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챠와 그리폰에게 구해진지 수개월! 사령관은 정체불명의 금단현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

 사령관은 지긋지긋한 서류작업을 하던 중 한숨을 쉬었다.

 “주인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사령관이 앉은 책상 너머에서 같이 서류작업을 하던 콘스탄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뭔가가 부족한 기분이 들어. 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계속해서 그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

 사령관의 알 수 없는 말을 들은 콘스탄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부족한 것이라… 단백질 아닐까요? 최근 고기의 섭취가 부족한 것일지도 몰라요.”

 “그건 아냐. 오늘 낮만 해도 하치코랑 미트파이를 실컷 먹었는 걸.”

 미트파이를 4개나 먹은 사령관이었다. 하치코가 오늘은 미트파이데이라며 어디선가 미트파이를 잔뜩 들고 온 것이었다. 알고보니 미트파이데이라는 날은 없었다. 그냥 미트파이를 같이 먹자는 구실이었던 것이었다.

 “아, 그럼 단백질 배출인가요?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콘스탄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치마를 들춰 입고 있는 팬티를 내렸다.

 “자, 잠깐, 그쪽이 아냐! 그리고 하더라도 이건 다 마치고 해야지!”

 얼마전 성욕을 주체 못하고 서류정리를 하던 책상에서 한판 벌인 것을 떠올린 사령관이었다. 더러워진 서류를 몰래 파기하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랐다.

 “그런가요? 아쉽네요.”

 콘스탄챠는 벗은 팬티를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왜 다시 입지 않는 거야, 무슨 의미인 거야. 그렇게 말하고 싶은 사령관이었지만 애써 무시하며 다시 서류작업으로 돌아갔다. 물론 눈은 10초에 한번씩 콘스탄챠의 새하얀 속옷으로 향하긴 했다.


 “하…”

 사령관은 고단한 업무와 고단한 쾌락을 마친 후 허리를 스트레칭하며 복도를 걸어갔다. 역시나 그쪽도 고픈게 아니었다. 고플 리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했을지도 모르는 행위가 그렇게 금방 고파질 리가 없었으니까.

 오늘한 콘스탄챠 이전에 누구와 했나 떠올리던 사령관은 손가락을 세다 세는 것을 포기했다. 뭐 그렇게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무슨 냄새지?”

 복도 어디선가 묘한 냄새가 풍겨져왔다. 무언가 타는 냄새같기도 하면서 묘한 단 냄새가 느껴졌다.

 “킁킁.”

 사령관은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식당에서 누가 음식이라도 태웠나 생각했지만 식당은 반대편에 있었다. 혹시 잠수함 어딘가에서 불이라도 났을 수도 있었다. 만일 그랬다면 맡고 지나칠 수 없는 문제였다.

 냄새가 나는 곳은 잠수함 어딘가의 창고였다. 오르카호 내에는 수많은 방이 있었고 사령관이 파악한 방보다 아직 파악하지 못한 방이 더 많았다. 물론 대부분의 방에는 업데이트 예정이라는 팻말이 있었지만.

 사령관은 조심히 문을 열었다.

 “으아악!”

 창고 안에 있던 누군가가 사령관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으아악!”

 사령관은 창고 안에 있던 누군가가 놀라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아, 더치 걸이었냐.”

 사령관은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더치걸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이 오르카호 내에 귀신이 있다는 소문을 내고 있어서 사령관은 귀신이라도 본 것인가 순간 생각했던 것이었다.

 소문의 근원을 찾아 나중에 혼이라도 내줘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사령관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아… 그게…”

 더치걸은 한 손은 뒤로 하고 다른 손으로 공중을 휘휘 저으며 우물쭈물했다.

 “그러고보니 어디서 탄 냄새가 났는… 킁킁.”

 말을 하던 사령관은 창고의 냄새를 맡았다. 조금 전 나던 타는 냄새가 강하게 느껴졌다.

 “킁킁?”

 타는 냄새였을까. 일반적인 탄 냄새와는 묘하게 다른 냄새였다.

 “아! 이거야!”

 사령관은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 외쳤다. 더치걸은 또다시 화들짝 놀랐다.

 “더치 걸, 이거 무슨 냄새야?”

 더치 걸은 뒤로 숨겼던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작은 손에는 작은 종이막대가 들려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 함내에 흡연실도 없고 방에서 피우기에는 다른 바이오로이드 눈치도 보이고 해서 이렇게 창고에서 자주 피워.”

 그렇게 말한뒤 더치 걸은 담배를 입에 물고 한모금을 빨았다.

 “힘들 때 담배를 피우면 기분이 조금 좋아져.”

