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고 후 복구



그날 분의 파워리프팅과 샤워까지 마친 비스트 헌터는, 카페라떼를 마시다가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뭐, 뭐라고?"


그녀는 기침을 하며 에밀리를 돌아보았다.


에밀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다시 말했다.


"사랑이 뭔지 알고 싶어. 헌터는 알아?"


에밀리가 하는 말에 비스트 헌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사랑이란 걸 해본 적이 있어야 알려주지.


"음, 그게."


그러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언니는 뭘 그렇게 놀래? 에밀리도 그런 거 알만한 때 됐지. ……사랑이 궁금해? 알고 싶어?"


레이븐은 핀잔하더니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


"으음. 어디보자. 사랑이란…… 영어로 LOVE, 일본어로 아이, 중국어로도 아이, 프랑스어로는 아모르, 독일어로는……."


에밀리가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다.


"사랑이 외국어인 거야?"


"넌 또 뭔 헛소리야. 에밀리가 단어를 물어봤어?"


헌터의 면박을 받고, 눈을 굴리던 레이븐은 곧 머쓱하니 머리를 긁었다.


"아하하……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네. 이 언니가 머리에 든 게 있어야지."


"참 자랑이다. 으이그, 말이나 하지 말든가."


바로 그때 경계근무를 마치고 온 파니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뭔데, 뭔데? 무슨 일이야?"


헌터가 뭐라고 하려는 사이 레이븐이 먼저 대답을 가로챘다.


"글쎄. 에밀리가 사랑이 뭔지 알고 싶다는 거 아니겠어? 후후후…… 에밀리도 이제 히로인이 될 나이란 거지."


"자꾸 뭔 소리야."


"……아하. 사랑 말이구나? 난 알아. 그거야 당연한 거니까."


파니가 잠깐 생각하다가 자신만만하게 하는 말에 에밀리가 물었다. 헌터와 레이븐도 놀라서 바라보았다.


"진짜? 사랑이 뭔데?"


"응. 사랑이란…… 양이야."


"양?"


"그래. Sheep. 아니면 Lamb도 괜찮고.”


파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양털 인형을 꺼내들었다.


"자. 봐봐. 양이야말로 사랑이라고. 얼마나 북실북실하고 부드럽고 포근한데! 게다가 양고기는 또 얼마나 맛있는지. 양만 있으면 모두가 행복하다고. 헤헤헤."


파니는 인형에다 뺨을 부비며 행복해 했다.


에밀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이븐이 피식하고, 비스트 헌터는 팔짱을 끼고 있다가 말했다.


"안 되겠어. 돌머리끼리 머리 맞대봐야 답이 안 나와. 그냥 아스널 대장한테 물어보렴."


그러자 에밀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대장한테 물어보러 갈게."


에밀리가 숙소를 나서자, 레이븐이 칭얼거렸다.


"돌머리라니 너무해! 이래뵈도 캐노니어 참모한테. ……그런데, 아스널 대장은 사랑이 뭔지 알까?"


"설마 모를 리가 있겠어. 지휘관인데 그래도 우리보단 낫겠지."


레이븐은 탐탁찮은 표정을 지었다.


"글쎄올시다."


그야 어쨌든, 에밀리는 헌터의 조언대로 로열 아스널을 찾아갔다.


마침 집무실에서 행정작업 중이던 아스널은, 에밀리가 묻는 말을 듣고 손뼉을 치며 웃었다.


"하하. 에밀리도 이제 사랑을 알 나이가 됐구나…… 걱정 마라. 이 언니가 알려줄 테니."


여장부 타입인 로열 아스널은, 장성급 바이오로이드답게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서도 지식이 풍부한 모양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아스널은 에밀리를 함교 앞에 데려간 다음 말했다.


"잘 보거라, 에밀리."


에밀리를 출입구 뒤에서 훔쳐보게 해놓고, 아스널은 혼자 함교에 들어갔다.


"여어. 오늘도 씩씩해 보이네."


사령관이 문서를 작업하다 말고 의아하게 돌아보았다.


"으응. 웬일이야? 아스널이 이 시간대에."


"웬일이긴.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 보는 사이도 아니고. 그나저나, 사령관은 사랑이 뭔지 아나?"


