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이었던 남자가 고뇌하는 이야기(전편)



  너희들을 용서할꺼야.


밑빠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건 간단한 방법이야. 항아리를 강에다가 던져버리는것

나도 밑빠진 너희들을 내 마음속에 던질꺼야, 그러니 이제 그만 예전으로 돌아가자....


탈론페더의 도움아래 촬영되었던 영상속의 나는 입을 열었다.


프래깅과 따돌림을 당하고있던 이들은 지휘관들 뿐만이 아니었다.


전 사령관의 경호업무를 맡았던 리리스, 그 외에 주인(인류)에게 봉사하는것을 목적으로 설계된 배틀 메이드 팀과 전 사령관의 업무와 자주 접점이 있었던 이들이 오르카호 내부에선 거의다 반역자로 취급받고 있었다. 한때는 등뒤를 맡기고 싸웠던 그녀들이 이제는 서로의 등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를 저버렸더라도...내가 사랑하는 그녀들이었다. 그런 그녀들이 서로를 좀먹고 있는데 마음이 편할리가 없었다.


  오르카호 내부는 보이지 않는 냉전이 하루하루를 좀먹어가고 있었다. 이미 배신자로 낙인찍힌 바이오로이드들은 자포자기하듯 전장에서 날뛰었다. 죽음으로 속죄하겠다는 마음으로 최전방으로 나서는 그녀들을 제어하는건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뉘우치려는 그녀들을 용서하는것도 쉽지 않았다.


  싸우는것과 따르는것 이외에는 모든면이 어린아이같았던 그녀들은 서로를 고립시켰다. 서로가 더 더럽다며 헐뜯으며, 자신은 무결하다고 정당화를 하는 모습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집부리는 어린아이같았다. 내가 돌아와 상황을 정리하려 해도 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차츰차츰 부대 규모를 수복하고있는 스틸라인 내부는 또다시 파가 나뉘어 내분의 조짐을 띄고 있었고, 발할라 팀은 표면적으론 원래대로 돌아온듯 보였으나, 얼마전 사령관과 함께 식사를 하던 도중 레오나가 먹던 음식에서 나왔던 날카로운 칼날과 압정이 아직 모든것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답답한 마음에 소완을 질책했지만 소완은 그런년들은 당해도 싸다며 이전의 그녀답지 않게 대놓고 반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자신의 업보라며 음식에서 온갖 이물들을 그대로 씹어대던 레오나는 괜찮아 보였으면서도 어딘가 위태로웠다. 그 결과 취침시간 도중 해체기를 무단으로 가동하고 해체실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있던것을 '순찰'중이던 마리가 발견해 미수로 그쳤지만. 레오나는 잠이 오지 않아 설비를 점검했을뿐이라며 억지로 웃어념겼다. 그리고 마리도 잠이 오지 않아 순찰중이었다고 말했다.


  정 잠이 오지 않으면 내 방에서 '예전처럼'같이 자는게 어떻겠냐고 말했지만 그녀들은 그저 잠만 자는것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며 정말로 내 손만을 잡고 잠을 청했다. 더럽혀진 자신을 내게 만지게 할순 없다는 마음이겠지...


  닥터는 현재 주기적으로 수복실을 드나들고 있다. 자신의 논리모듈을 '물리적으로' 손상 시켜 오류를 일으킨뒤 전임 사령관을 살해하려 했던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그 남자는 중상을 입고 논리회로가 망가진 닥터의 공석으로 인해 닥터의 방에서 허무하게 죽었다.


  배틀 메이드 팀의 숙소 입구엔 모욕적인 낙서들이 즐비했다. 사령관 전용 좆집, 오르카 공중변소, 인류 전용 창년....온갖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었다. 콘스탄챠와 항상 떨어지지 않던 보리는 내가 돌아오기 직전, 작전 도중 '오발적인'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라비아타는 그런 상황을 외면하고싶은건지, 엉망이 된 오르카호 내부의 재정상태를 회복하여 조금이나마 속죄하려는 건지 매일매일을 자원탐사에 도망치듯 몰두하고 있었다. 콘스탄챠가 직접적으로 노려지지 않은건 그녀가 내가 처음 서약한 바이오로이드였기 때문일까....