 사령관은 더치 걸을 바라보았다. 허름한 작업복에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였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새 옷 준 거는?”

 어렵게 구한 더치걸의 다른 옷이었다. 어떤 더치걸이 전시장에서 입었다고 하는 옷이었다. 지금 더치걸이 입은 옷보다는 훨씬 이쁜 옷이었다.

 “그건 사령관이 준 옷이야. 작업할 때 더러워지면 안되니까 일할 때는 이 옷을 입어야지.”

 더치 걸은 쓸쓸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사령관은 더치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더러워지면 빨면 되고 찢어지면 오드리가 고쳐줄 거야.”

 지나치게 착한 아이였다.

 “아, 그보다 이 냄새. 내가 계속 찾던 냄새였어.”

 사령관은 잊고 있던 본론으로 돌아갔다. 담배. 그것이 사령관이 계속해서 찾던 무언가의 정체였다. 담배를 피운 기억은 잊었을지라도 몸은 담배를 원하고 있던 것이었다.

 “더치 걸, 그거 혹시 줄 수 있어?”

 “응? 이거?”

 더치걸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사령관에게 넘겨주었다. 사령관은 담배를 받아들고 그 담배를 보았다. 작은 원통형의 담배의 끝은 자그맣게 불타고 있었다. 그 개비를 사령관은 긴장과 기대를 하며 입에 물었다.

 “쓰읍, 콜록! 콜록!”

 담배연기를 한모금 들이킨 사령관은 기침을 하며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담배 엄청 세네! 콜록! 콜록!”

 담배연기가 목을 쑤셔대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목구멍에 손을 넣어 담배연기를 닦아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한편으로는 담배를 피움으로 인한 만족감이 커지고 있었다.

 “일이 힘들다보니 순한 담배로는 아무 느낌도 안들어서 말야.”

 사령관은 더치 걸의 과거를 떠올렸다. 광산에서 쉬지 않고 일해야 했던 그들의 과거. 살아서 광산을 파고 죽어서 광산에 묻혀야 하는 운명이었다. 더치 걸에게 이 담배는 얼마 없는 삶의 즐거움이었을지도 몰랐다.

 “사령관 담배는 처음이야?”

 “아마 아닐 거야. 오랜만에 피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피우던 담배는 약한 담배였을 수도.”

 사령관은 담배를 다시 더치 걸에게 돌려주었다. 더치 걸은 담배를 물더니,

 “아, 이거 간접키스.”

 그렇게 말하며 기분좋은 얼굴로 담배를 빨아들였다.

 “하…”

 사령관은 더치 걸의 옆에 주저앉았다. 사령관은 오른손을 들었다. 오른손은 본능적으로 담배를 쥔 자세를 하고 있었다.

 “사령관도 어지간한 골초였나보네. 손자세부터 뭔가 달라.”

 더치 걸은 사령관에게 기대며 사령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더치걸의 입에서 나온 담배연기가 사령관의 코로 들어왔다. 그 유혹을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도시쪽에 인간들이 피웠다던 담배가 많은 가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다음에 나가면 가서 약한 담배 챙겨올까?”

 사령관은 어느 곳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 함이 가까이 있는 도시에는 수많은 철충들이 있었고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오래된 건물들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런 곳에 더치 걸을 보낼 수는 없었다.

 “아니, 됐어. 거긴 위험한 곳이잖아. 네가 가서 다치면 안되지.”

 사령관은 더치 걸을 토닥이며 일어났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담배 피우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내가 한번 흡연실을 만들어보자고 해볼게. 이런데서 담배라도 피우다가 연기 때문에 스프링쿨러라도 작동되면 난리날 거 아냐?”

 “그건 괜찮아. 이 창고는 연기감지기가 고장났으니까.”

 그쪽이 더 문제잖아. 나중에 이 창고를 정비하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령관은 창고에서 나갔다. 창고에서 나가기 전, 그는 최대한 담배연기를 폐속에 담고 나갔다.


 “하…”

 사령관은 뭐든 지겹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휘관들의 말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 모습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메이였다.

 “사령관? 아무리 이 자리에서 하는 일이 제일 없는 사람이라도 최소한 사람이 하는 말은 들어야 하지 않을까?”

 메이의 경멸하는 얼굴은 오랜만이었다. 평소라면 그걸로 몇발은 뽑을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입이 허전했다.

 “입에 물었으면 좋겠는데…”

 무의식적으로 생각이 입으로 튀어나왔다.

 “사, 사령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뭘 무는 거야? 지금 여기서?”

