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하지마~"

 

돌아온 대답은 .


"싫어."



그때 나는 살짝 머엉- 때렸던것 같아. 

여자애들하고 놀면서 등짝도 엄청 맞아보고, 장난도 그정도로 많이 쳤기에 익숙해졌다 생각했지만 그 때 만큼은 정말 어이가 없었어.

너무 당당하다 해야 할까나? 싫어- 라고 이렇게 틱틱대며 꼬집는 아이는 처음이었거든. 


"아... 아라써...!! "


두리뭉실하게 무마하고, 찌푸린 표정을 피고 웃으며 넘겼어.

나름대로의 장난이었단걸 알았지만 기분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

이상한 기분이었어.



그렇게 첫?! 짝꿍으로서의 만남을 하고난뒤, 얘하고 난 꽤 친해져 갔어. 서로 집에 키우는 동물 이야기를 하며 웃기도 하고, 좋아하는 주제도 몇개는 겹쳤던것 같아. 

물론, 그 와중에도 심술궂은 장난은 계속했어. 물건을 가지고 도망간다거나, 조금만 맘에 안들면 틱틱대며 꼬집는다던가.


아, 물건 가지고 도망간 얘기 하니까 떠오르네.

걔가 내 물건을 가지고 여자화장실로 도망갔거든. 

도망가자마자 나는 쫒아가다, 여자 화장실 앞에서 멈칫했고, 

"야아아..." 하면서 화도 못내고 있었어.


그러다 지나가던 장난기 많은 남자애가 걔한테

"야! 너 00이 좋아하냐?" 라며 놀렸고,

결국 걔는 마지못해 나와서 물건을 돌려줬지.


그러고 나서 반에 돌아간뒤 수업시간,

또 웬지 모르게 허벅지를 꼬집혔던 기억이 있네.



이야기가 조금 샜나, 하여튼. 그렇게 중요한 얘기는 아니야.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중 하나일뿐이니까. 분명 아직도 기억나지 않은 그때만의 소중한 추억들과 경험들이 남아있겠지만 ,결국 기억나는건 기억나는것 대로, 잘 간직해서 바로 얘기 해야겠지. 그러려고 여기 온거니까.


기억을 돌이켜 보자면... 체육대회 때였을거야. 

여름의 풀내음이 가시고 바싹마른 낙엽냄새가 풍겨오는 가을.

더위가 가시고 조금은 찬바람이 불때였어. 체육대회는 늘그렇듯 가을에 했지. 가을 낙엽내음과 함께 운동장의 흙먼지 냄새가 기억나는 5학년 체육대회.


체육대회 하면 부모님도 같이 오시잖아? 뭐, 아닌곳도 있겠지만...옅여튼,나는 맨 위쪽 앉는자리에 앉아있다, 끝날때쯤 되어 화장실을 갔다왔어. 그리고 오는길에 그아이가 어른한명과 같이있는걸 봤지.

보고 나는 아무생각없이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드렸어.


"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고, 봤을때 그 애의 할머니처럼 보이시는 분이 있었어.


" 아~ 네가 00이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언제 한번 놀러와~ "


나는 에헤헤- 웃으면서 인사하고 다시 넘어왔고

문득 그아이와 한 약속을 떠올렸어. 분명, 집에서 키우는 햄스터를 들고 놀러가겠다 한 약속. 기억나버렸지. 


그치만 그 당시 나는 철없었고, 그 약속은 내 뇌리에서 잊혀져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