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이미 눈치챘으리라 생각하지만, 당신의 머리속에 철충에 관한 데이터를 집어넣은 건 바로 저에요. 

별의 아이에 관한 정보는 표면적인 것밖에 못넣었지만요.


댁이 유력 용의자긴 했지. 그렇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있어. 

어떻게 당신이 철충이나 별의 아이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냐는 점이야. 솔직히 철충이랑 내통한 게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라고.


좋아요, 설명해드리죠. 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할까...

먼저 질문 하나 할게요. 지구에서 최초로 철충이 발견된 곳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고비 사막이었지? 1차 연합전쟁 이후 고비 사막에 떨어진 운석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었다고 들었어.


틀렸어요.


?

틀렸다니, 이게 공식설정인데


설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법이니까 일단 그냥 들어봐요


'고비 사막에 떨어진 운석에서 우연히 발견했다'는 건 그 철충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은 삼안의 연구원들에게 전달된 정보일 뿐, 실제랑은 달라요.


철충은 저흴 의도적으로 찾아온 겁니다. 

정확히는 저와 제 남편, 애덤 존스를 말이에요.


당신을? 그 많은 지구인중에 당신들을 콕 집어서 왔단 말이야? 어째서?


그걸 설명하려면... 그 전에 먼저 별의 아이에 대해서부터 말할 필요가 있겠네요.


왜 거기서부터 시작하는건데?


+++


시작하죠. 별의 아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나요?


악몽을 부르는 악마. 영혼을 먹어치우는 괴물. 우주 바깥에서 온 신적 존재... 대충 그런 코즈믹 호러라는 정도는 알아.


틀렸어요.

별의 아이가 아무리 거대하고 강력하다 해도 그건 불사신 같은게 아니에요. 


그저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는 생물 중 하나일 뿐이죠. 반대로 말하자면 피도 흘리고 심장이 멈추면 죽는다는 거고요.


이 우주상에 영원한 건 없습니다. 우주 그 자체를 포함해서요.


애초에 한놈이 네스트한테 비오는날 먼지나게 쳐맞고 죽은거 이미 봤잖아요. 별의 아이가 신이면 네스트가 쏜 총알은 무슨 롱기누스의 납탄이게요?


뭐? 아니, 그건 그렇지만... 실제로 악몽이라는 신적 권능을 부리잖아?


별의 아이가 내뿜는 FAN파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끼쳐서 말이죠.


괴전파를 내뿜는 것 만으로 악몽을 강제하는데, 그게 신적 존재가 아니라고?


인간은 뇌파를 내뿜는 것 만으로 명령을 강제하는데, 그렇게 치자면 인간도 신이게요?


아니 그건... 어?


과학적으로 증명된 시점에서 그건 이미 권능이나 기적이 아니에요. 그냥 현상이지.

당신이 하는 말은 천둥번개를 보고 신의 분노라며 벌벌 떠는 원시인이나 다름없어요.


말 심하네!?

아니, 철충도 별의 아이를 외신이라고 부르지 않았어?


그럼 코헤이 교단이 말하는 빛도 실제로 존재하는 신인가요?

신이라는 호칭은 그냥 아무데나 갖다붙일 수 있는 거에요.


윽... 그렇지만 불사신은 아니다 라고 해도 말이지, 저 고질라만한 괴물을 우리가 뭔 수로 죽여?


체급차이 면에서 불리한 건 인정해요. 하지만 불가능한 건 없어요.

인간보다 훨씬 작은 벌도 조건만 갖춰지면 인간을 죽일 수가 있어요. 나아가 더 하찮은 모기도 그렇고요.


그게... 우리한테도 적용되나?


요지는 벌써부터 겁먹고 포기하지 말라는 거죠.


설명을 계속할게요. 이 그림을 참고하면 더 좋아요.


우리가 별의 아이라 부르는 그것은 한 행성에서 살지 않고 우주를 떠돌어다니는 생물입니다. 모든 생물의 존재 목적은 번식해서 종을 늘리는 것이고, 그건 별의 아이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주를 떠돌다가 문명을 이룰 정도의 지적 생명체가 최소 억 단위로 살고있는 행성을 찾으면 그 행성에 알을 낳는데, 알 속의 새끼 별의 아이는 FAN파를 내뿜어 그 행성의 지성체를 잠에 빠뜨리고 영혼을 수확해 먹어치웁니다. 


