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만 작성했으니 보기 거북한 사람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셈.



개인적인 사정으로 눈썹을 휘날리며 하루를 보내다, 오늘을 보내기 전 꼭 내 감상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 키보드를 꺼냈음.

오늘 아이리스 한정 굿즈도 구하고, 아이리스에게 트윗의 좋아요도 받아보는 등 좋은 일이 분명 가득했지만,

내가 이렇게 행복했던 건, 내가 왜 아이리스를 좋아하는지 드디어 깨닫게 되어 너무 행복함.


다들 각자의 오시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 홀챈의 인원 수만큼 더 나아가 홀로라이브를 보는 사람의 개수만큼 있을 것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말로 설명하자면 도저히 설명되지 않았음. 왜냐하면 여태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의 모습이랑 너무 달랐거든.


야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사람은 최악이라 생각하고, 실수가 잦은 사람을 싫어함. 

특히 머리에 뿔을 달고 있는 전형적인 "중2병 아니메 캐릭터"는 내 취향이 분명 아님. 또, 난 지독한 얼빠이기 때문에 아이리스 데뷔 때 "캐릭터 진짜 이상하게 생겼네."라는 생각에 절대 내 오시는 아닐 거라 생각했음.


하지만 희망은 가장 힘든 순간에 온다는 아이러니가 전염된 걸까, 내가 가장 취향이 아니라 생각한 멤버가 내 오시가 되어버렸음. 심지어 내가 첫눈에 반한 순간은 "가상 유튜버에게 돈 쓰는 것은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에 가장 심취해 있을 때였음.

그 당시 유튜브 알고리즘이 억지로 보여준 아이리스의 3번 데뷔 실수를 보며 첫 눈에 반해버렸음.


이후로 모든 방송들을 조금씩 찾아보며, 생방송에 처음 챗팅에 참여해보고 전공이 아닌 유튜브 영상에 아무도 보지 않을 덧글을 달기 시작했음. 그러면서 나 혼자만의 즐거움이 아니라, 아이리스가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갔음.

유튜버로서 가장 큰 즐거움은 큰 수익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굿즈들을 2세트 이상씩 구매하기도 했었음.

하지만 혼자의 힘으론 난 한정적이기 때문에 머리 수를 늘릴 필요를 느꼈음. 


그래서 아카라이브와 각종 커뮤니티에서 아이리스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기도 했었음. 물론, 한번도 엔터테이먼트 계열에서 일해본 적도 없고, 그런 감각조차 없던 사람이기 때문에 "온전한 내 노력"만으론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음.


부끄럽지만 나는 굉장히 엔지니어적인 시점으로,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선 "그림"이 필요하단 결론에 이르렀음.

지금도 그림 학원을 다니며, 내 실력을 쌓아가고 있지만 역시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이 필사의 노력이 아닌 취미 활동만으로 괄목할만한 결과를 내는 것은 비효율을 넘어 무가치한 수준이었음. 그래서 내가 사용가능한 재화인 돈으로, 다른 사람의 "그림"을 구매할 필요를 느꼈음.


하지만, 이 그림 구매를 위해 개인적인 경험으로 가장 싫어했던, 또 내가 가장 경계했던 SNS인 트위터에서 그림을 그릴 분들을모시기 위해 찾아 헤매고 있더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에, 가장 친밀한 모습으로 작가님들에게 접근했었음.

커미션 문화를 전혀 몰랐기에, 사기 당할 뻔하기도 하고 문전박대 당하기도 했었음. 

아무튼, 그 어려움을 겪었기에 지금 나랑 같이 작업하시는 좋은 작가님들을 모실 수 있었음.


하지만, 내가 아이리스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완성되는 그림을 볼 수록 "가상 유튜버에게 돈 쓰는 것은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음. "차라리 이 시간과 노력을 내 연구에 투자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텐데." 라던가, "이 시간과 돈으로 더공부한다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날 항상 괴롭히더라.


그래서 며칠은 아예 홀생을 끊고, 일에만 몰입해서 다양한 연구 과제들을 수주하기도 하고 미친듯이 일만하기도 했었음.

하지만, 일에 몰입하면 몰입할 수록 아이리스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졌었음. 내가 방송을 안 보는 동안, 내가 놓친 소식은 없을까. 혹시나 중대한 공지는 없었을까, 내가 올리지 못한 트윗을 없었을까 등등의 고민의 고리는 길어지지 끊어낼 수 없더라.


하지만, 이 고민의 원인은 결국 "내가 왜 아이리스를 좋아하는지?"라는 자아성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뿌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고민의 골은 깊어지기만 하더라.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답을 찾지 못해 이미 좋아한다는 감정을 포기할 수 없는 내가 겁쟁이이기 때문에 안고 간다는 잠정적인 도망을 선택해버렸음.


하지만, 오늘 2주년 방송을 중계하기 위해 처음으로 취미 생활을 모르는 친구에게 내 취미를 공유하며, 중계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왜 좋아하는지 깨달음을 얻었음.


내가 싫어하는 취향은, 내 스스로를 닮았기 때문에 싫어했던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리스는, 아이러니하게 나랑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기에 좋아했다는 것이었음.


어떤 부분에서 닮았다고 생각하냐면 노력파란 거였음.

아이리스는 주변 상황들이 분명 힘들고 지치게 하며 또 심한 악플들도 있었을텐데, "아이리스"라는 캐릭터를 위해, 또 "모두가 즐거워하는 방송."이란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 모습이 나는 너무 좋은 거 같아.


다른 멤버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소리가 전혀 아님. 

내게 아이리스의 노력이 특별한 이유는 자신의 노력을 막는 자잘한 실수들과 알 수 없는 환경의 방해등에도 군소리 없이하는 모습이 이전의 노력해왔던 내 모습이 보여서 좋아한다는 거였음.


그래서, 결국 사람들이 아이리스를 좋아하게 하기 위해선, 내가 나 자신을 좋아하고 나 자신을 사람들이 좋아하게 해줘야한단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역시 해낼 거 같단 자신감도 얻었음.


왜냐면, 아이리스는 나보다 더 뛰어난 노력파니까.


다들 오시랑 좋은 사랑하고 난 자러감.

오늘 하루는 아이리스 청초한만큼 푹 자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