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호에 몰락이 찾아왔다.

 

우리 저항군의 오르카 호를 기억하느냐. 해안가에서 웅장한 자태로 우리를 내려다보던 모습을 말이다.

나는 일찍이 온갖 바이오로이드들이 주둔한 이 잠수함에서, 항락과 사치에 젖은 삶을 살아왔다.

허나 이런 일탈에도 결국 질려버렸지.

기괴하고도 불길한 풍문에 따르자면, 저 해저에는 형언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이 도사리고 있다 하였다.

 

그때부터 나는 이미 사라져버린 바닷속 신비를 밝히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참치를 탕진하여 자원을 사들이고, 제조식을 돌렸으며, 전투원들을 동원해 끝없이 저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했다.

그리하여 세상 가장 깊은 곳의 심해까지 내려가 그 저주받을 차원과 균열의 태고의 악을 마주하였지.

 

그토록 바라던 고대의 힘을 목도했건만...우리가 기어들어온 바다는 그저 죽음과 광기뿐인 지옥이였다!

결국, 난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리며 그 칠흑같이 어두운 광기로 가득찬 잠수함에서 구명정으로 탈출했다. 그리고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지.

 

우리 저항군의 오르카 호를 기억하느냐. 해안가에서 웅장히 서 있던 그 자태를? 이젠 도저히 말할수도 없는 끔찍한 광기의 소굴일 뿐이다!

내 간청하마, 제발 돌아와다오. 

내 자리를 계승하여, 저 사악한 손아귀로부터 우리 저항군을 구해다오!

 

저 가장 어두운 해저로부터...




존나 못그리긴 했지만 예쁜눈으로 봐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