그렇게 충분한 양분을 섭취한 별의 아이는 알을 깨고 나와선 행성 내핵으로 파고들어가 행성 자체의 에너지를 먹어치우고, 성체가 되면 해당 행성을 깨부수고 우주로 나옵니다.


그 모습이 행성이라는 알을 깨고 태어나는 것 같다는 게 '별의 아이'라고 이름붙은 이유입니다.


...댁이 그걸 어떻게 알아?


철충한테 들었죠.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얘기할테니 일단 넘어갈게요.


그럼 방금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구에도 별의 아이가 까놓은 알이 있다는 거잖아!?


있어요.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에 여러개.

우주에서 전해지던 FAN파가 어느 시점부터 지구의 바다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 들었죠?


그 때면... 멸망 전쟁 도중 아니던가? 그 혼란스러운 시기에 별의 아이가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몰래 바다에 알 낳고 튄거야?


그럴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아주 먼 옛날에 낳아뒀던 알이 줄곧 휴면 상태였다가 그 즈음에 태동이 시작됐던 것일수도 있죠.


...그러고보니 제가 무적함대 얻으라고 한 이유가 튼튼한 잠수함 얻어서 마리아나 해구 탐사하라는 것 때문이었는데, 당신 결국 끝까지 마리아나 해구에 조사대 안보냈죠?


까먹었다




...아, 아니 그치만! 네스트한테 죽은 그녀석으로 별의 아이란게 존재한다는 건 확인했으니 굳이 중복확인할 필요는 없었잖아!


그리고 하나 더. 그 별의 아이 2호가 물러갔으니 네스트가 죽여놓은 1호 시체에 다시 가서 샘플 채취하고 조사할수도 있었는데 그건 왜 안했어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지금쯤이면 다 분해됐겠네요. 이젠 그걸 주워먹은 갈매기나 물고기 꽃게같은 것들이 괴상한 돌연변이로 변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참고로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땐 알이 총 7개 있었는데, 전에 네스트가 억지로 알 깨고 나온 미숙아 두 마리 중 하나를 처리했으니 지금은 알 5개랑 유체 한 마리 남았겠네요.


그나저나 그때 도망친 한마리는... 아직 살아있는건가? 덩치가 엄청 큰데 뭐먹고 사는거지


로비화면에 보이던 고래가 더이상 안보이는 이유가 뭐게요?


...어?


농담이에요. 다음으로 넘어가죠.


+++


이번엔 철충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철충의 저희 인류 이상의 문명을 세운, 다른 행성의 인간이었습니다. 모습도 저희랑 비슷한 이족보행 영장류였어요.


그러나 운 나쁘게도 별의 아이의 눈에 띄어 행성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그들은 휩노스 병으로 인한 멸종을 피하기 위해 피와 살로 된 육체를 버리고 의식을 전자화시켜 기계의 몸으로 옮겼습니다. 기계로 된 몸은 FAN파의 영향을 안받거든요.


이후 생존자들은 별의 아이에 의해 파괴된 고향 행성을 떠나, 복수의 칼을 갈며 우주로 나왔죠.


챈에서 흔히 봤던 추측이구만.


별의 아이의 씨를 말리기 위해선 먼저 별의 아이의 생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그들이 결론내린 가장 안전하고 간편한 별의아이 퇴치법은 바로 알 상태일 때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쉽게말해 낙태죠.


단어선정이 별로긴 한데 효과적이긴 하겠네.

그래서, 알을 깨부수는 거야?


그건 아니에요. 알에 직접 충격을 줬다간 미숙아라도 별의 아이가 태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별의 아이한테 갈 양분을 끊어버리는 거죠.


그럼에도 재수없게 알 깨고나온 놈 있으면 유체 상태일 때 총력을 다해 쳐죽이는 거고요.


뭐야... 그 말은 즉...


별의 아이의 타겟이 된 행성의 지성체를 지들이 직접 몰살시키겠다는 거 아냐? 별의 아이의 먹이가 되기 전에!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

무슨 말이야, 설명해봐.


이 글의 맨 위에 제가 했던 말 기억하나요?

철충이 저와 애덤을 찾아왔었다는 거요.


