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일상의 붕괴」 보러 가기


2화 「구세주 등장」

"하아…… 하아……

(진정해 와타메! 들키면 끝이야…!)"


와타메는 지금, 몬스터를 피해 숨어있어.

갑자기 게임이 시작했나 싶더니, 늑대가 덤벼들어서…

어떻게든 도망쳐 큰 바위 뒤에 숨었지만…


크르르르르


"(얼른… 얼른 멀리 가버려라…!)"


전혀 가주질 않아… 이쪽의 위치는 들키진 않았지만, 냄새로 아는 것 같네…

이대로라면 들키는 건 시간 문제…


"(어쩌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반쯤 패닉 상태에 빠진 와타메의 뇌에는 이 궁지를 벗어날 방법같은 게 떠오를 리는 없었고, 그저 시간은 흐를 뿐이다.


이대로 저 놈이 와타메의 냄새를 맡고, 놈이 나를 발견하면… 역시 양은 먹힐 운명인 거구나……

평소라면 리스폰하겠지만, 지금만큼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뭔가… 몸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어.


"(먹힐 거라면 저 늑대가 아니라, 보탄짱한테 먹히는 게 낫지… 랄까나…)"

"나 외의 놈이 와타메에를 먹으려고 한다니, 역시 용서할 수 없지?"

"에?"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려고 하는 순간 늑대의 머리가 바닥에 쳐박혔다.


"와타메에, 다친 덴 없어?"

"보탄짱…! 괜찮아! 고마워!"


보탄은 와타메를 상당히 신경 써주는 듯, 허리가 빠진 와타메 옆에 앉았다.

"(완전 구세주 보탄짱이었네…)"


"보탄짱 대단했어~ 그렇게 높게 뛰어서 내려찍기를 하다니."

"뭐 사자니까. 이 주변은 맡겨두라구!"


사자라는 건 그렇게나 높이 뛸 수 있던건가…? 아니 그보다, 사자라면 내려찍기보단 손톱이나 이빨을 쓰는게…?

뭐어, 내려찍기도 위력은 발군이었고 한 방에 쓰러뜨렸으니 됐나. 역시시로*인 거네…


*역시 + 시시로



"저기 보탄짱,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하지 않아?"

"으음… 앞으로 조금만 더 기다리자."

"에? 왜?"


체력도 회복했겠다, 다른 멤버를 찾으러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에…


"아까 내가 늑대를 공격할 때, 높이 뛰어 올랐었잖아? 그러니까…"

"앗! 역시 보탄 짱이었어!"


보탄 짱이 말을 마치려고 하기 전에, 우리들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어.


"후우땅!"

"어라? 와타메도 있네."

"어쩌다가 여기로 온거야?"

"나는 아까부터 계속 나무 위에 있었어. 밑에는 몬스터가 드글드글하기도 하고, 위에서는 주변을 둘러볼 수 있으니까.

그랬더니 갑자기 보탄짱이 점프하는 게 보여서 이리로 왔어!"

"응. 그래서 나를 본 사람이 있다면 이리로 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출발하지 않은거야.

몬스터가 올 가능성이 있긴 해도 그럴 경우엔 내가 와타메에를 안고 도망가면 되니까."


역시나 보탄짱. 거기까지 생각했을 줄이야…


"나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누군가랑 합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돌아다녔어. 그랬더니 와타메에가 있었다는 거."


보탄짱이 와줘서 다행이야… 보탄짱이랑 함께라면 마음도 든든하고, 덕분에 후우땅이랑도 만났어.


"일단, 상황파악 후에 어디로 갈지 생각해볼까."


그렇게 보탄짱이 말하고선 맵을 연다.


"우리들이 지금 있는 건 여기고…"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해안이 나오는 것 같네."


우리들은 지도상으로 보면 동남동 방향에 있는 것 같네. 동쪽으로 일직선으로 가면 바다가 있어.


"해안이라면 주변이 다 보이고, 누군가 느긋하게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구?"

"그렇게 태평한 사람이 있을…것 같네."

"그래도, 해안에 어떤 몬스터가 있을 지는 모르니까 조심해야 해."


보탄짱이 말한 것처럼 해안에서 상어가 튀어나오거나 하는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

잠깐만… 보탄짱은 동물의 왕 사자 수인이고, 후우땅은 활을 쓸 수 있는 것 같고, 하프엘프라서 신체능력이 좋기도 하고…


"어라? 와타메만 못 싸우는 거네? …혹시 걸림돌인가?"

"…양이니까…"

"뭐어 만일의 사태가 일어난다면 내가 와타메에를 안고 도망갈게."


