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속이여! 이 몸이 무엇을 찾았는지 보거라!”


“하하, 첫 탐색이 즐거웠나보네.”


사령관은 우다다 달려오는 LRL이 넘어지지 않도록 번쩍 안아들어 무릎에 앉혔다.


“후,후,후, 이 진조의 첫 모험으로는 손색이 없었도다!”


처음으로 떠났던 자원 탐색이 퍽 즐거웠는지 LRL은 계속해서 바깥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품 속에서 자원들을 꺼내 늘어놓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구겨졌지만 제법 튼튼해 보이는 철판, 철충의 몸에 박혀있던 칩들… 각종 자원들까지...물론 LRL이 가장 좋아하는 참치캔도 빠지지 않았다.


“짐의 하이퍼 센스로 인간이 좋아하는 참치캔도 여섯..아아니 열개나 찾았느니라!”


LRL은 여섯..이라고 말하려다 사령관의 눈치를 보며 품속에 꽁꽁 감춰두었던 참치캔 10개를 꺼내 사령관의 앞에 쌓인 자원더미에 밀어 넣었다. 


“으우...이 몸이 인간에게 내리는 양식이니 고맙게 생각하도록 하거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못내 아쉬운 듯 LRL의 손가락이 참치캔 위에서 꼼지락 거린다.

참치캔에서 눈을 때지 못하는 LRL를 보던 사령관은 결국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하, 고마워  LRL, 이렇게 많은 참치캔이라니 정말 대단한데?”


열심히 자원을 모아온 상 정도는 줘야겠지?

그렇게 생각한 사령관은 미소를 지으며 시무룩해 있는 LRL에게 참치 다섯캔을 쥐여주었다.


“자, 여기 LRL이 무사히 탐색을 다녀온 기념으로 주는거야.”


“앗! 이거 정말 나 주는 거..크흠,공물은 고맙게 받겠노라!”


우물쭈물 눈치를 보던 LRL은 사령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참치캔을 낚아채 품속에 쑤셔넣었다. 사령관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런  LRL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발키리나 린트블룸이 가져오는 자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 양이면 좌우좌로써도 상당히 힘내준 것이리라.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좌우좌를 바래다 준 사령관은 자원 더미에서 한권의 책을 발견했다.


“음..?”


다른 바이오로이드였으면 절대 가지고 오지 않았을 물건이였다. 

사령관은 자원더미 틈에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오렌지빛의 책을 집어들어 제목을 읽었다.


“음?...신의..선물..게르..마늄?"


다소 생소한 그 글자를 읽어내려가는 사령관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게르마늄이라, 처음 듣는 광물의 이름에 신의 선물이라는 수식어가 쓰인 것을 본 사령관은 흥미로운 얼굴로 책을 펼쳤다.


"..."


첫장을 넘기고, 목차를 읽은 사령관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장, 두장, 팔락팔락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는 점점 빨라져 파라라락 하는 소리로 변했다. 

이따금 사령관은 한 페이지에 머물러 몇번이고 같은 문장을 되읽기도 하고, 감격에 찬 표정으로 크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서 있는 자세 그대로 책 한권을 전부 읽은 사령관이 얼굴을 들었다. 그 얼굴은 희망으로 가득 차 반짝거리고 있었다.


"게르마늄! 답은 게르마늄이야!"


환희에 찬 목소리가 빈 사령관실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알 수 없는 단어가 절반이 넘었지만 이 책의 내용대로라면 이 게르마늄이라는 광물은 오리진 더스트에 필적하는 엄청난 광물임에 틀림 없었다. 

게다가 사용법 또한 어렵지 않아 보였다. 

팔찌로만 만들어 착용해도 효과를 본다니...물론 멸망 이전에 약간의 상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코웃음을 쳤을 법한 내용이다.

하지만 멸망 후 최후의 인간인 사령관에겐 남은 기록이 곧 역사며 사실이였다.


잔뜩 흥분한 사령관은 즉시 패드를 켰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바이오로이드를 부르기 위해.


버튼을 몇번 누르자 금세 작은 바이오로이드의 얼굴이 패드에 떠올랐다. 


“지금 당장 와줄 수 있어?”


“어..사령관이 나를 찾다니..별일이네..”


갑작스러운 호출이였지만, 더치걸은 흔쾌히 사령관의 호출에 응했다. 


“..그러니까 이걸 잔뜩 구하고 싶다는 거지?사령관.”


“응, 할 수 있을까?”


더치걸은 사령관이 준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인류가 모두 멸망해 버린 지금, 확실히 저마늄은 흔한 금속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귀하지도 않았다. 


“내가 갇혀있던 광산에서 조금 나왔던 것 같은데…”


나오는 족족 버려버렸지만, 이라는 뒷말은 사족으로 생각한 더치걸은 그 말을 사탕과 같이 삼켜버렸다. 

인간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것, 그것은 그녀의 오랜 습관 같은 것 이였다.

사령관은 이전의 인간과는 다른 인간이였지만...인간의 말에 토를 단 바이오로이드가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멸망전 개체였던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게르마늄을 최대한 많이 구해다 줄 수 있을까? 아, 물론 AGS들이라면 얼마든 지원해 줄 수 있어."


사령관은 최대한 조심스러운 어투로 그렇게 말했다. 갱도에 파묻혀있던 더치걸을 구해준 뒤, 그는 단 한번도 그녀를 광산으로 출격시키지 않았다. 그것은 그 나름의 배려였으리라.

더치걸은 사령관이 선물해준 드레스의 자락을 매만졌다. 


“..문제 없어.사령관.”


폭약과 드릴은 철충보단 바위와 광물에 어울리는 법,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 사령관의 부탁에 응했다.


-----------------------------------------------------------------------------------------------------------


오르카호는 크지만 소문이 퍼지기엔 작은 곳, 따라서 더치걸들이 캐온 게르마늄과 그 효능이 오르카호에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였다.


[오리진 더스트에 버금가는 새로운 광물! 게르마늄! 소량의 게르마늄으로 자신의 신체를 마음대로 바꾸어 보세요!]

로 시작하는 스프리건의 광고는 오르카호를 뜨겁게 달구는데 성공했고, 게르마늄은 빠른 속도로 전 오르카 호에 퍼지기 시작했다.


멸망의 메이가 게르마늄 가루가 들어간 부츠를 신고 다니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그녀의 부관인 나이트엔젤은 그녀를 말리기는 커녕 한술 더 떠 가슴부에 게르마늄이 듬뿍 첨가된 제복을 입고 생활했다. 

토모는 게르마늄을 삼키다가 수복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의 의상에 게르마늄을 넣는 것은 오드리의 일이였다.

오드리는 그 값으로 참치 대신 게르마늄을 받아 순수 100퍼 게르마늄만으로 이루어진 게르마늄 드레스를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 드레스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오드리는 아스널을 위해 게르마늄 10알을 작고 둥근 구슬 모양으로 깎아주어야 했다.. 

이 이야기는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불행히도 닥터는 성장약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어 이 사태를 막는데 일조하지 못했다.


닥터가 이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게르마늄이 전 오르카 호로 퍼진뒤 1주일이 지나서였다.




누가 해피엔딩 써보레서 뇌 비우고 쓰는데 결말 어떻게 할지 고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