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지내며 계절은 늦가을이 되어버렸고, 그아이와는 자리가 멀리 떨어지게 되어버렸어. 물론 여전히 장난치고, 물건가지고 도망가고, 등짝 맞고- 하며 잘 지냈지만 자리가 멀어지니 마음이 멀어진달까?

예전처럼 그렇게 지내진 못했지.



어느날 마지막 교시였어. 

추운 바깥공기와 달리, 텁텁하고 뜨거운 교실내 난방때문에 얼굴이 발그랗게 달아올라있는 나는, 빨리 집가서 쉬고 싶어서 종이 울리길 기도했지. 


그러다, 선생님의 청소구역을 새로 만든단 소식에 내심 기대하며 결과를 봤고, 결과는 도서관 청소. 그 아이와 같이. 둘이서.


도서관 청소는 당번같은 거였어. 

교실의 특정구역을 청소하고 모두가 집에 돌아갈때, 따로 남아서 청소해야 하는거였어. 일주일동안 해야 했으니, 운이 꽤나 없는 편이었지.


나는 한숨쉬며 ,모두가 가방을 싸고 집갈때 빗자루를 들어야만 했지.

그런데 그때 딱 다른반 친구한테 빌려놓고 안돌려줬던 수행평가용품이 생각난거야. 나는 빨리 갔다와서 그아이와 청소 해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아랫층의 다른반으로 넘어갔어.


물건을 돌려주고, 다시 올라와서 그아이를 찾으러 가는길. 계단 모퉁이에서 그아이와 딱 마주쳤어. 그리고 그 아이는





" ...야! 너 도망간줄 알았잖아...!"


라고 화난듯 외치며 내 팔을.


'-턱'


내 옷소매를... 아니, 내 손을 잡았어. 


"..."


무심한듯 다른곳을 쳐다보며 내손을 꽈악 쥐고, 조용한 도서관을 향해 터벅터벅 날 이끌고 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