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작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고있으며, 홀로멤들의 사망 등의 내용들을 포함하고있습니다. 이런 내용이 거북하신분들은 뒤로가기해주세요.


※ 특정 멤버에 대한 악의는 전혀 없으며, 단지 비극적인 표현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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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xx/04/23 보탄이 죽었다. 

 보탄은 폴카와 함께 우리들의 식량을 구하기위해 근처 마트로 숨어들어갔지만, 돌아온건 정신이 피폐해져버린 폴카 혼자뿐이었다. 분위기 메이커였던 폴카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게됐다. 충격으로 기절해버린 라미를 간신히 침상에 눕히고 배낭에 들어있던 물을 꺼내 폴카의 입에 겨우 흘려넣어주고나서 간신히 들은 이야기로는, 마트의 냉장고가 폭발했다고 한다. 아마 부비트랩이었던것같다고 했다. 그래도 폴카는 남은 우리들을 위해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배낭을 채워온것 같았다. 이제는 울지도 못하는 폴카를 끌어안고 나는 밤새 울었다.



- 20xx/04/25 라미가 다른사람이 되었다.

 정신을 겨우 차린 라미에게 폴카에게 들은 얘기를 전해줬다. 라미는 입도 열지않고 고개를 숨긴채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시간 뒤, 라미는 눈물을 닦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돌아온 라미의 머리카락은 짧게 삐뚤빼뚤하게 잘려져있었다. 너무나도 놀란 나는 라미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으나, 라미는 '방해되니까' 라는 대답뿐이었다. 그 이후로 라미는 마치 다른사람의 영혼이라도 씌인것처럼 무뚝뚝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결코 우리들에게 거칠게 굴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날이 서있는 모습에 난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폴카는 계속 잠만 자고있다. 아니, 잔다기보다는 침상에서 꼼짝하지 않는걸로 보이지만, 딱히 말을 걸진 않았다. 전혀 먹지도, 화장실도 가지않기에 걱정된다.



- 20xx/04/30 수도가 끊겼다.

 우리가 지내고있는 병원건물은 보탄이 안내해준 건물로, 보안시설도 좋았고 어느정도 물자도 있었기에 우리 네명이 생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던 곳이었다. 그런데 오늘 오전부터 물이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건물에 있는 모든 수도가 멈춘걸 보니 공급자체가 멈춘것같다. 식수는 폴카가 가져온것이 남아있기에 당장 곤란하지는 않지만, 그 외에도 생활수가 없으면 아무래도 불편하다. 폴카와 라미와 함께 의논한 결과, 물이 나오는 건물을 찾아 거점을 옮기기로 했다. 오늘 짐을 정리했고, 내일 아침 출발할거다.



- 20xx/05/01 좀비를 봤다.

 예전 뉴스에서 감염자라고 했던 그거같았다. 나는 바보라 어려운말은 하나도 못알아들었지만,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뇌를 다치게 되서 좀비처럼 행동하게 된다고 했다. 길바닥에서 아저씨가 몸을 뒤틀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걸 보니 그게 맞는거같았다. 저 바이러스때문에 인류의 대부분이 죽었고, 우리처럼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타인을 피해가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 감염자를 멀리 피해서 다음 블록으로 향했다. 작고 낡은 구형 아파트건물이 있었고, 수도와 전기를 확인한 뒤, 거점으로 쓸 방을 하나 정해 깨끗히 청소했다. 걸레는 라이터로 태워버렸다.



- 20xx/05/08 밤에 누군가 와서 문을 두들겼다.

 우리 셋은 약속이나 한듯 숨죽인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라미는 조용히 현관문에 달린 작은 확대경을 들여다봤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라미에게 들은 말로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했다.



- 20xx/05/11 믿고싶지 않다.

 앞으로의 식량, 일용품등을 구해올만한 장소를 찾기위해 셋이 함께 근처를 탐색하던 중, 우는듯하면서도 화내는듯한 소리를 내는 여성 좀비를 봤다. 하지만 우린 그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수밖에 없었다. 분홍빛 머리카락에, 이젠 더러워져 원래 색을 알아볼수 조차없는 무녀복을 입고있었다. 난 그날 밤 소리를 죽인채 울다 잠들었고, 악몽을 꿨다.



- 20xx/05/27 게임.

 이젠 주변 건물을 탐색하는 생활도 익숙해졌고 잠긴문을 따는 등의 손재주도 늘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오늘 기적적인 물건을 발견했다. 작동이 가능한 닌텐도 스위치였다. 그날 밤 우리 셋은 함께모여 게임을 했다. 분명히 말해, 즐거웠다.



- 20xx/06/03 헬리콥터가 날아왔다.

 정적이 익숙해진 우리에게 헬리콥터가 날아가는 소리는 무척이나 크게 느껴졌다. 난 SOS 신호를 보내기 위해 바로 나가려했지만, 폴카는 이상하다며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 우리 머리위를 날아가듯 낮게 날아가던 헬리콥터는 그대로 점점 더 낮아지더니 우리 위치로부터 약 200미터 정도 떨어진곳에 추락해버렸다. 폴카가 얘기하길, 구조헬기는 확성기로 안내방송을 하며 날아다닌다고 한다. 헬리콥터 운전자도 감염자였던걸까.



- 20xx/06/10 라디오가 잡혔다!!

 오늘 주워온 라디오의 주파수를 열심히 돌렸더니, 생존자들에게 보내는 재난안내방송이 잡혔다! 그 방송은 미리 녹음해둔 방송을 반복해서 하루종일 틀어주는것같았으며 생존자들을 위해 대피시설, 구조절차 등을 안내하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중요한 내용들을 받아적고 있었다. 그런데 유심히 듣던 라미가 얘기했다. '이거, 루이네 목소리 아냐?' 라디오 음질이기에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그 특유의 억양과 목소리는 루이네와 많이 닮아있었다. 그리고 그 방송의 끝부분의 멘트에 우린 확신할 수 있었다! '본 방송은 비밀결사 HoloX가 보내드립니다.' 마지막 멘트를 들은 라미가 멘트가 촌스럽다면서 오랜만에 꺄르륵 웃었고 나와 폴카도 함께 눈물나게 웃었다.



- 20xx/06/12 여행 준비

 루이네가 라디오로 안내해준 대피시설은 현재 우리 거점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다른 이동방법이 없는 우리는 주변에서 대충 사용가능한 자전거들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자전거로도 하루이틀안에 도착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게다가 가는길이 안전하지 않을수도 있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 셋이라면 반드시 대피시설까지 도착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오늘 각자 배낭을 채웠고, 내일 해가뜨면 출발할거다. 보탄, 우리 앞길을 지켜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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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안오고 그래서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써본 잡설...


쓰다가 중간쯤부터 스스로도 왜 이딴걸 쓰고있지 싶었음


다음엔 행복한 내용 써올께요 ㅈㅅ;;


사실 뒷부분이 좀 더 있었으나 영 뒷맛이 안좋아서 잘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