철충은 별의 아이의 타겟이 될 행성을 찾아 우주를 떠돌던 중 지구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구의 지배자인 인류도요.


문명을 이룰 정도의 지적 생명체인데다 그 수는 수십억이니 별의 아이가 먹이감으로 삼기 딱 좋았죠.


철충 또한 나름의 윤리의식을 지닌 지성체인 만큼 냅다 무력으로 밀고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랬다간 저희가 놀라 철충을 적대할 수 있으니까요. 


그들은 한동안 인류를 관찰하고, 저희들의 언어를 배우며 오랜시간 준비를 하다가 마침내 전령 한 명을 지구로 보냈습니다. 

바로 저희 부부 앞에 말이에요.


왜 하필 저희들이었냐면,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저와 애덤이 당시 지구 탑급의 생명공학 과학자였기 때문이에요.


안나 박사님은요?


그 여잔 저희 부부가 오리진더스트랑 바이오로이드 기반 다 다져놓고 나서야 나타난 후발주자잖아요. 끼어들지 말고 듣기만 하세요.


그 철충은 저희에게 많은 걸 설명해줬습니다.

자신들이 누구인지, 별의 아이가 무엇인지, 자신들의 고향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그의 경고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저희는 어떻게 해야 재앙을 피할 수 있을지 물었고, 그는 자신들이 했던 것처럼 기계화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리진더스트를 건네줬죠.


잠깐, 뭐? 오리진더스트가 왜 거기서 나와?


거기서 철충한테 받은 게 오리진더스트의 시초거든요.


뭐!?


생각해보세요, 인간의 유전 형질에 대한 인위적인 품종 개량이 가능한 신비의 물질? 그런 무안단물이 여지껏 코빼기도 안비추다가 어디서 뚝 떨어졌겠어요? 우리보다 월등한 기술력을 가진 외계인한테서 나온거지.


어... 아니 근데, 우리가 철충 잔해 해체해봐도 오리진더스트가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진작에 밑재료로 쓴건데 원형이 남아있겠어요? 당신이 치킨을 먹었다 해도 당신 배 갈라서 치킨이 나오는건 아니에요.


그 비유 맞는거 맞아?


참고로 철충이 오리진더스트 기술을 응용해서 지구 광물이랑 융합시킨 게 알터리움이에요.


뭐!?


그야 철충이 지구 점령하고 수십년이 지난 뒤에서야 지구에서 발견되기 시작했잖아요.

걔들도 알터리움은 여기서밖에 못구하는 거라 열심히 채집하는 거죠.


+++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희 부부는 오리진더스트를 가지고 다양한 연구를 한 끝에 철충이 한 기계화 수술보다 더 좋은 방법을 개발해냈습니다. FAN파 대책이 세워진 오리진더스트 기반의 인공 육체에 뇌를 이식하는 방법이었죠.


최초의 인공 육체가 완성되자 제가 먼저 이식 시술을 받았고, 그 시술이 성공하자 애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이제 이를 널리 퍼뜨리기만 한다면 전 인류는 별의 아이의 마수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구의 모든 인간들에게 외계 괴물의 위협을 알리고 신체 이식 수술을 시킨다? 저희 부부만으론 턱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업가였던 김지석에게 손을 빌렸습니다.


...그게 저희의 치명적인 실수였죠.


저흰 김지석에게 저희가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들려줬습니다. 외계인의 존재, 오리진더스트의 발견, 인공육체 이식시술 등등...


그러나 그 개자식은 인공육체에 다른 방면으로 눈독들이더니, 인간이 쓸 대체육체가 아닌 바이오로이드라는 상품 개발을 밀어붙이고 제 인권을 박탈했습니다. 토사구팽당한 제 남편이 폐인이 된 건 두말할 것도 없고요.


그렇다고 외계인의 존재를 안믿었던 것도 아닙니다. 김지석의 부하들이 저희 집에 쳐들어와 전령으로 왔던 철충을 포획하고, 연구실로 끌고갔습니다. 그 친구는 아마 생체실험 당하거나 해부당했을 거라고 보는데, 당시 저랑 애덤은 남 챙길 여유가 없어서 그쪽엔 신경쓰지 못했죠. 그 뒤론 저도 대화를 시도하는 철충을 본 적이 없네요.


