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간주의


 일단 대회용으로 쓴거니 대회 탭으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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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로이드 생체 실험 관련 서류는 1급 기밀 보안 문서로, 

사령관과 지휘관 개체 급을 제외한 바이오로이드 들의 열람이 절대적으로 금지되어 있음

탐험 / 탐색 / 전투중 실험 보고서 발견시, 실험 보고서 1부당 50참치나 1동침권으로의 교환이 가능함.                       

          - 스틸라인 행동 지침서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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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피곤하네.”


사령관은 읽던 서류로 얼굴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눈을 두어번 깜빡이고 얼굴에 덮인 종이를 치워 버리자, 

라비아타 둘은 거뜬히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책상 위에 가득 쌓인 서류들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 저렇게 서류들이 쌓인거야…”


그는 잠시 투덜거리고는 기지개를 쭈욱 폈다. 뚜둑 뚜둑 하는 소리가 나며 관절이 비명을 지른다.


“으~아..오늘도 일찍 자긴 글렀구만.”


그는 세삼 최후의 인간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잘 밀봉된 서류 뭉치를 집어들었다. 

그도 알고 있는 익숙한 마크로 봉인되어 있는 서류 봉투를 뜯어내자 희미한 피 냄새가 흘러 나왔다.


“응?”


아, 피 냄새라고? 그러고 보니 뒷쪽의 서류 몇장이 군데군데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멸망전의 서류들은 때때로 피가 묻어있거나 심하게 손실되어 있었기에, 

그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봉투를 열어 첫 장을 읽어나갔다. 


“컴패니언 시리즈..실험..보고서?”


젠장,피가 묻어있을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사령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멸망전 인간들이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행한 실험은 항상 끔찍했다. 

이름 모를 연구소에서 행해진 레이시의 실험과, 블랙리버사에서 이루어진 티아멧의 실험이 그러했다.

하물며 나사 한두개는 빠진것 같은 인간들이 모인 삼안 기업에서 행해지는 실험 이라면 더 볼것도 없었다.


“..생각하기도 싫은데.”


잠시 서류를 덮어버릴까, 생각하던 그는 고개를 젓고 페이지를 넘겼다.

그에게는 마지막 인류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멸망전의 인간들이 남긴 기록을 읽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 첫장을 넘기자, 익숙한 바이오로이드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실험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는 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욕지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참으며 서류를 넘겼다. 

D라고 이름 붙여진 사람과 즐겁게 노는 하치코의 사진, 

D의 목을 받아들고 분노하는 하치코의 사진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우욱..”


눈물범벅이 된 하치코가 미트파이를 만드는 사진, 그리고 그것을 먹고 있는 하치코의 사진이 이어졌다. 

사진 자료랍시고 넣어놓은 것들은 말 그대로 토 나올정도로 리얼해서,

사령관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구역질을 간신히 참아내야 했다.


“하, 당분간 미트파이는 못먹겠네...”


사령관은 입가에 고인 신물을 거칠게 닦아냈다. 벌써부터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가 두려웠다.

두어번 심호흡을 한 그는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다.









“...”


그는 페로가 그녀의 부드러운 귀와, 살랑거리는 꼬리를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맨 처음에는 그것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토라져 달래는데 한참을 애먹었었지.

그렇기에 꼬리와 귀가 뜯겨나가 괴로워 하고 있는 페로의 사진은 그의 마음을 굉장히 아프게 했다.


“미안하다...”


사령관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울고 있는 사진 속 페로를 바라보았다. 

지독하게 처절한 그 표정은 페로와 오랜 시간을 보낸 그로서도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사령관은 잠시 서류를 읽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손을 들어 그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건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그저 놀이에 불과했다. 적어도 그가 보기에는 그랬다.


인간이라면 틀림없이 죽었을 법한 그 환경에서 살아남은 펜리르의 모습은 그의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다. 그는 결국 입안에서 맴돌던 욕을 뱉어내고야 말았다. 


“씨발..이런 개씨발!!”


사령관은 망가진 페로의 앞에서 서 있는 Clown 박사라 불린 남자의 사진을 움켜쥐었다. 

사진 속의 박사는 자신이 만든 지옥도 앞에서 자랑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꽉 쥔 손에 들린 사진이 무참하게 구겨졌다.


40여일간의 끔찍한 감금과 반강제적으로 행해진 동족식은 펜리르의 강인한 정신과 육체를 피폐하게 만든 것이 틀림 없었다.

약 20여장으로 이루어진 실험 사진은, 펜리르가 그 주인인  Brown 박사에게 미친듯이 달려드는 것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다.







이제 욕도 나오지 않았다. 사령관은 기계적으로 보고서를 넘겼다.

강력한 태양 빛에 장시간 노출된 페더의 몸은 크고 작은 화상 자국으로 덮여 있었다.


사진을 한장 한장 넘겨보던 그는 문득 스노우페더가 강력한 화염 저항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상기했다. 

냉기를 쓰는 몸에 화염 저항이 필요한 이유가 있었을까? 그냥 냉각 장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티는 것일까? 하지만 앰프리스는 그렇지 않은데..

그것은 그가 늘 가지고 있는 사소하고 쓸모없는 궁금증들 중 하나였다.


“젠장, 이런식으로 알고 싶진 않았는데.”


나이트 칙 캐논의 화염포에도 거뜬히 버티는 스노우페더였지만, 화염 저항 능력이 없고, 

장비까지 빼앗긴 스노우페더는 태양빛 아래에서 그렇게 오래 버티지는 못한 것 같았다.

검게 말라버린 스노우페더의 사진에 짧게 묵념한 뒤, 사령관은 마지막 보고서를 펼쳤다.






블랙 리리스의 주인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이며, 헌신적이다. 필요하다면 주인을 대신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기도 하며, 

주인을 해한 이는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한다.


그런 리리스의 성격이 잘 묻어난 듯, 보고서의 마지막 장은 피로 점철되어 있었다. 

눈을 감자, 박사들에게 비명을 올리며 달려드는 리리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격리실의 견고함을 믿고 그녀의 블랙 맘바를 회수하지 않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연구원들의 실수였겠지.


사령관은 서류의 마지막 장까지 읽은뒤, 그것을 갈무리하여 다시 꼼꼼하게 봉해두었다. 

책상 위에 있던 커다란 도장을 들어 찍자 노란 봉투 위에 ‘Top Secret’ 이라는 붉은 글자가 또렷하게 새겨졌다.

이제 이것으로 이 서류를 보고 상처받거나 괴로워 하는 바이오로이드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


“하아…”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꾸욱 눌렀다. 긴장이 풀리자 눈앞이 번쩍거리며 지긋한 통증이 느껴진다, 

만성 편두통이 올라온 탓이다.

이런 서류들을 보는 것은 정신적인 피곤함을 불러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는 몰려오는 피로를 커피 한 잔으로 지우며, 다음 서류를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막장 대회용으로 쓰려다 부족한거 같아서 살붙여서 그냥 재업함

시리즈 물로 써보려는데 뇌절일거같기도 하고..

늘 봐줘서 고맙다 덕분에 재미있게 쓰는 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