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을 껴안으면 우울한게 풀려

왜냐하면 귀엽거든

아무 말 없이 내 고민을 들어주거든


나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인형이겠지

왜냐하면 고민을 들어주니까


어라 근데 난 인형이 아닌데

고민 들어주기 싫은데

귀엽지도 않은데


어쩌면 난 인형보다 못난 놈 아닐까

이 소중한 인형을 소중하지 않은 내가 껴안아도 될까


아 그래 나는 다른 의미의 인형이었던거야

손을 잡아끌면 힘없이 끌려가는

위에서 찍어누르면 숨죽인 채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인형이었던거야


인형을 껴안으면 기분이 풀리지만

귀엽고 소중한 인형이라 기분이 풀리지만


인형보다 못한 인형인 나는

인형 역할을 못하는 인형인 나는

인형아닌 인형인 나는


인형을 껴안을 자격이 없어 인형아 미안해

귀엽지도 못한 나따위가 껴안아서 미안해

나 따위 놈의 말 듣게해서 미안해


어쩐지 어렸을때 생일선물로 인형을 받았을 때도

전혀 기쁘지 않더라고



자격이 없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