보탄짱, 듬직해…


"그러면 이쪽 해안을 향해 가는 거로 정해진건가? 와타메랑 보탄짱은 체력 괜찮아?"

"응, 괜찮아~"

"나도 괜찮아."


이렇게 와타메, 보탄짱, 후우땅은 바다를 향해 출발했답니다.


이 데이터는 필요 없어… 이 데이터는 아니야…

이 데이터는 쓸만할 지도…?


"초코센세, 뭐라도 좀 아시겠나요? 그리고 이거, 점심이에요. 오니기리 만들었어요."

"고마워, 루시아 님. 아직 해석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초코는 아까부터 쭉 컴퓨터를 쳐다본다. 여러 데이터를 모으고, 혼수 상태인 멤버들을 꺠울 방법을 찾고 있다.


"초코센세… 조금은 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니, 괜찮아."


쉴 여유따위 없어. 1분이라도, 1초라도 헛되게 쓸 순 없어.


"초코센세…"

"멜 님이 쓰러져있는 걸 발견했을 때, 나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죄책감이 들었어. 통화하고 있었는데…

바로 알아채지 못했어… 그러니까, 그만큼 갚지 않으면 안돼."


손을 멈추지 않은 채로 말한다. 루시아 님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서는 방에서 조용히 나간다.

루시아 님도 나름대로 걱정해 준 거겠지…


오니기리를 한 입 물고 다시금 컴퓨터를 쳐다본다.


그 일상을… 돌려받겠어.



"아무것도 없네…"


멜은 허허벌판에 서 있다.

눈을 떴더니 이곳.

처음에는 무서워서 쪼그려 푹 숙이고 있었지만, 이동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겨우겨우 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풀 하나도 자라지 않은채, 허무한 바람만이 지면을 쓸어간다.

주변이 잘 보인다는 수준이 아니다. 시야를 가리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몬스터가 하나도 안보여…"


아무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멤버는 고사하고 몬스터 한마리도 보이지가 않는다.

있을 수 있는 일인 건가? 안전 영역인가? 아니, 안전 영역에서 시작되는 건 이상해.


"…!!!!!"


돌연, 지면이 크게 흔들린다.

메마른 대지가 갈라지고 무언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멜까지 앞으로 몇 미터 남은 상황에서, 멜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뭐야… 저거…"


멜을 쫓듯 뛰어오른 것은, 비유하자면 고래 같은 몬스터였다.

엄청나게 크고, 멜을 삼키려는 듯 하고 있다.


"ㅇ, 일단은 도망쳐야겠어!"


이대로 하늘로 날아 도망치려 했지만, 멜은 그럴 수 가 없었다.

어떤 물건이, 멜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저…건…… 시온짱의…"


고래의 등에, 시온짱의 모자가 걸려 있었다.

희미하지만 마력이 느껴져… 모자가 날아가지 않게끔 마력으로 고정해둔 걸까나?

하지만, 마력을 느끼는 건 모자뿐만이 아니야… 애초에 왜 모자가…?


"…에?"


집중해서 마력의 흐름을 따라갔더니, 마력의 덩어리가 고래 안에서 느껴진다.

고래가 쓰고 있는 모자… 마력……


설마.


"…시온짱, 지금 구하러 갈게!!"


멜은 수많은 박쥐를 소환해, 고래를 감싼다. 그리고 그 수많은 박쥐들이 동시에 암속성 공격을 발사한다.

그러나, 고래는 금방 땅 속으로 숨어들어가 버렸다.


"(시온짱은 고래 안에 있어… 도망치면… 안되겠지. 일단 땅 위로 끌어 올려야만 해…!"


이번에는 박쥐를 한 점에 집중시켜, 멜의 분신처럼 만들었다.

가까이서 보면 단순히 박쥐가 모여있는 모양이지만, 고래가 있는 땅 위에서 보기에는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인기척으로 봐도 완전히 멜과 똑같기에, 그대로 박쥐분신을 지면 근처로 움직인다.


"(…………왔다!)"


고래는 바로 분신을 삼키려 덤벼들었다.

박쥐를 다시 마력으로 되돌려, 그 마력으로 지면에 결계를 친다.

이거로 땅 속으로 숨어들 수 없겠지… 그 다음엔 아까처럼 공격하면 돼…!


"시온짱을… 돌려줘어어어어!!!!"


다시금 공격해 고래의 체력을 깎아나간다. 점점… 약해져 가는 고래.

앞으로 조금이야… 라고 말하는 순간, 고래가 최후의 발악을 보여준다.


"…빨아들이고 있어!?"


고래는 커다란 입을 벌려 근처의 공기를 전부 마셔버릴 기세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공격에 집중하고 있던 멜은 금새 말려들어, 자세를 고쳐 설 틈새도 없이 고래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


"멜 선배! 다친 덴 없으세요?"

