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채널

법공의 흥법

釋法空新羅等二十三法興王也.

승려 법공은 신라 제23대 법흥왕이다.


名原宗, 智證王元子, 母延帝夫人.

이름은 원종이며, 지증왕의 큰 아들이고, 어머니는 연제부인이다.


王身長七尺, 寛厚愛人, 乃神乃聖彰信兆民.

왕은 키가 7척이나 되고, 너그럽고 후하여 사람들을 사랑하였으며, 신령스럽고 거룩하여 온 백성들이 밝게 믿었다.


三年龍現楊井中, 四年始置兵部,

3년에는 용이 양정 속에서 나타났고, 4년에는 처음으로 병부를 설치하였으며,


七年頒示律令始制百官朱紫之秩.

7년에는 율령을 반포하고 처음으로 백관들의 공복을 제정하여 주자로 나타내는 순서를 정하였다.


卽位已來每欲興佛法, 群臣噪噪騰口舌王難之.

왕위에 오른 뒤로 항상 불법을 일으키고자 하였으나 신하들이 이런저런 말이 많았으므로 왕은 그것을 어렵게 생각하였다.


然念阿道之至願乃召群臣問曰,

그러나 아도의 지극한 서원을 생각하여 신하들을 불러 묻기를,


“聖祖味雛與阿道肇宣佛敎大功未集而崩,

“성조 미추왕께서는 아도와 함께 처음으로 불교를 펴려고 하셨지만 큰 공을 이루시지 못하고 돌아가심에,


能仁妙化遏而不行, 朕甚痛焉.

능인의 묘한 교화가 막히어 행해지지 못하였으니 나는 매우 슬프게 생각한다.


當大立伽藍重興像設其克從先王之烈, 其如卿等何.”

마땅히 큰 가람을 세우고 다시 불상을 조성하여 선왕의 공적을 따르려 하는데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라고 하였다.


大臣恭謁等諫曰,

대신 공알 등은 간하기를,


“近者年不登民不安加以隣兵犯境師旅未息,

“근자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평안하지 못한데다가 이웃 나라의 군사들이 국경을 침범하여 전쟁이 쉬지 않고 있는데,


奚暇勞民作役作無用之屋哉.”

어느 여가에 백성을 괴롭히는 공사를 일으켜 쓸데없는 집을 지으려 하십니까?”라고 하였다.


王㦖左右無信歎曰,

왕은 좌우 신하들이 믿음이 없음을 안타깝게 여겨 탄식하여 말하기를,


“寡人以不德叨承大寶陰陽不序黎民未安.

“과인이 부덕한 사람으로서 외람되이 왕위를 이어 받으니 음양이 고르지 못하고 백성들이 편하지 못한 것 같다.


故臣下逆而不從,

그러므로 신하들이 내 뜻을 거슬러 따르지 않으니,


誰能以妙法之術曉諭迷人者乎.”

누가 능히 묘한 법의 방편으로써 어리석은 사람들을 깨우쳐 줄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久無應者.

그러나 오랫동안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염촉의 서원

至十六年奧有內史舍人朴厭髑[或云異次頓, 或云居次頓]年二十六匪直也人.

16년에 이를러 내사 사인 박염촉[혹은 이차돈, 혹은 거차돈이라 함.]은 나이가 26세로 정직한 사람이었다.


秉心塞淵奮義見之勇欲.

마음이 진실하고 생각이 깊어서 의로운 것을 보면 용기를 떨쳤다.


助洪願密奏曰.

왕의 큰 소원을 돕고자 하여 가만히 아뢰었다.


“陛下若欲興佛敎臣請僞傳王命於有司曰,

“폐하께서 만약 불교를 일으키고자 하신다면 청하옵건대 신이 거짓으로 왕명이라 하여 유사에게 전하되,


‘王欲剏佛事.’

‘왕께서 불사를 창건하려 하신다’ 하겠습니다.


如此則群臣必諫, 當卽下勅曰,

그렇게 하면 신하들은 반드시 간할 것이니, 이때 왕께서는 바로 칙령을 내려,


‘朕無此令誰矯命耶.’