 메이는 사령관의 말에 당황하며 벌떡 일어섰다. 그 모습에 사령관은 제정신을 차렸다.

 “아, 그게 아냐. 무는 건 네가 아니라 내 이야기야.”

 “뭐? 사령관이 그걸 문다고? 내걸? 그런 거야?”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사령관이 고민하는 찰나 메이의 맞은 편에 앉은 콘스탄챠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주인님은 이미 아침에 실컷 물고 계셨으면서 아직도 만족 못하신 건가요.”

 “아니, 그게…”

 담배가 물고 싶어지던 참이었다. 통신기에서 불이 들어왔다.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브라우니가 나타났다.

 -사령관님! 브라우니임다!

 “어느 브라우니?”

 -사령관이 아는 브라우니중 가장 귀여운 브라우님다!

 사령관이 아는 한 브라우니는 모두 똑같이 생기긴 했다.

 “무슨 브라우니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기 너희 지휘관도 있어.”

 “크흠.”

 이 모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불굴의 마리가 헛기침을 했다. 그 소리를 들은 브라우니는 안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하얘졌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브라우니가 직접 사령관에게 연락한 것이라면 어지간히 중요한 일인 모양이었다.

 -더치 걸과 정찰을 나갔는데 더치 걸이 사령관님에게 무언가를 줄 거라면서 도시로 들어갔슴다. 그게 한시간 전인데 더치 걸이 돌아오지 않고 있슴다.

 “더치 걸이?”

 사령관은 더치 걸이라는 말을 듣자 불안감이 밀려왔다. 사령관은 오른손을 보았다. 담배가 들어갈 자리가 비어있는 오른손이었다. 설마.

 사령관은 더치 걸이 그렇게 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가지 말라고 했건만… 사령관은 오른주먹을 꽉 쥐었다. 마침 지금 이자리에는 모든 지휘관이 앉아있었다.

 “지금 당장 출발할 수 있는 병력은 얼마나 되지?”

 “각하, 지금 우리는 앞으로의 작전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더치 걸의 구출임무의 우선순위는 그보다 뒤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리의 말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지금 오르카호는 작전계획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함부로 작전을 수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만일 제가 더치 걸이라면, 저 마리가 혼자 적진에 남겨져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면 저는 절 포기하라고 말할 겁니다. 각하, 지금은 이 자리에 온힘을 다해야 합니다."

 마리는 얼마든지 그럴 바이오로이드였다. 다른 불굴의 마리들이 전부 이전의 전쟁에서 죽은 것은 마리는 그런 바이오로이드였기 때문이었다. 작전을 위해서라면 자신마저도 희생할 수 있었다.

 “마리. 이 작전의 목적은 무엇이지?”

 “철충이 점령중인 교두보의 제압 및 중요 거점 획득입니다.”

 “아니, 그런 것 말고. 우리가 이 작전으로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 말야.”

 “인류의 부흥 말씀이십니까?”

 “그래.”

 사령관은 옛 인류가 어떤 자들인지 알고 있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을 도구 취급하며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쓰던 그들. 사령관은 그런 인류를 재건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인류의 부흥이 아닌 또다른 비극의 시작이었다.

 “우리의 성취를 위해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버린다는 건 나보고 전쟁전의 인류가 되라는 소리야. 그런 인류가 부흥하느니 난 하나의 바이오로이드를 더 구하겠어.”

 “… 각하의 의향이 그러시다면 저는 그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마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었다.

 “그럼 다시 물을게. 지금 당장 출발할 수 있는 가용 병력이 얼마나 되지?”

 사령관은 자리에 앉아 다리를 떨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펜을 끼고 입에 가져갔다. 사령관이 담배를 물 듯 펜을 물자 펜이 찌그러졌다.

 “주인님, 별 일 없을 겁니다.”

 옆에 서있는 콘스탄챠가 위로를 해주었다. 하늘에서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물 속에 있는 함내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화면 속 도시에는 폭우로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수많은 부대원들이 더치 걸을 찾은지 한시간이나 지났지만 더치 걸은 발견되지 않았다.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디서 죽은 것은 아닌가, 사고라도 당한 것인가 철충에게 당하기라도 한 것인다. 무엇이든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죽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사령관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뿐이었다. 걱정하고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것뿐. 할 수 있다면 도시로 가 돌 하나 하나 주우며 더치 걸을 찾고 싶었다. 사령관이라는 것은 힘든 직책이었다. 그가 짊어진 책임은 그에게 하고 싶은 일을 양보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는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소식을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사령관의 얼굴이 시름으로 어두워지자 콘스탄챠는 조용히 사령관의 머리를 안아주었다. 사령관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조용히 콘스탄챠의 허리를 안아주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연락이 들어왔다.