"사랑? ……글쎄. 그걸 쉽게 정의하긴 힘들 것 같은데."


그는 아스널이 대뜸 하는 질문을 듣고 팔짱을 꼈다.


그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아스널이 씩 웃었다.


"후후. 침대 다리 빠개면서 하는게 진정한 사랑이야. 이참에 오늘 진정한 사랑 한번 해 보자."


사령관은, 그러면서 입술을 오므리고 안기려고 하는 아스널을 밀어냈다.


"됐거든? 까불지 말고 가서 일이나 해."


아스널은 대번에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까부는 게 아니라 진심인데."


"아무리 봐도 장난으로밖에 안 보이거든?"


"……."


"나 화낸다."


"……알았어."


아스널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에밀리는 그 광경을 보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잘 모르는 그녀의 눈으로 봐도 예시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대체 사랑이란 뭘까. 에밀리가 궁금해 하면서 그 자리를 나와 걷고 있는데, 문득 저편에서 벽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여다 보아하니 세이렌이 친구와 뭔가 연습중인 모양이었다.


진지한 얼굴을 한 세이렌은 네레이드를 벽으로 몰아붙여 놓고 이렇게 읊었다.


"사랑?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돈으로 사면 될 거 아냐. 얼마면 될까. 얼마면 되겠냐?"


네레이드는 짐짓 울상을 지었다.


"얼마…… 줄 수 있는데요? 나, 돈 필요해요. 많이."


그러자 세이렌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이 연극하는 모습을 보고, 에밀리는 사랑이 돈인가 싶었다.


아닌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도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 사이 세이렌은 연극을 끝내고 한숨을 내쉬었다.


"휴- 잘했어요, 네리 씨."


"근데, 이렇게 하면 사령관이 진짜로 좋아할까? 좀 이상한데."


네레이드는 지당한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세이렌은 자신만만한 눈치였다.


"멸망 전에 국민 드라마라서, 이게 유행어가 됐다지 뭐에요. 아마 틀림없을 거예요. 엘븐 포레스트 씨가 그랬거든요."


그렇게 모종의 리허설을 마친 세이렌은 네레이드와 함께 이야기하며 멀어져 갔다.


에밀리도 에밀리대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간직하며 돌아서는데, 문득 옆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하여간 참 별의별 짓은 다 하지 않습니까."


"예?"


브라우니가 한심 반 안쓰럼 반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저 부함장님 말입니다. 그냥 사령관님하고 사귀자고 하면 될 거 가지고, 맨날 이상한 연습이나 하고 있으니."


브라우니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에밀리는 브라우니에게도 물었다.


"사귀자고 하면…… 다 사귈 수 있는 거야?"


"뭐, 서로 마음이 맞으면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사랑이 뭐 별겁니까."


브라우니의 말을 듣고 에밀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물었다.


"음. 브라우니는 사랑이 뭔지 알아?"


"사랑 말입니까? 글쎄요……."


그 브라우니가 말을 흐리는 사이 다른 브라우니가 끼어들었다.


"에밀리 아가씨. 사랑은 외로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외로운 거?"


브라우니는 진지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사람은 사랑을 하면 고독해지기 때문이죠. 사랑이란 운명을 거니까요. ……모든 걸 거니까 외로운 겁니다."


그러자 세이렌을 흉보던 브라우니도 느닷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리가 가만히 보고 있는 사이, 둘은 어깨동무를 하며 자리를 떠났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둘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에밀리는 더욱 복잡한 마음이 되었다.


잘 생각해보면 조금은 맞는 말 같기도 한데, 왠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날 종일토록 잠수함 안을 활보하며 수소문을 하던 에밀리는, 나중엔 닥터에게도 물었다.


"사랑에 대해 알고 싶다고?"


"응. 사랑이 뭘까. 좋아하는 물건? 돈? 외로움?"


에밀리가 지금까지 수집해 온 정보를 토대로 의문을 드러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닥터는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흠…… 틀린 말들은 아닌데. 일단 사랑이란 건, 대충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어. 처음에 만나는 순간 도파민을 발생시키고……."


곁에서 듣고 있던 포츈이 난처하게 웃었다.


"저기. 에밀리는 그런 걸 묻는 게 아닌 것 같거든?"


