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습니다.”


 귄터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되니츠의 머릿속이 새카맣게 변했다. 할 수 있다는 대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귄터의 표정은 어제 그 망설이던 함장의 표정이 아니었다. 벌써 공격에 성공하기라도 한 것처럼 밝고 해맑은 얼굴이었다.


 되니츠는 작전 계획서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임무형 지휘체계를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독일 국방군의 습성상 아랫사람의 작전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추천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귄터도 간단하게 말했다.


 “그냥 들어가서 때리고 나오면 됩니다.”


 “그것 참 간단하군.”


 되니츠가 한동안 고심했다. 명령을 내린 쪽이 오히려 명령의 합당성을 고민하고 명령을 받은 쪽은 할 수 있다면서 빨리 보내 달라고 방방 뛰는 매우 모순된 상황 속에서, 700톤짜리 1척의 유보트를 지휘하는 사람과, 유럽 전체를 석패한 대국의 해군을 총지휘하는 사람, 아예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계급이 차이나는 두 사람은 지금 입장이 전도되어 있었다.


 “좋네.”


 한동안 생각하던 되니츠가 자결을 승인하는 기분으로 작전을 승인해 줬다. 귄터 프린이 밖으로 걸어 나갔는데 걸음걸이까지도 경쾌하고 맑은 것이 어쩌면 정말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능성이 너무나 낮은 것은 사실이었다.


 밖으로 나온 귄터가 날짜를 확인했다.


 좋아, 할 수 있어.


 그가 자신의 유보트 U-47을 내려다보면서 생각했다. 지난번 독일 제국의 치욕의 상징이었던 스캐퍼플로우, 반백만 톤의 독일 제국 대양함대가 고스란히 가라앉아 버린 곳, 이제 그곳으로 고작 700톤의 유보트가 복수를 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