직후 힘이 가장 넘친다고 했어. 오늘 밤은 달이 내려갈 때 까지 안멈출거야. "

" 아..안돼 키아라..!! "

밤새 키스하고 깨물고 키스마크를 남기고 핥고.. 손을 잡고 등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서로에게 사랑을 나눴다. 날이 밝아지면서 칼리는 점점 쓰러질 지경이였으나 키아라는 힘이 넘쳐났다. 하지만 칼리를 위해 멈춘 키아라는 칼리를 안고 침대로 들어섰다.


" 오랜만에 이렇게 화끈하게 했네. "

" 응.. 몸이.. 뻐근해... "

" 난 아직도 더 할수 있는데. "

" 이따가.. 일어나면 하자. 지금은.. 잠좀 자고싶어.. "

" 그래. 같이 자자. 사랑해 칼리. "

" 나도.. 사랑해 쿠소도리. "

칼리는 생각했다. 술 한잔으로 시작 된 이야기가 사랑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죽음까지 갔다. 하지만 죽음끝엔 사랑이 있었고, 사랑끝엔 술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저녁이 되면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다시 달을 바라보며 술 한잔을 걸칠것이라고..



그리곤 밤이 찾아왔다. 아름다운 달이 또 한번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의 달은 뭔가 이상했다.


" 어..? 칼리. 저걸 봐. "

" 달이.. "

" 갈라지고 있어. "

달이 반으로 갈라지는 걸 보았지만.. 달은 멀쩡했다. 그저 갈라지는 것 처럼 무언가를 갈랐을 뿐 이였다. 칼리와 키아라는 누군가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방엔 둘 뿐만이 아니였다.


" 실례하지만.. 잠시 잠들곳이 있는지 ? "


"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인지.. "

" 이거, 실례했군요. 저는 떠돌이 사무라이 시라카미 후부키 라고 합니다. "

" 이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

" 네. 실례하겠습니다. "

키아라는 혼자남게 되었다. 오늘 밤은 사랑을 나누긴 힘들 것 같다 생각해서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키아라는 회상했다. 어젯 밤 지친몸을 이끌고 자신이 그토록 보고싶었던 연인 곁으로 돌아와서 연인이 따라주는 술을 들이킨 후 연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끔찍이 아름다운 달빛이 연인을 비추고 있었기에 욕망을 참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내.. 사랑을 나눴다. 그리곤 죽었다. 죽어있는 그 시간속에서 큰 절망을 느꼈다. 자신의 일시적인 죽음으로 사랑하는 이가 슬퍼하고 있었으니. 괴로웠다. 바라만 볼 수 없었다. 키아라는 어떻게든 일찍 부활했다. 그녀가 부활한 것 중에서 가장 빠른 부활이였다.


" 키아라..? "

" 응 ? 왜불러 칼리 ? "

" 아니.. 오늘은 안떠나는구나 싶어서.. "

" 아아. 응. 당분간은 안떠나. 그리고 너랑 즐겨야하는 시간도 있어야지. "

" 키아라.. "

" 너무 달콤했나 ? "


칼리는 양 손으로 키아라의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오늘의 달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오늘의 술도 달콤했다. 그리고 어제받은 생명은 여전히 불타올랐다. 그녀의 몸 한구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