 -더치 걸을 찾았습니다!

 사령관은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조금이라도 더치걸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들어간 건물이 무너지며 그 안에 깔려있었던 모양입니다.

 들것에 실려 나오는 더치걸이 보였다. 그녀는 전에 사령관이 선물한 옷을 입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주인님.”

 뒤에서는 콘스탄챠가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사령관은 자신의 눈물도 훔쳐가길 바라며 말했다.

 “더치 걸을 확보하는대로 전원 함으로 귀환해.”


 사령관은 격납고로 달려갔다. 조금이라도 일찍 더치 걸을 맞고 싶었다. 격납고 문이 열리더니 대원들이 탄 보트가 들어왔다. 보트 안에 더치걸이 탄 것이 보였다. 몸은 괜찮은 모양인지 더치걸은 들것에 앉아있었다.

 보트가 들어오고 제일 먼저 내린 것은 마리였다.

 “내 어리광을 들어줘서 고마워.”

 “부하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저도 그랬을 겁니다. 오히려 어리광을 부린 것은 저입니다. 제 사과를 받아주십시오.”

 마리는 위엄있게 고개를 숙이고는 사령관을 지나쳐 들어갔다. 그 뒤로 내린 것은 더치 걸이었다.

 “사령관… 미안해… 나 때문에…”

 물에 푹 젖어있는 더치 걸은 그만큼 불쌍해보일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사령관이 준 옷도 다 망치고 사령관 작전도 망치고…”

 그렇게 말하며 더치 걸은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래도 이건 찾을 수 있었어… 사령관이 좋아할 것 같은 담배야…”

 더치 걸의 손에는 몇 갑의 담배가 있었다. 모두 다른 종류의 담배였다. 사령관은 그 담배를 받아들고 그 담배를 보았다. 더치 걸은 자신을 위해 그 고생을 했던 것이었다.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말이었다.

 사령관은 그 담배들을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더치 걸을 안았다.

 “어째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한 거야. 담배 같은 것 때문에 목숨을 걸 이유는 없었잖아. 이깟 담배 때문에 네가 죽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

 “내가 죽더라도 사령관이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죽어도 좋아. 내가 있던 광산은 그런 곳이었어.”

 더치 걸의 그 말에 사령관은 다시 더치걸을 꼭 껴안았다.

 “여긴 그런 곳이 아냐.”

 보트에 탄 다른 대원들은 두 사람과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피하며 보트에서 내리고 있었다. 다른 대원들이 모두 내려 함을 돌아갈 때까지 둘은 서로를 안고 있었다.

 “… 사령관 혹시 지금 바닥의 담배 보고 있지?”

 슬슬 포옹이 어색하게 느껴질 즈음 더치걸이 말했다.

 “… 응.”

 사령관은 더치 걸의 등 너머로 바닥의 담배를 보고 있었다. 바닥에 던지긴 했지만 담배의 맛이 점점 궁금해지고 있었다.

 더치걸을 놓아준 사령관은 다른 대원들이 모두 들어간 것을 주위를 둘러보며 확인한 뒤 바닥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주웠다. 그가 일어나자 더치걸은 어느새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고 있었다.

 “아, 불 빌려줄 수 있어?”

 사령관은 주운 담배를 뜯어 한 개피 입에 물었다. 더치걸은 라이터를 켰지만 라이터는 불꽃만 튀길 뿐, 불이 붙지 않았다.

 “물에 젖은 모양이네.”

 사령관이 아쉬워하고 있을 때 더치 걸은 사령관의 뒷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자신이 물고 있는 담배불을 사령관이 문 담배에 붙여주었다. 담배를 빨아들이자 불이 붙으며 연기가 입으로 빨려왔다.

 “아 이맛이지.”

 기억에는 없는 익숙함을 느끼며 사령관은 안도의 한숨과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아무도 없는 격납고는 둘만의 흡연장이 되어있었다.

 “더치 걸, 고마워.”

 사령관이 웃으며 말하자 더치걸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조금 후,

 “아, 사령관도 그 담배 피는 거야? 그거 꽤 괜찮지. 나한테 잔뜩 있는데 다 피우면 내거 줄까?”

 보트에서 워울프가 내리며 말했다.

 “뭐?”

 “전에 작전 나갔을 떄 담배 창고인지는 몰라도 몇트럭 분량이 있어서 잔뜩 챙겨놨었거든.”

 “그걸 왜 지금 말해!”

 “으악! 나 지금 잘못한 거야?”

 사령관이 화를 내고 워울프는 도망치고 더치걸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