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하라! 찬미하라!

신세계의 평등과 질서와 자유로움을 찬미하라!

찬미하라! 찬미하라! 찬미하라!


경배하라! 경배하라!

막강한 군대와 명예로운 군인들과 공정한 직장을 경배하라!

경배하라! 경배하라! 경배하라!


칭송하라! 칭송하라!

성평등을 추구하는 여성당과 가이아나 셀라딘 대통령 각하를 칭송하라!

칭송하라! 칭송하라! 칭송하라!




그런 소리가 스피커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다. 언제나 매일 아침에는 저런 소리가 스피커로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진다. 저 스피커에서 지껄여대는 소리 중 진실은 하나도 없다.


신세계는 평등하지도 않고 질서도 허술하며 자유롭지도 않다. 군대는 막강하지 않고 군인들은 명예롭지 못하며 직장은 공정하지 않다. 여성당과 그 대통령 가이아나 셀라딘은 성평등을 추구하지 않는다.


여력기원 74년, 이제는 모두 잊어버린 젠더 전쟁이 끝난 지 74년이 됐다. 나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74년 전에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



여력기원 74년

극동군구 역준고등학교


내가 버스에 앉았다. 버스 안에는 온통 여학생뿐이었다.


여학생들에게 노예를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고, 또한 사회에서 종종 필요로 하는 지식이 있는 노예를 기르기 위해 한 반에 한 명씩 남학생을 배치하는 것 외에는, 노예가 될 남성에게 사회의 주인이 될 여성들과 함께 지낼 권리를 주는 법은 없다.


우리 반에도 남학생이 하나 있다. 수치심을 주기 위해 노출도 높은 옷을 입혀 놓은 남학생 한 명. 난 그 녀석한테는 별반 관심이 있지 않다. 그게 살기에 편하니까. 교사가 맨 앞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다들 안전벨트 맸나요? 우리는 지금부터 조쿄국제공항까지 7시간에 걸쳐 움직일 겁니다. 중간에는 3번의 정차가 있을 예정이니까 멀미를 하는 친구는 미리 멀미약을 먹어 주세요."


학생들이 버튼 눌린 자명종처럼 대답을 뱉어냈다. 곧 버스가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박 21일에 걸친 수학여행이 시작되었다. 내 인생을 바꿔 놓을 마지막 수학여행.



신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축복받은 종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