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당신의 코를 저며온다.

그러나 당신은 물러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물러날 생각을 했다 할지라도 알 수 없는 영향으로 그 생각이 덮어씌워진다.

당신은 홀린 듯 계단을 내려간다.

포식자의 아가리와도 같이, 끝점이었던 어둠이 점점 커져가고, 이윽고 당신을 집어삼킨다.

뚜벅, 뚜벅, 공동에 울려퍼지던 당신의 발소리도 이내 어둠 속에 갇혀 잔향을 잃는다.

당신은 챙겨왔던 라이터를 켠다.

말라붙은 핏물이 손바닥 형태로 벽에 묻어있다.

당신은 생각한다. 이것은 피묻은 손을 닦아낸 것인가.

그러나 손가락의 끝이 모두 당신이 걸어온 계단 위를 향해있다.

그제야 당신은 깨닫는다.

이 핏자국들은 여정이 실패하고 탈출하지 못한 당신의 말로라는 것을.

당신은 더욱 깊숙히 들어가, 어느덧 계단의 끝에 다다른다.

당신이 처음 마주한 [사물]은 썩어문드러져 반쯤 기울어진 나무책상이다.

나무책상 위에, 도끼가 올려져있다.

날의 끝에 하늘색 리넨이 핏물을 머금고 나풀거린다.

도끼 옆에는 반쯤 우그러진 엽서가 놓여있다.

당신은 라이터를 비추어 엽서를 펼쳐 읽는다.


[메인터넌스 실패]


당신은 침을 삼키지만, 여전히 목 언저리는 무언가 걸린 듯이 따갑고 간지러우며 답답하다.

당신은 무심결에 도끼를 바라본다.

당신은 도끼의 주인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날에 맺힌 핏자국을 따라 손잡이를 바라본다.

쇠에 물들지 못한 핏물이 머금을 곳을 찾아 손잡이로 이어져있다.

갈라진 나무손잡이 틈새로 스며든 핏물 속에서, 당신은 짐작하던 이름을 찾는다.


すいせい


어둠 저편에서 저벅이는 소리가 점층한다.

당신은 요동치는 가슴의 고동이 이 암실에 퍼져나가는 것으로 착각하며 가슴을 짓눌러보지만, 점층하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당신은 이제 선택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