‘나는 그런 영을 내린 일이 없는데 누가 거짓으로 왕명이라 꾸며대었는가?’ 하십시오.


彼等當劾臣罪.

그러면 그들은 반드시 신의 죄를 추궁할 것입니다.


若可其秦彼當服矣.”

그때에 만일 왕께서 그 신하들의 아룀이 옳다고 하신다면 그들은 복종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王曰

왕이 말씀하시기를,


“彼旣頑傲雖殺卿何服.”

“그들은 이미 완고하고 오만하니 비록 그대를 죽인다 한들 어찌 복종하겠는가?”라고 하였다.


(염촉은) 아뢰기를,


“大聖之敎天神所奉, 若斬小臣當有天地之異.

“대성의 가르침은 천신이 받드는 바이오니, 만약 소신을 베시면 마땅히 천지의 이변이 있을 것입니다.


若果有變誰敢違傲.”

과연 이변이 있다면 누가 감히 오만스럽게 거역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王曰

왕이 이르시기를,


“本欲興利除害反賊忠臣可無傷乎.”

“본래 이로운 것을 일으키고 해로운 것을 제거하려 하거늘 도리어 충신을 해한다면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


(염촉은) 대답하기를,


“殺身成仁人臣大節, 況佛日恒明皇圖愈永.

“몸을 희생하여 인을 이룸은 신하된 자의 큰 절개이거늘, 하물며 불일이 항상 밝고 빛나고 왕조의 기초가 더욱 오래 감이겠습니까?


死之日猶生之年也.”

신이 비록 죽는 날이 바로 다시 태어나는 해가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王大加嗟賞曰,

왕은 크게 감탄하며 칭찬하여 말하기를,


“汝是布衣意懷錦繡.” 乃與厭髑深結洪誓.

“그대는 베옷을 입었지만 뜻은 비단을 품었구나.”라고 하며 이에 염촉과 함께 큰 서원을 깊게 맺었다.




염촉의 순교

遂傳宣曰,

드디어 그 뜻을 전해 말하기를,


“剏寺於天鏡林執事者奉勅興功.”

“천경림에 절을 지으려 하노니 집사들은 칙령을 받들어 일을 일으켜라”라고 하였다.


延臣果面折逆諍.

조정의 신하들은 과연 왕의 면전에서 그 일에 관해 쟁론하였다.


王曰

왕이 말씀하시기를,


“朕不出令.”

“내가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라고 하였다.


髑乃昌言,

이에 염촉은 크게 외치기를,


“臣固爲之.

“신이 실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若行此法擧國泰安.

만약 이 법을 행하면 온 나라가 태평할 것입니다.


苟有益於經濟, 雖矯國令何罪.”

참으로 경제에 유익함이 있다면 비록 거짓으로 국령을 꾸며냈다 하더라도 무슨 죄가 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於是大會群臣問之.

이에 왕은 여러 신하들을 모아 이 일에 대해 물었다.


僉曰

모두 말하기를,


“今見僧徒童頭毁服議論奇詭而非常道.

“지금 승려들을 보면 아이 머리에 해진 옷을 입고 괴기한 의론을 일삼으니 정상의 도가 아닙니다.


若忽從之恐有後悔.

만일 경솔히 그 말을 따른다면 후회가 있을까 두렵습니다.


臣等雖死罪不敢奉詔.”

신들은 비록 죽을 죄를 범할지라도 감히 칙령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髑奮曰,

염촉은 분연히 말하기를,


“今群臣之言非也.

“지금 여러 신하들의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夫有非常之人而後有非常之事.

대개 비상한 사람이 있는 후에야 비상한 일이 있는 법입니다.


吾聞, 佛敎淵奧不可不行.

신이 듣자오니, 불교는 그 진리가 심오하다 하니 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且燕雀焉知鴻鵠之志哉.”

또 제비나 참새 따위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겠습니까?”라고 하였다.


王曰

이에 왕은 이르기를,


“衆人之言牢不可破汝獨異言, 不能兩從.”

“여러 사람들의 말은 완강하여 깨뜨릴 수가 없고 너는 홀로 다른 말을 하니, 양쪽 말을 다 들을 수가 없구나”라고 하고,


遂下吏將誅.