지적을 받은 닥터가 투덜거렸다.


"그, 그럼 어떻게 설명해. 내가 아는 건 이것뿐이라고. 무슨 연애를 제대로 해 본 적도 없고."


"……듣고 보니 그러네. 그렇지만, 간접 경험이란 것도 있거든."


에밀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간접 경험?"


포츈이 웃었다.


"책을 많이 읽거나 영화 드라마 같은 데서 아는 거거든. 그런 지식이 많은 사람한테 가서 묻는 게 어떻겠니?"


에밀리는 그럴 성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는 게 많은 사람은 누가 있어?"


"글쎄. 그것까진…… 아. 그렇지. 하르페이아한테 가서 물어보는 게 어떨까. 그애는 책을 많이 읽거든."


"그렇구나. 고맙습니다."


에밀리는 포츈의 조언을 듣고 하르페이아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하르페이아의 대답도 알쏭달쏭하긴 마찬가지였다.


"음…… 사랑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과거 캐나다의 심리학자 존 앨런 리는 사랑을 여섯 가지로 분류했대. 낭만적 사랑 에로스, 우애적 사랑 스토지, 유희적 사랑 루두스, 실용적 사랑 프라그마, 이타적 사랑 아가페, 소유적 사랑 마니아 이런 식으로. 여기서 에로스는……."


하르페이아는 신이 나서 설명을 빙자한 지식 자랑을 끝없이 늘어놓았다.


하지만 에밀리는 더욱 더 알쏭달쏭해지는 바람에 듣다가 그만 나와버렸다.


하르페이아는 눈을 감은 채, 에밀리가 나가 버린 줄도 모르고 열심히 떠들었다.


"사랑은 참 어려워."


로비의 벤치에 앉은 에밀리가 무표정하게 중얼거리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후훗. 어리석은 소녀여. 답을 찾고 있는가? 그러면 본좌의 아카식 레코드에 문의해 보라!"


LRL이 간만에 뱀파이어 흉내를 내며 나선 것이었다.


같이 있던 그리폰이 핀잔을 주었다.


"지랄하네. 네가 사랑이 뭔지 알긴 하냐?"


LRL의 말문이 턱 막혀서 더듬거렸다.


"그, 그건. ……난 어린애라서 그렇다. 뭐."


"어리긴 개뿔. 팔십년을 넘게 산 주제에."


이러자 LRL이 뜨끔해서 발끈했다.


"그…… 그러는 그리폰 넌 나보다 늦게 태어났으면서 왜 나한테 반말해?!"


꼬우면 이겨봐- 그리폰은 혀를 내밀며 약을 올렸다.


LRL이 화내며 또 뭐라고 하려는 사이 에밀리가 끼어들었다.


"저기. 그리폰은 혹시 사랑이 뭔지 알아? 사령관님하고 가끔 놀잖아. LRL하고도 사이가 좋고."


"어, 어?"


이에는 그리폰도 당황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는걸. 그리고…… 안다고 해도 딱히 널 위해서 알려줄 것도 아니니까! 인간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라이벌이라고."


그리폰은 엄포를 놓으면서도, 다시 이렇게 말했다.


"에밀리. 아까 보니 여기저기 물어보는 것 같던데. 이러지 말고 인간한테 가서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 인간은 사랑 많이 하니까."


"사령관이?"


"뭐…… 대충만 봐도 많이 하잖아. 안 보여?"


그리폰이 입을 부풀리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녀들의 주인이자 관리자인 사령관이 있었던 것이다.


에밀리는 그럴 성 싶어서 다시 사령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침 사령관은 일을 다 하고 잡담이나 하는 중이라, 접견이 쉽게 허락되었다.


"사령관님. 나 물어볼 게 있는데."


사령관이 반갑게 에밀리를 맞이했다.


"오오. 에밀리니? 뭐든지 물어보렴."


"사랑이 뭐야? 알고 싶어."


대뜸 묻는 그 말에, 커피잔을 입에 가져가던 사령관의 손이 멈칫했다.


사령관은 에밀리를 돌아보았다.


"에밀리. 그게 왜 궁금한지 알 수 있을까?"


"으응. 그냥…… 그게 뭔지 몰라서 말이야. 알고 싶은데 알 수가 없어서. 왠지 자꾸만 알고 싶어지는데, 다들 잘 모르는 것 같고."