어떻게든 주변에 별의 아이의 위험성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사람들은 제 경고를 고장난 바이오로이드의 망상으로 치부하더군요. 


그래서 김지석은 저를 바이오로이드 사업의 광고탑으로 쓰는 대신 저를 대신해 '최초의 바이오로이드' 타이틀을 받을 최고급 선정용 바이오로이드,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게 된 겁니다.


그렇게 해서... 인류에겐 대체육체 대신 바이오로이드라는 노예가 주어졌고, 그들은 휩노스 병으로부터 구원받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게 된 것입니다.


...자업자득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네.


그렇죠. 그러다 결국 D-day가 왔습니다.


지구의 바다 밑바닥에서 별의 아이의 태동이 감지되고, 지구인들이 대체육체로 갈아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철충은 강경책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지구인들이 별의 아이의 양분으로 쓰이기 전에 직접 멸종시키는 것. 


어차피 철충의 목적은 별의 아이의 씨를 말리는 거지, 외계행성 토착생물한테 자비를 베푸냐 마냐는 부가적인 옵션에 불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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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에바는 모르는 사실. 

에바 애덤 부부랑 접촉했다가 삼안에 잡혀 해부당했던 철충 전령은 죽지 않았다가 유예 기간이 끝나가자 본진에 연락해서 '인류는 답이 없으니 강경책으로 가죠'했던 것


막말로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고 육체 바꾸는 시술 시작해도 시간안에 80억명을 다 바꿀수도 없으니 이젠 물리적으로 수를 줄이는 것밖에 답이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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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철충에 의해 인류의 95%가 죽었고, 나머지 살아남은 5%는 휩노스 병에 의해 별의 아이의 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철충이 최대한 인간의 수를 줄인 덕분에 남은 별의 아이들은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알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잠들어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영양실조에 걸리긴 했어도 굶어죽을 정도는 아니여서 휴면 상태로 계속 남아있으니 철충도 이 행성을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는 거에요.


철충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는 알겠는데... 그럼 당신은 왜 날 돕는거지? 인류의 부흥을 위해서? 솔직히 당신이 당했던 일들 보면 인간 자체에 실망해서 인류가 멸망하는 말든 상관없다고 해도 될 거 같은데.


...인류부흥이란 사명은 핑계일 뿐. 당신만큼은 죽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무지 그럴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애덤의 도움 없이 저 혼자선 대체 육체를 만들 수가 없었죠. 애초에 수중에 충분한 오리진더스트도 없고 말이죠. 그래서 당신에겐 차선책으로 전자신경화 시술을 해뒀던 겁니다.


오리진더스트를 쓰지 않고 휩노스 병을 막을 수 있도록 급하게 고안해낸 방법이에요.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만든 방법 치고는 제법 잘 만들어졌죠?


부작용이 있었지만 말이지.


(영 좋지 못했던 추억)


그래도 휩노스 병 방지 효과는 확실했어요. 생체재건장치를 쓴 지금보다 더.


그래...?

말 나온 김에 궁금한 게 또 있어. 김지석은 그 철충을 봤으면서도 별의 아이나 휩노스 병의 위험을 안믿었던 거야?


믿었어요. 그래서 생체재건장치 만든거잖아요.


어?


김지석이 그냥 영생이나 누리려고 만든 장치가 우연히도 휩노스 병도 막을 수 있었던 건 줄 알아요?


김지석은 처음부터 자기만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처음 저와 애덤이 기획했던 FAN파를 막을 수 있는 대체육체를 만드는 장치를 준비해뒀던 겁니다. 그걸 완성시켜놓고 쓸 틈도 없이 죽었다는 게 우스운 점이지만.


그랬던거야...?

그러고보니 또, 이제 난 생체재건장치로 FAN파 대책이 세워진 몸을 가진 인간이니 철충도 날 적대할 필요 없는거 아냐?

내가 몸 바꾼걸 모르기 때문에 이러는건가?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어요. 

당신은 여전히 휩노스 병에 면역이 아니에요. 그 장치의 제작엔 저나 애덤이 관여하지 않았어서 완벽하지가 않거든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몸이 휩노스 병을 못막는거면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 건데?


당신 7지역 초입부에서 별의 아이 악몽 꾼 거 기억하시죠?


그랬었지.


(7-2의 이 장면)


6지역에서 새 육체로 바꾼 뒤에 말이에요.