드디어 염촉을 형리에게 넘겨 목을 베라 하였다.


髑吿天誓曰,

염촉이 하늘에 고하여 맹세하기를,


“我爲法就刑庶興義利.

“나는 불법을 위해 형에 나아가지만 부디 정의와 이익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佛若有神吾死當有異事.”

부처님께서 만약 신령함이 있다면 신이 죽을 때에는 반드시 이상한 일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及斬其頭飛至金剛山頂落焉, 白乳從斷處湧出高數十丈.

마침내 목을 베자 머리는 날아가 금강산 꼭대기에 떨어지고, 목이 끊어진 자리에서는 흰 젖이 용솟음쳐 높이 수십 길로 솟아올랐다.


日色昏黑天雨妙花地大震動.

햇빛은 어두워지고 하늘에서는 아름다운 꽃이 내렸으며 땅이 크게 진동하였다.


君臣士庶咸皆上畏天變,

임금과 신하, 그리고 백성들은 모두 위로는 하늘의 변괴를 두려워하고,


下慟舍人重法隕命相向擧哀而哭.

아래로는 사인이 법을 존중하여 목숨을 잃은 것을 슬퍼하며 서로 바라보고 슬피 울었다.


遂奉遺體營葬金剛山禮也.

그리고는 유체를 받들어 금강산에 장사하고 예배하였다.


于時君臣盟曰,

그때 임금과 신하들은 맹세하기를,


“自今而後奉佛歸僧.

“지금부터는 부처님을 받들고 승려에게 귀의하겠습니다.


有渝此盟明神殛之.”

이 맹세를 어긴다면 밝으신 신령은 우리를 죽이소서”라고 하였다.


君子曰,

군자는 이르기를,


“大聖應千百年之運.

“대성인은 천백 년의 운수에 응한다.


仁發於祥義動於瑞.

인은 길상을 발하고 의는 상서를 움직인다.


莫不應乎天地亙乎日月動乎鬼神而況於人乎.

그것은 천지에 통하지 않음이 없고 일월에까지 뻗쳤으며 귀신을 감동시켰거늘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夫其自信於道則天地不得爲不應.

무릇 스스로 불도를 믿는다면 천지도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然功貴成而業貴廣也, 故苟有大賴則輕泰山於鴻毛.

그러나 공은 이룸에서 귀하고 업은 넓힘에서 귀한 것이니, 그러므로 진실로 큰 원이 있으면 태산도 기러기 깃털보다 가볍게 된다.


壯哉, 得其死所矣.”

장하구나, 그의 죽음은 그 곳을 얻었도다.”라고 하였다.


是年下令禁殺生[按國史及古諸傳商量而述.].

이 해에 영을 내려 살생을 금지하였다.[≪국사≫ 및 여러 옛 전기를 참고하고 생각하여 지었다.]




법흥왕과 왕비의 출가

二十一年伐木天鏡林欲立精舍掃地得柱礎石龕及階陛,

21년에 천경림의 나무를 베고 정사를 세우려고 터를 닦다가 주초와 석감과 계단을 발견하였으니,


果是往昔招提舊基.

과연 그곳은 옛날 초제사의 옛터였다.


梁棟之用皆出此林.

대들보 감으로 쓸 재목은 다 이 숲에서 나왔다.


工旣吿畢, 王遜位爲僧改名法空念三衣瓦鉢.

공사를 다 마치자 왕은 왕위를 사양하고 승려가 되어 이름을 법공이라 고치고 삼의와 와발만을 생각하였다.


志行高遠慧悲一切.

그 뜻과 행은 원대하고 고매하였으니, 모든 중생에 대한 자비를 가졌다.


因名其寺曰大王興輪寺, 以大王所住故也.

그리고 그 절 이름을 대왕흥륜사라고 하였는데, 이는 대왕이 머물러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此新羅剏寺之始.

이것이 신라에서 절을 창건한 시초이다.


王妃亦奉佛爲比丘尼住永興寺焉.

