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그 버튼은 꼭 다섯번 정도만 눌러야 해" 

ㅇㅇ



20XX년 2월 14일

날씨:맑음!



  오늘은 알비스가 '미호 언니의 초콜릿 다시 먹고 싶어!'라고 말하기도 했고, 마침 발렌타인 데이기도 해서 오랜만에 실력 발휘 할려고 주방에 갔다. 그런데 주방엔 조리기구가 사라지고 이상한 기계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누가 남긴 메모지엔 '당신이 원하는 초콜릿을 만들어주는 기계'라고 되어있고 버튼은 하루에 꼭 다섯번 정도만 누르라고 되어 있었다.


조리기구도 없겠다.. 속는셈 치고 사령관 얼굴을 생각하며 버튼을 누르니 딱 내가 원하던 모양의 초콜릿이 나왔다. 아무리 봐도 진짜 내가 만든것처럼 생겨서 좀 놀랬다. 이런걸 만들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라면... 아마 닥터가 만든거겠지? 그리고 대랜- 하는 소리가 나면서 겉 부분에 숫자 카운터가 1 늘었다.


음.. 알비스에겐 미안하지만 알비스가 보면 3번이 아닌 300번 누를것 같아서 찬장에 숨겨놓았다. 물론 숨기기 전에 지난 작전때 광고판에서 본 멸망 전 5×5로 쪼개진 초콜릿을 상상해서 내꺼 하나 알비스꺼 하나도 챙겼다.

멸망전의 광고만 생각하고 눌렀는데도 진짜 그 초콜릿을 먹어본듯 리얼하게 맛이 느껴졌다. 약간 살짝 끈덕지고 녹으면서 달달함이 입에 퍼지는 이 맛은 너무 맛있었다..

닥터도 초콜릿에 관심이 많은걸까? 어떻게 이런 기계를 만들 생각을 한걸까?






20XX년 2월 15일

날씨:구름이 껴서 흐렸다



  어제 만들었던 아니다. 버튼을 눌러서? 만든 그 5×5 초콜릿이 너무 생각났다. 한번만 맛본건데 게다가 먹어 본 적도 없는건데 너무 이상적인 맛이라 그런걸까? 그래서 남몰래 주방에 가서 버튼을 5번이나 눌렀다.. 그나저나 숫자 표기가 1씩 늘어나는줄 알았는데 기계가 고장난건지 3번째 버튼을 누른 뒤엔 3이 아닌 4로 표시 되었다. 그 뒤론 8, 16.. 닥터도 참.. 똑똑해 보이지만 가끔 이런 실수를 한다니깐? 뭐 큰 문제는 아니라서 굳이 얘기하진 않았다.


초콜릿은 맛있어서 순식간에 다 해치웠다. 잠시 내가 알비스가 된 기분이었다. 근데 뭐라해야하지? 이 위화감? 아무런 재료도 없이 이렇게 초콜릿이 막 튀어나올수 있나? 뭐 닥터가 만든거니 나로썬 알기 힘든꺼 같다. 물어볼까 했지만 최근 닥터가 바쁜거 같기도 하구. 사령관하고 뭘 하는지 바이오로이드 닮은 인형 만들고 그런다니깐?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다.







20XX년 2월 16일

날씨:비가 왔다



  그 기계를 내 숙소에 뒀다. 어차피 주방에선 아무도 신경 안 쓰고.. 또 먹고 싶을때 주방까지 가기도 귀찮고.. 마침 오늘 비가 와서 오늘은 탐색이나 전투도 없었기 때문에 숙소 안에서 내내 초콜릿만 까먹었다! 근데 재료가 부족한지 이젠 버튼 한번에 5×5 한판을 안주고 좀 작은 조각밖에 안줘서 오늘은 한 15번 누른거 같다. 어제랑 비교하면 양은 비슷하니 괜찮겠지?

이렇게 태평하게 만화책 보면서 초콜릿 까먹으니 오늘 하루는 시간이 훅 간거 같다.


지금 일기 쓰다가 생각 난건데 아까 12시 전까지만 해도 카운터 숫자가 삼만을 넘겼던거 같은데.. 잘못 본거 같다 지금은 숫자가 0으로 적혀져 있다. 뭐 별거 아니겠지..