그랬었


...아니 시발 잠깐?


휩노스 병 면역(풉)인 육체로 바꾸고 가장 먼저 당한 일이 휩노스 병 걸려서 끙끙대기라니(풉)


그 때 제가 말했죠? 슬슬 당신이 악몽 꿀 거라고 예측했다고. 제가 직접 설계한 전자신경 탑재 육체에서 김지석 따까리들이 만든 불완전한 육체로 갈아탔으니 그렇죠.


뭐야!? 뭔데!? 어떻게 된 건데!?


설명해드릴테니 진정하세요.

현재 당신의 육체도 어느정도는 FAN파를 차단할 수 있어요. 지금처럼 별의 아이가 알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바다 밑바닥에 잠들어있는 동안은 내뿜는 FAN파도 미약하기 때문에 괜찮죠.


하지만 한 마리라도 알을 깨고 나와 육지로 올라오는 순간, 당신의 육체가 견딜 수 있는 FAN파 수치를 넘기기 때문에 휩노스 병 증세가 나타나는 겁니다. 


7지역에선 그런 이유였었고, 지금 당신이 멀쩡한 건 그 뒤로 별의 아이가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있는 덕분이에요.


메인스토리에서 별의 아이를 다루지 않은 덕에 내가 살아있는 거라니, 뭔가 묘하네


지금이니 하는 말이지만 7지에서 사람이 이틀 넘게 밥도 안먹고 잠에서 깨질 못하는데도 댁네 닥터는 그럴수도 있지ㅎ 하면서 넘기는게 어이가 없더라고요. 안전불감증이거나, 아니면 상식이 없는거겠지.


아니 갑자기 왜 날 걸고 넘어져


음... 뭐, 그건 대충 넘어가고.


그 때 당시 내가 꾼 악몽에서 별의 아이가 말하는 걸 들었거든?

"깊은 곳에서 별의 아이가 너를 기다리리라, 그 때가 되면 알게 되리니..."하는 똥폼 오지게 잡는 대사 날렸는데, 이건 별의 아이가 한 말이 아니야? 위에서 했던 말 정리해보면 딱히 별의 아이도 지성체라는 생각이 안드는데.


그건 그냥 FAN파가 당신의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제가 입력해뒀던 별의 아이 정보랑 무의식이 섞여서 나온 헛소리에요. 원래 꿈이란 건 그냥 헛소리의 집합체거든요.


암, 그렇고말고


김 팍 새네...


이것도 대답해줘. 에바 당신은... 철충의 뜻에 동조하는 거야, 아닌거야?


제가 뭐 때문에 당신의 머리속에 대 철충 전투법을 때려박았겠어요?

이미 애덤도 죽은 마당에 다른 인간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당신만큼은 아니었어요. 과거에 저희 부부와 한 철충이 협력관계였다는 건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고요.


당신이 살아있다는 게 알려지면 철충은 당신을 죽이려고 할테니, 어떻게든 철충으로부터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구상의 모든 전술전략과 제가 아는 모든 철충의 종류와 전투방식, 약점, 대처법을 삽입했던 겁니다. 

기존에 철충한테서 들었던 것부터 60여년간 지구상의 철충을 관찰하면서 알아냈던 것 전부 다.


인간의 뇌의 용량 한계 때문에 자기 이름을 제외한 기억과 일반 상식, 심지어 부모 얼굴마저 잊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더 많이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넣을 필요가 있었어요.


마지막 질문. 당신이 내가 살아있기를 바라는 이유는? 

인류재건이 그저 핑계였다면 당신은 나에게... 뭘 바래서 그렇게까지 했던 거지?


받은 사랑에 이유따위 붙이지 마세요.

모든 생물의 존재 목적은 생존경쟁에서 이기고 번식해서 자신의 종을 이어나가는 것이고, 저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그러니,


사랑하는 그대여, 나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여.

살아남아주세요. 이 세상의 마지막까지.



에바, 철충, 별의아이 설정 추측해봤던거 총정리

철충이나 별의아이가 뭔가 잘난 존재이며 숭고한 의지나 대단한 목적 그런걸 갖고있는게 아닌 단순한 생존경쟁으로 해석해봤음

정신없이 쓰고나니 되게 길다. 이게 뭐라고 8천자나 나온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