  소극적으로나마 이루어지고있는 작전들은 캐노니어와 앵거 오브 호드의 주도아래 이루어 지고 있었다. 몸가짐이 헤픈 아스널은 의외로 나를 축출하는데에 반대를 했으며 칸은 어느쪽에도 편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전에 다시 합류한 호라이즌 함대는 내가 축출됨과 동시에 둠 브링어와 함께 오르카와 결별을 선언하고 떠났었다고 한다.


  호라이즌 호가 혼자서 떠도는 동안 수집해둔 자원덕에 오르카의 재정은 몰라보게 나아졌다. 그 멸망의 메이가 맞나 싶을정도로 사령관과의 동침을 집요하게 요구해오는 메이는 자신들의 부대원들이 혹시나 마리와 레오나처럼 표적이 될까 두려워 자신의 몸이라도 팔아서 둠브링어의 위치를 확고하게 해두고 싶어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서로의 마음이 어수선한채로 이루어진 밤자리는 항상 나를 끌어안은채로 미안하다고 흐느끼는 메이를 달래며 끝이 났다.


  "주인님"


  다짜고짜 리리스가 서류더미들을 내밀며 격양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사령실로 들어왔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우연찮게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던지다 시피 내게 건낸 서류들은 또다른 인류가 나타나 오르카호를 차지할시에 내가 거처로 삼을 곳들을 지정해둔 파일들이었다.


  "제발...이러지 마세요...리리스가 부탁할께요....제발..."


  그 서류들은 지금 시점에서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공개되었을때, 오르카호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정도로 의미하는 바가 컸다. 나는 돌아왔지만, 너희들을 이제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이런 서류는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서류들이 의미하는 바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리리스는 벌써 며칠째 사령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사령관을 만나게 해달라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돌려보내거나, 니년도 똑같다는 비난을 듣는게 일상 다반사이며 그짓을 몇일동안이나 겪으며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지금의 저희는....사령관님이 없으면 서로 물어뜯고 죽여버리고 말거예요....그러니 제발...."


  말하지마 제발....


"제발...저희를 떠나지 말아주세요..."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이젠 이런일 없을꺼야. 그만 하고 리리스도 좀 쉬어, 얼마후면 애들도 원래대로 돌아올꺼야..."


  나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서류들을 모조리 세절기에 집어넣으며 그녀를 내 침실에서 재웠다. 그리고 곧, 리리스의 경호 데스크에서 사라지자 내 영상을 본 바이오로이드들이 충혈되고 눈물때문에 퉁퉁부은 얼굴로 사령실에 일제히 들이닥친건 잠시 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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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은 박히면 뽑을수 있다. 하지만 못이 뽑힌 자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오르카호는 예전처럼 활기찬 모습을 되찾았다. 아스널은 나만보면 구멍뚫린 콘돔을 내보이며 오늘은 콘돔도 가져왔다며 배란일이지만 안심하라며 유혹했고 마리는 나몰래 내 의체 교환주기를 확인하는 모습을 들켜 발그레 얼굴을 붉히며 대원들을 훈련시켜야 한다며 도망치곤 한다. 레오나는 알비스에게 받은 초코바를 먹으며 대원들과 함께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소완은 내가 먹을 식사를 가져올때마다 즐겁게 리리스와 실랑이를 벌였다. 오늘의 동침일정은 둠브링어의 메이였다. 복도에선 나앤이 메이에게 어떻게 하면사령관의 마음을 휘어잡을수 있는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고 LRL과 더치걸이 술래잡기를 하며 복도를 뛰어다니다가 에이미 레이저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서로'의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상처는 아물었고 흉터는 점점 옅어져 가고 있었다.


"...주인님"

"응"


콘스탄챠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젓자 결국 나는 작성중이던 서류를 결국 다시 세절기에 집어넣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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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카호는 예전대로 돌아왔지만 사령관은 상처를 입었고 예전대로 돌아온 오르카호와는 달리

사령관은 예전과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반응이 좋아서 써왔는데 이제 진짜 끝이야. 여기서 진짜 더 나가면 뇌절일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