20XX년 2월 17일

날씨:오전엔 맑았지만 오후엔 잘 모르겠다



철충의 본대 습격으로 오늘은 오르카호가 심해에 짱박혀있었다. 광물 작업으로 오전에 열심히 캐고 오후엔 휴식을 취하면서 초콜릿을 까먹었는데 달달한 맛처럼 휴식 시간도 사르르 녹아버렸다. 버튼은 한 16번 눌렀나? 시간 너무 빨라... 오늘은 정말 한게 없어서 쓸게 없는것 같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가지? 오늘은 좀 일찍 자야겠다..






20XX년 2월 18 19일

날씨:맑음 ???



어젯밤 11시쯤 일찍 잘려고 했는데 잠이 안와서 3번정도 버튼을 더 눌러 달달한 밀크 초콜릿을 까먹었는데 일어나보니 달력이 19일이었다. 뭔가 싶어서 옷을 갈아입고 숙소에서 나왔는데 사령관이 나를 찾아다녔다며 도대체 어디 계셨냐는 콘스탄챠의 말에 의아해 하면서 사령관을 만나러 갔다. 사령관이 어디 있었냐고 물어보자 나는 이상한 장난 치지 말라고 바보야!라고 말했지만 다들 입을 맞춘듯 19일이라고 했다. 뭔가 속는 기분이지만.. 정말 19일인거 같다.. 정말 뭘까? 멸망전의 영화중 하나를 따라하는걸까? 도무지 의문이 안 풀린다..






20XX년 2월 20일

날씨:맑음



오늘은 맑았지만 19일의 찝찝함이 사라지질 않아 숙소에 박혀서 초콜릿을 잔뜩 먹기로 했다. 어차피 당분간 바쁘지도 않으니 뭐.. 몇번 눌렀는진 모르겠지만 숫자가 2백만을 넘겼네? 뭐 크게 신경 쓸건 아닌거 같아서 그대로 잠을 잘려고 한다. 살은.. 안찌겠지?







20XX년 3월 16일

날씨:???



뭔가. 뭔가 이상하다. 한달?

내가 한달동안 사라졌다고? 이상한 장난ㅊ치지마 사령관.

사령관? 내가 뭐 잘못한거야? 무섭게 왜 다른 바이오로이드까지 동원해가면서 나를 속이는거야?

혹시 최근에 멸망전의 영화인 어떤 남자를 속이는 쇼 본거야? 진짜 무서우니깐 사령관이 장난 안쳐줬으면 좋겠다.

진실을 알고 싶었지만 다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길래 ㄷ더이상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숙소에 짱박혔다.







20XX년 3월 17일

날씨: 하늘에서 초콜릿이 떨어졌으면 좋겠다



우울한 기분에 초콜릿을 하나 집어 먹었는데 지금 일기를 쓸 때도 머릿속에서 저 초콜릿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초콜릿, 초콜릿, 초콜릿, 멸망전의 초콜릿이 아니어도 좋아.

갈색의 달달한 그 풍미. 혀에서 천천히 녹으며 자신의 온몸을 뿜어내는 초콜릿.


버튼을 한번.. 두번.. 눌러가며 먹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카운터의 숫자는..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억.. 십억. 백억의 숫자를 넘어가고 있었다.


소름이 끼친다.

나는 무언가 홀린듯 버튼만 꾹 꾹 누르고 있었다.


내가 무엇에 씌인걸까?


아니


저 기계가 진짜 닥터꺼가 맞나?


모르겠다. 머리가 아파와서 잠이나 자야겠다.


















출처 댓글 해석본


번역

20xx년. 25xx년 ?월 ?일

날씨: 고요하다

여기는 대체 어디지? 지금 내 눈 앞엔 회색빛 건물과 사이사이 헤집고 들어간 초록빛의 식물 밖에 안 보인다. 근처 건물에 들어가 그나마 작동되는 패널을 조작해보니 25XX년이라고 되어있었다. 500년?

뭐야?

나 500년동안 뭘 한거지?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뭐야. 무서워 여기 어디야 사령관 사령관 사령관


설명충(121.149)

1. 2월 15일 버튼을 누를때마다 1,2,4,8,...로 증가하는 숫자 > 기하급수

2. 2월 17일 / 2월 19일 > 타임워프 가능성

3. 2월 20일 / 3월 16일 > 타임워프 확정

숫자 2백만 언저리 기하급수이므로 가능한 숫자 2097152

초로 계산하면 2097152초 > 약 24.2일

4. 마지막은 500년 정도 흘렀으니

35번 버튼을 누르면 17,179,869,184초 > 약 544.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