"클로에짱!?"


삼켜지기 직전, 클로에가 옆에서 뛰어들어 낚아채서 그대로 고래의 입을 밟고 뒤쪽으로 물러난다.


"구해줘서 고마워…! 하마터면 삼켜질 뻔했어…"

"아뇨아뇨! 그것보다 바로 앞에!"


고래는 땅 위에 누워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날뛰면 근처에 있는 것 만으로도 풍압으로 날아가버릴 거다.


"여기는 사카마타한테 맡겨주세요!"


그렇게 클로에가 말하고 가면을 주머니에 넣은 뒤, 어딘가에서 작살을 꺼냈다.

클로에는 직선으로 뛰어올라, 고래의 머리에 있는 힘껏 박아넣는다.


훌륭히 급소에 맞은 듯, 고래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범고래가 작살을 쓰는 게 이상하지만, 뭐어 쓰러뜨렸으니까 됐죠!"

"대단해… 핫,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시온짱을!"

"에? 시온 선배?"

"시온짱이 고래 배 안에 들어있어!"


멜이 금새 고래에게 달려가 어떻게든 하려고 하자, 클로에게 작살을 한 쪽 손에 쥐고 제안한다.


"사카마타가 고래 안에 들어갈게요. 멜 선배는 기다려 주세요."

"엣? 무슨 소리 하는거야!?"

"고래의 위장 위치도 모르고, 작살로는 해부도 안되니까요. 입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멜이 갈게!"


무리하려고 하는 클로에짱을 막으며 멜이 가려고 하지만, 몸이 휘청댄다.

아까의 전투에서 꽤나 힘을 소비해버린 것이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누시잖아요… 여긴 맡겨주세요! 괜찮아요. 이래뵈도 범고래라구요?"


멜이 뭔가 말하려고 하기도 전에 클로에는 입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클로에짱………

………시온짱을 부탁해. 무사히 돌아와줘…!"


그렇게 기도하고, 멜은 기다린다.



"우와아… 끈적끈적 질척질척이네요…"


사카마타는 멜 선배를 설득…이랄까 반강제적으로 놔두고 고래 입 안에 있어요.


"식도 너무 넓은 거 아니야…?"


고래는 기본적으로 작은 물고기를 먹기 때문에, 식도가 몸의 크기에 비해 좁아요.

하지만 이 개체는 몬스터라서인지, 식도가 넓은 것 같아요.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네~"


고래는 옆으로 누워 있으니 대체적으로 쭉 길이 뻗어 있지만, 액체가 넘쳐 미끄러지기 쉬운 듯 해요.


"…위험햇"


식도를 잠시 지나니 위장에 도달했어요.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아진 사카마타는, 순간적으로 작살을 바닥에 꽂아 그걸로 버텨냈어요.

작살이 없었으면… 위액으로 다이빙할 뻔했네요…


"(잠깐, 그러고 보면 시온 선배는…?)"


여기 있을 터인 시온 선배를 찾고 있자니, 위액 속에서 보라색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뭔가를 찾았어요.

혹시…?


"시온 선배!"


사카마타가 그렇게 소리치자, 위액 안에서 시온 선배가 나왔어요.


"클…로에, 짱…?"


시온 선배는 꽤나 약해진 모습. 그래도, 위액에 녹지는 않아서 다행이에요.


"시온 선배, 움직일 수 있으시겠어요?!"

"클로에짱… 쪽으로… 가는 거라면…"


시온 선배는 떠있는 상태로 사카마타 쪽으로 왔어요.


"미안… 이 뒤는 부탁해…"

"시온 선배!?"


시온 선배는 이 말을 남기고 정신을 잃었어요.

사카마타는 시온 선배를 업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해요.




"푸하앗! 드디어 나왔다아!"

"클로에짱!!"


식도를 통해 겨우 밖으로 나왔어요. 밖에서 기다리던 멜 선배가 사카마타를 껴안으려고 했지만,

흠뻑 뒤집어쓴 사카마타는 안아 드릴 수가 없네요.


"시온 짱은?"

"기절한 것 뿐이에요. 위액에 녹았다는 건 아니라 다행이지만… 꽤 약해지신 것 같아요."

"결계로 위액에 닿지 않도록 한 걸거야. 일단은 일어날 때까지 여기다 눕혀두자."


주변을 경계하면서 사카마타와 멜 선배는 시온 선배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어요.



………

이 게임, 꽤나… 위험한 것 같네요.

- 3화에 계속


번역 귀찮아~~~

멤버별 말투도 생각해야 하지, 칭호랑 존댓말도 써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