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단 검거

 

“늘어나는 민초단, 이대로 괜찮은가

 

“민초단 세뇌 피해자 지난달만 44명, 되돌릴 방법은 없는건가

 

“신안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민초 양성반응, 사측은 극구 부인

 

 

 

“이번 민초단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는 여기까지입니다.”

 

부하놈이 와이셔츠의 연녹색 단추를 만지며 말을 뱉었다. 듣던 중 반가운 말이로군, 이 회의가 끝나간다는 말이니까. 회의라 해봤자 다들 이번 사건으로 민초단 잡으러 나간 터라 둘 밖에 없지만.

 

“그래서 뭔가 더 알아낸 것 없나?”

 

“최근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민초단들은 피아식별을 위해 항상 눈에 띄는 곳에 민트색 소품을 달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리고 민초 세뇌를 위해 납치하기 전에 타겟에게 민초색 물건을 건넨다고 하더군요.”

 

“민트색이면 민트색이지, 민초색은 또 뭐야?”

 

“…민초색은 민초색이라는 말만 반복하더군요. 세뇌 피해자의 증언인지라.”

 

하아, 민초단이 또…

역시 민초단은 사회악이고, 민초는 사라져야 할 물건이다.

그러기 위한 민초특별단속반이다.

 

 

“그래,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보고서를 책상 위에 툭 던지며 말을 뱉었다. 보고서의 민초 사진이 눈에 띈다. 망할, 토나올거 같네. 내부용은 흑백으로 뽑으라니까 말을 안들어.

 

“제가 맛집 하나 알아왔는데, 그쪽으로 가시죠.”

 

민철이 저놈이 이런건 또 빠삭하다. 전주에서 자라서 그렇지 맛집 하나는 기가 막히게 찾는다니까. 일이나 잘 할것이지.

 

“안내해봐.”

 

 

 

거리의 소리가 멀어져 가는게 느껴졌다. 이런 구석진 곳에 맛집?

 

“다 왔습니다.”

 

낡고 얼룩진 연녹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옹이나라

Since 2022~

 

오래된 식당이다. 이런 구석에서도 이렇게 오래 버텼다면 그만큼 맛있다는 말이겠지.

 

딸랑.종소리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내부는 낡았지만 더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 먼저 앉고, 민철이가 사장에게 주문을 넣는다. 뭘 먹을지는 저놈 픽에 따르기로 합의한 상태라 문제는 없다. 다만 대화가 길어지는걸 보니 둘이 친분이 있는 모양이다. 친화력도 좋지.

 

놈이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몇마디 잡담을 나누는 사이, 주인장이 밑반찬을 가져다 주었다. 푸짐하게 차려진 한상을 보니 마음까지 푸짐해지는 느낌이다.

 

그중 가오리무침이 눈에 들어왔다. 별 생각 없이 한입 먹어본다. 새콤달콤한 맛과 오독오독한 식감이 일품…

 

“윽!”

 

“왜 그러십니까?”

 

“아니, 별건 아니고 충치가 있다는걸 깜빡했지 뭐냐.”

 

“저런, 병원에 가보시지 말입니다.”

 

그리 말하며 잠깐이지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저 싸가지 없는 새끼.

 

“병원은 어제 갔다왔지. 보자, 충치약이 여기 어디 있을텐데…”

 

그리 말하며 가방을 뒤져보는 중, 머리에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퍽!

 

“뭐? 치약? 아따, 이놈이 지금 민초를 모욕한거냥께? 홍어무침 맛에 얼굴 팍 상해불 때부터 알아봤당께.”

 

아뿔싸, 여기 주인장이 민초단이였나 보다. 호랑이 굴에 제발로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나는 당했지만 민철이가 남아있다.

 

“아따, 우리 반장님이 입을 잘못 놀리셨구마 그랴. 처언~천히 갈라 그럈는디, 일이 이래 돼부럿어야?”

 

민철이 목소리다. 저놈도…민초단이였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기억들이 떠오른다.

 

와이셔츠의 연녹색 단추

‘항상 눈에 띄는 곳에 민트색 소품을 달고 다닌다’

보고서에 컬러로 인쇄된 민초 아이스크림

‘타겟에게 민초색 물건을 건넨다’

 

“너 이새끼…스파이…”

 

“나도 전향한지 얼마 안됐어야. 그래도 요즘 기술이 좋아서 민초화도 금방 끝나닝께 걱정 하덜덜 말드라고?”

 

그리 말하면서 놈은 내게 스마트폰 화면을 들이민다.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내 눈앞을 핑 돌게 하는 것이 느껴졌다.

 

“오오미, 이것이 내 생에 첫 민초화랑께!”

 

그것이 반민초파로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였다.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문다. 진한 초콜릿의 달콤함이 입안을 감싸고, 민트향이 과한 달콤함을 잡아주는 것이 느껴진다. 이 절묘한 밸런스, 어째서 지금까진 느끼지 못했을까.

 

“기분이 어떠십니까?”

 

민철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기분이냐고?

 

“인생의 절반을 손해본 기분이군. 나만 맛보기엔 아까운 맛이야.”

 

그래, 이런 훌륭한 맛을 나만 맛볼순 없지. 이 맛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한 민초단이다.

 

“바로 그겁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민초특별단속반부터 처리하죠. 반장님의 위치를 이용한다면 쉬울겁니다.”

 

옳은 말이다. 민초 단속반을 모두 민초파로 만든다면…‘민초화 계획’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밖으로 나왔다. 뒤를 돌아 가게의 간판을 한번 쳐다보았다.

눈이 트인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이전에는 얼룩으로 보이던 것이 올바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홍어나라

Since 2022~

 

 

가게를 나서면서 다짐했다.

 

믿는 자에겐 자비를, 불신자에겐 전도를, 배신자에겐 철퇴를. 그것이 우리 민초단이다.

 

세상 모든 이들이 민초를 맛보는 그날까지, 우리 민초단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fin.








첨에 소재 생각났을 땐 재밌을꺼 같았는데, 막상 쓰고 보니 생각보다 별로네;;;

필력만 좋았어도...ㅠ





ps. 저는 민초단도, 반민초단도 아닙니다. 그냥 주는대로 처먹는 처묵파에요


ps2. 저는 지역 차별주의자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화내지 말아주세요. 특히 신안분들... 저 잘하면 신안으로 출장가야 할지도 모른다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