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피터 채널

 집안이 조용했다. 주인은 서포터들에게 끌려나갔고, 다른 차일드도 여러 이유로 외출 중이거나 각자의 공간에서 조용히 있었다. 항상 시끌벅적하던 집에 드문 일이었다. 그녀는 주인 몰래 콜라와 감자칩을 꺼내 바닥에 놓고 케이블에서 샛별이가 나오는 방송을 틀었다.


'싸우지 말아요!'


 딸이 부부싸움 중에 끼어드는 장면이다. 메티스는 눈썹을 찡그리며 채널을 돌렸다.


"별일이군."


"앗!"


 뒤에서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이어트를 선언했던 소녀가 야식 먹다 걸린 것처럼 화들짝 놀라 뒤를 보았다. 모자가 인상적인 중년의 남성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당신이 여기는 왜?!"


"내가 사는 집인데 뭐가 이상한가."


 볼품없는 집이지만, 이란 사족과 함께 주피터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지, 그런 걸 좋아했나?"


"무슨 상관인데..."


 그녀는 달아오른 뺨과 함께 감자칩과 콜라를 뒤로 밀었다.


"당연히 상관은 없지. 그냥 항상 먹던 거와 많이 달라서 좀..."


"...좀, 뭐가 어때서."


 항상 대기업 회장 손녀처럼 우아하게 다과를 즐기는 그녀의 처음보는 모습에 주피터는 슬쩍슬쩍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딱히 뭐가 어떻다고는 안 했는데. 혹시 뭔가 찔리는 구석이라도?"


 함부로 생각을 읽지 않겠다는 맹새를 깰 필요도 없이 그녀는 주피터의 의도를 지나치게 잘 깨달았다.


"아무에게도...말하지 마..."


"뭘 말이지?"


"놀리지 마! 그냥! 그...!"


 뜨거운 김이 목젖까지 올라온 메티스의 모습에 주피터는 실소를 참지 못했다.


"그 나이의 평범한 소녀 같아서 보기 좋은데 왜 그러나."


 메티스는 소파 옆에 있던 쿠션을 집어던졌고, 웃느라 정신없던 주피터의 모자에 명중했다. 주피터의 모자가 땅에 떨어졌다.


"앗!"


"하하, 알았네, 알았어. 자네의 비밀은 내가 소중히...잘..."


 조금 진정된 주피터는 메티스의 시선이 기묘하게 약간 위로 향한 것을 깨달았다. 눈보다 더 위, 이마보다 조금 더 위, 그 광활한 평야.


"아..."


"..."


 평생 연애경험 없는 두 남녀의 맞선자리보다 더 어색한 공기가 실내를 장악했다. 메티스의 시선은 정수리의 반들반들한 곳에서 떨어질 줄 몰랐고 주피터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었다.


"비긴...비긴 걸로 하자. 아니, 저, 못본걸로 할테니까..."


"그...래."


 주피터가 힘겹게 대답했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모자를 집어 치부를 가린 주피터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메티스만이 홀로 남은 거실에 TV 속 샛별이가 말했다.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