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바닥이 따로 없다. 랑챈 안에는 분노에 가득찬 이들이 게임의 흥망을 논하는 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사실 흥을 얘기하는 자는 거의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만약 그 사실을 지금 사람들 앞에서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채널 바깥으로 굴러 떨어질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늘 낮기온은 34도였다. 7월 초순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꽤나 높은 기온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었다.


 아니, 사실을 말하자. 나는 지금 내 앞에 시계를 이리 저리 돌리고 있는 여신님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분명 두차례나 무지개빛 시계를 가져다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는 어떤 굉음을 내뿜는 라이더 뿐이었다. 


 이날을 얼마만큼 기다려왔는가, 매주 싸이버거치킨세트 하나씩을 포기하더라도 거금 7500원을 영롱한 1050 크리스탈을 위해 투자해왔다. 이날만을 위해서…내 전장 앞에서 수정골렘을 내세우고 단단하게 나를 지켜줄 강한 여성을 위해서 포기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윽고 내가 열심히 모아온 티켓들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여왕님이 가져온 시계들은 어느새 탑을 쌓아 천장에 닿기 직전이었다. 내 직감이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다음이 마지막이라고…


 여신님이 가져온 마지막 시계는 멀리서 봐도 약간의 무지개빛이 틈새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과연 이 마지막 시계는 나에게 어떤 자를 데려와줄 것인가…


 여신님은 가져온 시계를 천천히 감아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찬란한 빛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포근함에 나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여름이었다…


 그 여름은 나를 랑챈 안에서 망을 외치고 다니도록 만드는 섬뜩한 여름이었다. 내 양손에는 부릉부릉 밖에 할 줄 모르는 라이더 하나와 용의 형상을 한 한번도 본적없는 여자아이 하나뿐이었다.


그렇다. 매우 악몽 같은 뜨거운 여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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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 이벤트를 하신다길래 부족한 글솜씨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조금 끄적여보았습니다. 마지막 지옥의 일정을 앞두고 제발제발제발 나에겐 그럴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약간의 부두술을 곁들인 글을 써보았습니다. 이 글 보시는 모든 분들은 악몽 같은 여름이 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