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한 통의 편지가 왔다.

 

-푸리나씨에게-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요즘 푸리나씨가 무대에 돌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폰티날리아 축제에서 푸리나상을 받은 [장미와 화승총]을 아이들과 같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감독님이 푸리나씨더군요.

그 영화는 정말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죠, 제가 이번에 이 편지를 쓴 이유는 다름 아니라 사과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신문으로 느비예트씨가 발표하신 내용을 봤습니다.

그래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사과와 감사의 뜻으로 가볍게 티타임이라도 즐기고 싶군요.

물론 거부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저지른 무례가 있으니 오지 않으시겠다고 하셔도 이해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카페・뤼세른에서 12시쯤에 기다리겠습니다.

 

추신: 케이크는 제가 직접 만든 것이니 꼭 드셔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를레키노 올림-

 

“....”

 

손이 떨려오고 숨이 가빠진다.

잊고 싶었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내주소는 어떻게 알고...”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두렵다.

나는 그렇게 침대에 숨어서 한동안 죽은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가 계속 눈에 들어온다.

계속 저렇게 두면 상할 텐데.

 

꼬르륵....

 

으윽.. 하필이면...

집에는 먹을 수 있는 건 많이 있지만 계속 두면 상할 테니까 어쩔 수 없이 먹는 수밖에 없겠다.

절대로 다이어트 때문에 집에 디저트가 없어서 먹는게 아니다.

 

“도..독이 들어 있는 건 아니겠지?”

 

꼭대기에 있는 딸기를 꼭 찔러서 과즙이 나오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봤다.

평범한 딸기 쇼트케이크이지만 딸기를 꿀에 재워뒀는지 달달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고 생크림도 쫄깃한 식감에 깔끔한 맛이었다.

 

“쓸데없이 잘 만드네.. 짜증나게...”

 

 

다음날

 

 

카페・뤼세른

 

“오셨군요, 푸리나씨.”

 

“아..안녕...”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나의 손은 여전히 조금씩 떨리고 있다.

 

“정말로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를 드리죠, 좋아하는 것으로 주문하시죠, 제가 사겠습니다.”

 

“어.. 그럼 커피 한 잔 부탁 할게..”

 

조금 뒤 커피가 왔다.

나는 조금씩 홀짝인다.

 

“얘기라도 할까요? 어제 드린 케이크는 맛있게 드셨나요?”

 

“어.. 그건 맛있게 잘 먹었어...”

 

“다행입니다, 벽난로의 집 아이들 중에 제빵에 관심 있는 아이가 있어서 같이 만들어 본 겁니다, 한 조각은 푸리나씨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우인단 일이 바빠서 기회가 많이 없었거든요.”

 

“응...”

 

나는 대답도 잘 못 하면서 커피만 홀짝일 뿐이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제가 이렇게 시간을 내서 푸리나씨를 보러 온건 편지에서도 말했듯 사과를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녀의 말투에서는 한없이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

불의 신의 눈을 가지고 있는 것과 모순되게 그녀의 입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이 나오고 있다.

일말의 정도 없을 것 같은 말투, 예의를 차려서 말하고 있지만 그 말투는 내 등을 서늘하게 만든다.

 

“그날 습격했던 일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역시 이 여자였다.

그날 나를 습격했던 사람은

 

“그날, 내가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는지 알아? 난 폰타인을 예언에서 구할려고 500년 동안 모든 수단을 동원했어, 내가 죽으면 폰타인을 구할 수도 없으니까, 난 그 책임을 짊어지고 모두를 위해 노력했어.”

 

눈시울이 조금씩 붉어진다.

감정이 격해지고 목소리가 올라간다.

 

“그래서 그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어 내 500년간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뿐만이 아니라 폰타인의 모두가 죽어버렸을 테니까.”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를 고발하셔도 됩니다.”

 

“됐어, 일 키워봤자 귀찮은 일만 더 늘어나게 될 거야, 사과, 받아줄 테니까 내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마.”

 

“알겠습니다, 그럼 이게 마지막 만남이겠군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그리고...”

 

“폰타인을, 아이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그 우인단 집행관은 내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간간이 그녀의 소식이 들려왔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래도 앞으로 악몽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일은 이제 없을 것 같다.


이번엔 여행자 없이 푸리나의 시점으로만 쓰여짐

2시간 동안 간단하게 씀

아를레키노와 푸리나의 접점이 없는게 아쉬워서 조금 써봄

해등절 소설은 아직 3일차 쓰는중 넘무 어렵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