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보니 벌써 1시가 되어간다. 평소라면 포티아양이 식사를 준비해 줄 시간이지만,


"어?"


메이 대장은 살짝 달력을 본 뒤 펜을 내려놓고 작은 기지개를 핀다.


"그래 오늘 일요일이었지. 금방 마무리할께"


무표정한 얼굴에서 작은 콧노래가 들리기 시작한다.


-훅 후욱, 사령실에서 전파합니다. 각 부대 지휘관 및 부대 부관분들은 사령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마무리 다 했어. 사령관실로 가자"


"네, 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문을 열고 대장이 나가길 기다린다. 대장이 먼저 나간 뒤 보안카드로 사무실을 잠근다. 먼저간 대장을 뒤따라가며 대장이 부르던 콧노래를 속으로 불러본다.


대장을 따라 사령관실로 가는 복도의 건너편은 벌써부터 떠들석하다. 많은 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면서 서로 잡담을 나눈다. 몇 명의 지니야들이 대장을 봤는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대장도 인사하는걸 보고는 고개를 끄덕여서 답한다. 조금 더 걷고 모서리를 돌자 사령관실 앞에서 웃으며 맞이해주는 콘스탄차가 보인다.


"좋은 점심이에요 메이대장님"


콘스탄챠는 누가 봐도 기쁜 표정으로 평소보다 살갑게 맞이해주며 사령관실 문을 열어준다.


"응. 수고가 많아 콘스탄챠"


"고생하시네요 콘스탄차양"


사령관실에는 먼저 와있던 다른 부대들의 지휘관과 부대부관들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왔나 메이대장"


부관인 퀵 카엘과 대화하던 칸 대장은 입구에서 들어오는 우리를 눈치채고 인사한다. 호드의 부관이 간단히 목례하는걸 보고 나도 목례를 한다. 칸 대장의 인사를 들었는지 책을 읽던 레오나 대장은 여기를 힐끔 보고 인사를 한다.


"어서와 메이"


대장은 중앙 지휘관 테이블의 둠브링어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응 사령관은 아직인가보네"


나는 대장 뒤쪽 벽에 있는 둠브링어 부관 자리에 가서 앉았다. 


"안녕하세오 엔젤양 오랜만이네요"


옆자리 발할라의 부관인 발키리양이 인사한다. 보급창고 탈환 작전때 안면을 틀었던 기억이 있다.


"네 발할라도 발키리양도 건강해 보이네요"


발키리양은 조용한 웃음으로 화답해준다.


일 이분 쯤 지났을까. 콘스탄차양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사령관님 입장하십니다."


사령관실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령관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하얀색의 제복을 입은 사령관이 중앙 테이블 상석으로 걸어온다. 콘스탄챠는 차분히 문을 닫고 사령간 뒤쪽 자리로 이동한다. 


"다들 왔지? 모두 건강해보이네."


사령관이 자리에 앉은 뒤 지휘관들이 자리에 앉고 부관들도 자리에 앉는다. 부대 내에 큰 문제는 없고? 사령관이 말하며 둘러보며 말한다. 


똑똑. 노크소리에 사령관과 지휘관들이 집중이 출입구로 모인다.


-사령관님 소완이옵니다. 드실 식사를 준비해왔사옵니다.


"응 들어와도돼"


소완과 포티아 양, 아우로라양 여러명이 카트를 끌고 들어온다. 카트엔 뚜껑이 덮여있는 접시와 함께 식기들이 놓여있다. 소완이 고개를 끄덕이자 포티아 양들이 접시와 식기들을 데스크 위에 준비해준다.


"오늘은 좋은 생선들이 잡헜기에, 생선구이를 에피타이저 겸으로 준비해봤사옵니다."


포티아 양이 뚜껑을 열었고 접시에서 고소한 생선기름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접시에는 생선의 필레가 서로 뒤집혀 놓여있다. 푸른색 껍질에 X자 칼집이 나있는 필레는 노르스름하게 잘 구워져있다. 살코기가 보이는 다른 필레엔 하얀색의 소스가 올려져 있는데, 중간중간 보이는 후추가루가 식욕을 돋구어준다. 


"이번엔 마요네즈를 개량해서 흰살생선과 잘 어울리도록..."


소완양이 음식에 대해 설명하지만 귀에 들리지 않는다. 눈을 감고 다시 생선 기름 냄새를 음미한다. 그래 나의 이번 한 주는 이걸로 완벽히 보상받았다. 


지휘관 개체와의 식사는 벌써 몇 개월 동안 진행되었다. 평소 식사를 각 부대 사무실에서 병영식으로 처리하던 것을 사령관이 안타깝게 여겨, 일주일 중 일요일 점심 식사만큼은 맛있는걸 대접해야겠다고 추진했다. 매일매일이 전시인 만큼 휴일없이 일하고 직접 전투에 나가거나 작전에 참여하기에, 그에 맞는 포상을 주고싶다는 사령관의 바람이였다나. 해야할 일이 추가로 생긴 소완양으로부터 불만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수정된 동침표가 의문을 해결해주었다.


"...메인은 식량 창고에서 얻은 소고기 안심을..."


부대 지휘관을 보좌하는 부대부관들도 당직업무를 일주일 단위로 변경하는 대신 식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언제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수면시간을 제외한 일주일의 모든 시간을 대기해야는 고된 업무지만 일요일의 점심식사와 디저트를 생각하면 나름 견딜 수 있다.


"...끝으로 디저트는 시나몬을 곁든 바닐라샤벳이옵니다."


사실 가장 고된 일은 음식을 앞에두고 소완양의 설명을 듣는 이 시간이 아닐까 하고 종종 생각한다.


"고마워 소완. 오늘도 잘 먹을게"


사령관이 식기를 드는 것과 메이대장이 먹는걸 보고 나도 나이프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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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나자 포티아 양들이 식기들을 정리해주었다. 정리가 끝나는 대로 주간 부대 회의를 시작했고 각 부대별 특이사항과 다음 작전의 계획, 각 부서 별 건의사항에 대한 회의를 거치며 끝났다.


대장과 함께 사무실에 들어오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이번 주의 인수인계 사항과 주간 회의 내용 정리가 끝나갈 때 쯤 누군가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대장, 부대부관 인계반으러 왔습니다."


후번 당직 나이트앤젤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다행히 이번 한 주는 큰 사건이 없었기에 준비한 인수인계 자료만 주는걸로 끝낼 수 있다.


"대장, 그럼 전 이만 부관업무를 마치고 가보겠습니다."


"그래. 한 주동안 수고했어"


"한 주 동안 고생했어요."


"네. 한 주 동안 고생하세요."


후번 부대부관에게 카드키를 맡기고 사무실을 나왔다. 인계가 끝난 뒤 사무실을 나온 순간은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항상 몸에 힘이 빠진다. 이대로 방에 들어가긴 좀 아쉬우니 맥주나 사갈까 싶어 편의점으로 발을 돌렸다. 편의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커넥터 유미가 웃으며 인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