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젠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나의 편지를 기다리던 그대는 이제 없지만

난 이제서야 편지를 씁니다


나 사랑하는 그대는 이제 없지만

그땐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던 그대여

나의 부족함이 그대에게 상처를 주었고

난 이제서야 그대를 놓습니다


살고 싶지 않지만 죽음이 두려워

죽지 못해 살던 나에게 그대는

살아갈 이유가, 용기가 되어 주었으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오만했고

당신을 당연히 여겼습니다

당연하지 않다는 게 당연한데

난 그대를 잃고서야 내가 그대를 얼마나 원했는지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때는 늦었고

우리는 돌아가기엔 너무 열심히 걸었습니다

난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는 그대와 멀어지기 위해

다른 길로 걸었고 난 비틀린 길을 걸었습니다


나 없이 행복한 그대 보기가 괴로워

그대를 잊고 지우고 버리려 참 많이도 애썼습니다

내가 꼴 보기도 싫어진 그대이기에

이 편지는 갈 곳을 잃고 내 마음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편지를 수령인 없이 보내는 것으로 그대를 그만 생각하려 합니다

그대의 과거를 사랑하고, 현재를 응원하며, 미래를 축복합니다


나의 한때의 설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