왕비도 또한 부처님을 받들어 비구니가 되어 영흥사에 머물렀다.


自此啓興大事, 故王之諡曰法興非虛美也.

이로부터 큰 불사를 열어 일으켰으므로, 왕이 시호를 법흥이라 한 것은 헛된 찬사가 아니었다.


厥後每丁厭髑忌旦設會於興輪寺以追其遠.

그 뒤로는 염촉의 기일을 맞이할 때마다 흥륜사에서 법회를 열고 그의 지난날을 추모하였다.


及大王宗時宰輔金良圖信向西方捨二女.

태종왕 때에는 재상 김양도가 서방을 신앙하여 두 딸을 희사하였다.


曰花寶曰蓮寶爲此寺婢.

두 딸의 이름은 화보와 연보라 하였으며 이 절의 비로 삼았다.


又以逆臣毛尺族類充賤, 故二種銅錫至今執役.

또한 역신인 모척의 일족도 이 절의 천역에 충당하였기 때문에 구리와 주석 두 부류의 사람들이 지금까지 천역을 맡고 있다.


予遊東都, 登金剛嶺見孤墳短碑慨然不能自止.

내가 동도에서 놀 때, 금강산에 올라 외로운 무덤과 짧은 비석을 보고는 개연히 슬픈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是日山人會食問其故, 卽吾舍人諱日也.

그날 산인들이 회식하고 있어 그 까닭을 물었더니 오늘이 바로 우리 사인의 기일이라 하였다.


亦可謂去滋久思滋深矣.

또한 떠남이 오래일수록 생각은 더욱 깊은 것이라 하겠다.


按阿道碑, 法興王出法名法雲字法空,

아도의 비를 살펴보면, 법흥왕은 출가하여 법명은 법운, 자는 법공이라 되어 있지만


今按國史及殊異異傳分立二傳, 諸好古者請詳撿焉.

지금은 ≪국사≫와 ≪수이전≫을 참고하여 두 개의 전기로 나누었으니, 옛 것을 좋아하는 자는 자세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찬하여 말하다

賛曰.

찬하여 말한다.


大抵國君與下擧事可與守成,

대개 나라의 임금으로서 아래 사람들과 일을 일으킬 때는 수성하는 사람과 함께 할 것이요,


未可與慮始.

시작을 걱정하는 사람과는 함께 하지 말 것이다.


加有時之利不利, 信無信繫焉.

더구나 거기에는 그 시기 이로움이 있고, 믿고 믿지 않음에 달려 있음이랴.


則原宗雖欲剏興佛法固難朝令而夕行.

원종은 비록 불법을 일으키려 하였으나 아침에 영을 내려 저녁에 행하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然承本願力位據崇高, 又賴賢臣啓沃,

그러나 본원력을 받들고 높은 지위에 있었으며, 또 어진 신하의 충직한 간언에 힘입어,


能以美利利天下, 卒與漢明齊驅竝駕.

능히 미리로써 세상을 이롭게 하여 마침내 한나라 명제와 수레를 나란히 달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偉矣哉, 夫何間言.

그 위대하고 위대함이여, 여기에 무슨 잔말이 있겠는가.


以梁武比之非也.

양나라 무제에게 그를 비교함은 잘못이다.


彼以人主爲大同寺奴帝業墜地,

왜냐하면 무제는 임금의 몸을 대동사의 사노가 되어 제왕으로서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렸지만,


法空旣遜讓以固其嗣自引爲沙門, 何有於我哉.

법공은 이미 왕위를 사양하여 그 후사를 튼튼히 해 놓고 자기 스스로 사문이 되었으니, 어찌 우리 법공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髑經所謂王比丘殊身同體矣.

경에 이른바 왕과 비구는 다르지만 몸은 같다고 했다.


若乎掃迷雲放性空之慧日挾之以飛者, 惟厭髑之力乎.

그 손으로 미혹의 구름을 쓸고 본성이 공한 지혜의 빛을 발해 이 위력을 타고 날아갈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염촉의 힘이었다.


-『해동고승전』 제1권 제1 유통1-1




<참고자료>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 데이터베이스 해동고승전

(http://db.history.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