에밀리의 말을 듣고 사령관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건 누구에게도 있지만, 누구도 잘 모르는 감정이니까. 사람이라면."


"바이오로이드는 사람이 아니라지 않아?"


"하하. 글쎄. 적어도,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어떤 생명에게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 심지어 동물도 사랑을 한다고 하니까."


에밀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사령관은 사랑이 뭔지 알아?"


"글쎄……"


그는 말을 흐리다가 에밀리에게 웃어 보였다.


"그런 건 정답이 없으니까. 사람마다 각자 아는 수 밖에 없다고 봐."


"……그래?"


에밀리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사령관은 조금 생각하다가, 에밀리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에밀리.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사령관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네가 평소든, 가끔씩이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있지? 그 사람들한테 느끼는 감정을 한 번 생각해 봐. 그러면 사랑이 뭔지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 모든 게 사랑이 아닐까. …… 난 그렇게 생각해."


그 말을 듣고 에밀리의 눈이 커졌다. 비로소 실마리를 잡은 느낌이 들었다.


사령관의 말이 계속되었다.


"나도 책에서 본 거지만, 사람은 사랑을 가지고 살아간대. 부모 자식의 사랑, 형제자매와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남을 위한 사랑 같은……."


"……."


"에밀리도 나처럼 모든 걸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니까, 당연히 사랑을 가지고 있을 거야. 깨닫지 못했다 뿐이지."


가만히 있던 에밀리는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으응. 어쩐지 고민이 조금 풀린 것 같아."


중얼거린 그녀는, 다시 눈을 들어 한참 사령관을 응시하다가 몸을 돌렸다.


"어디 가니. 기왕 온 거 핫초코라도 먹고 가지."


"……으응. 아니야. 나 혼자 정리하고 싶은 게 있어서."


사령관은 빙그레 웃었다.


"그래. 열심히 정리해서, 혹시 가능하다면 나한테도 알려 줬으면 좋겠어."


에밀리가 돌아선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열심히 할게."


에밀리는 그 말을 남기고 부리나케 함교를 빠져 나갔다.


때마침 아스널이 그날의 업무 보고를 위해 들어오는 길이었다.


아스널은 에밀리가 떠난 방향을 돌아다보며 말했다.


"웬일이야? 에밀리와 무슨 일 있었어?"


"응. 사랑이 뭔지 물어보더군."


사령관이 간단하게 대답하자, 아스널은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사령관한테 직접 물어본 거구만. 어때, 그래서 에밀리한테 사랑한다고 직접 말했어? 응?"


그는 흥미진진하게 물어 오는 아스널을 슬쩍 밀어냈다.


"아니. 대신 숙제를 내 줬어. 에밀리가 숙제를 해오면 나도 바로 답해줄 생각으로 말이야."


아스널은 과장되게 놀란 척했다.


"오우. 꽤 튕기잖아…… 제법인데."


"제법은 무슨. 너야말로 혹시 애한테 침대 다리 어쩌고 하는 헛소리 가르친 건 아니겠지?"


아까 지은 죄가 있는 아스널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 아니야. 내가 무슨 바본 줄 알아."


사령관은 아스널을 슬쩍 올려다보며 다시 말했다.


"참. 그리고 아까는 침대 다리 빠개면서 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진정한 사랑 한 번 보여 줘?"


아스널은 순간 얼굴을 붉혔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건……."


자기 입으로는 잘도 말하더니, 막상 남자한테 자기가 한 말을 되돌려 받자 금새 부끄러워진 모양이었다.


안절부절하는 아스널을 보고 사령관은 빙그레 웃었다.


태어난 지 몇년 되지 않은 아스널 또한, 어른스런 척해도 역시 내면은 에밀리와 비슷했던 것이다.


아스널은 허둥대며 간단한 업무 보고를 마치더니 에밀리처럼 곧바로 함교를 나와 달아나 버렸다.


"크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가지. 내일 또 만나자고!"


부끄러워 줄행랑을 치는 그녀를 보며 사령관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이래저래 돌봐줘야 하는 동생이 늘어만 가는 것 같았다.




---
소설 모음 보러가기 (픽시브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