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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모음 링크 


맨날 올라오는 창작물에 혐성밈으로 굳혀져 버린 1대 마망이자 갤주인 레오나가 너무 안타까워서 나라도 써야겠다 싶어서 쓴다. 싯파..

맨날 보고서만 쓰다가 문학같은 건 처음 써보니 피드백이나 좀 해주라. 아마 장편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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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ay 121. PM 03:20

 

 거주형 잠수함 오르카 1호는 본래의 목적인 핵잠수함 역할보다는 기내를 확장하여 다양한 바이오로이드들이 거주할 수 있는 현재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랴, 기존의 설비를 보완 및 확충하여 AGS의 개발 및 수리 공창이 따로 존재하며 기내에 적재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과 장비들은 현 오르카의 전투력을 가늠케 했다. 본래의 목적에 맞게 현 오르카 1호는 다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을 승선시키며 갈 곳 없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는 새로운 안식처를 제공하며 또한 닥터와 포츈과 같은 기술자들에게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케 해 나날이 갈수록 오르카호의 역할과 규모는 점차 커져만 갔다. 이러한 오르카호의 발전의 중심에 누가 있냐는 질문을 함 내의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필시 최후의 인간이자 자신들의 톱인 사령관이라고 답할 것이다. 


 해수에 잠겨 1년의 대부분을 심해 깊은 곳에서 보내야 하는 오르카호의 환경에 그녀들은 아무런 불만도 품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밖은 이미 60여 년 전에 인류가 철충이라는 미지의 적에 의해 멸망하고 나서부터는 과거 찬란했던 인류의 유산들은 대부분 그들의 것이 되었고 자신들에게 남은 것은 오리진 더스트로 인해 강화된 육신으로 인해 반영구적인 수명에 강제되며 인간의 뇌파를 뿜어내어 쉽사리 공격할 수도 없는 철충들의 공격에 도망치던 나날이 계속이었으니 언제 날라올지 모르는 불시의 일격에 떨며 살아가던 것보다 깊은 해저 속에서 지내지만 안락한 안식처에서 지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바이오로이드들의 중론이었다. 과거 철충들에게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전황을 해결하고자 라비아타 프로토타입, 통칭 라비아타 통령이 오르쿠스급 핵잠수함을 현재의 오르카 1호로 개조하여 생존한 바이오로이드들을 이끌고 저항군을 결성했으나 이마저도 바이오로이드들의 한계, 즉 인간의 명령권 없이는 제대로 된 전투력을 끌어낼 수 없다는 한계점과 인간의 부재로 인한 명령권 통일이 어렵다는 구심점의 부재로 인해 힘겨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런 힘든 나날이 연속되던 어느 날, 라비아타 통령은 총 98개의 스쿼드를 구성해 이들에게 한 가지 명령 아닌 명령을 지시하였다. 그것은 ‘인간을 찾아라’라는 터무니없는 명령이었다. 대다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이 명령의 회의적으로 여겼다. 이미 자신들을 만들었던 인류는 가증스러운 철충들에게 멸망한지 6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는데 갑자기 하늘에게 인간이 뚝 하고 떨어지지 않는 한 인간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찾아봐야 인간의 뇌파를 탐지해 인간을 척살하는 철충들을 피해 인류를 무사히 오르카호로 데려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모든 스쿼드 분대원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행동하지 않는 한, 0%에 가까운 확률이라 할지라도 만일 인간이, 단 한 명의 인간만이라도 무사히 이곳에 데려온다면 그녀들은 다시금 모일 수 있으리라. 오로지 그 한 줌의 희망을 쥐고 98개의 스쿼드가 파견되었으며 그 중 21스쿼드가 기적적으로 인간을 발견, 현재의 오르카호의 함장, 그리고 모든 부대의 사령관이 되어 오르카호와 바이오로이드들을 이끌어 나아가고 있다.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자신들의 나날에 퍽 만족스러웠다. 매번 피해 다닐 수밖에 없었던 철충들에게 선제 타격을 줄 수 있을뿐더러 복원된 자매들을 만나며 그들과 시답잖은 잡담을 떠들며 웃고 지낼 수 있던 나날, 최후의 인간 남성을 보필하며 인류 재건이라는 큰 사명을 완수하리라는 사명감은 그녀들의 삶에 충족감을 주었다. 하나가 좋으니 백까지 좋다고 사령관이라는 인간 남성은 멸망 전 인류와 비교하면 그녀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성품이 올곧아 그녀들에게 성희롱이나 이유 없는 폭행을 하지 않으니 남몰래 연심을 품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녀들은 이런 행복하고 따스한 나날이 계속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유약한 희망은 오늘 무너졌고 항상 왁자지껄한 오르카호 하층 대형 로비에는 다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조용히 침묵만을 지키며 고개를 떨구고 있었으며 개인 방에 틀어박혀 고개를 숙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녀들은 조용히 아주 조용히 로비에 걸려 있는 대형 스크린과 개인 방의 스크린을 통해 한 장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장면에는 한 개인 방의 입구가 비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개인 방의 문패에 걸려 있는 ‘사령관실’이라는 네 글자만이 그녀들의 안구에 비추어져 있을 뿐이다.

 

2) Day 121. PM 03:25

 

 오르카호 상층에는 거대한 방이 하나 자리를 잡고 있다. 그 방의 이름은 ‘오르카호 작전 회의실’이라는 문패에 걸맞게 거대한 개폐문과 내부에는 어떠한 장식도 없이 천장에는 방의 가운데만을 비출 수 있게 자리 잡은 조명등과 둥근 원형 탁상이 있으며 가운데에는 어느 때라도 작전의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정찰 내용을 기반으로 한 3D 홀로그램을 띄울 수 있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작전 지휘 패널이 자리 잡고 있다. 평소에는 사령관이 가운데 자리에 앉아 마치 그를 모시는 원탁의 기사들과 같이 오르카호 내의 핵심 부대의 지휘관들이 앞으로 작전 방향과 오르카호의 부대 상황을 전파하며 대형 작전 전에는 정찰 내용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전략 구성에 힘썼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각 부대의 지휘관들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으나 가운데, 오르카호의 사령관의 자리가 공석이라는 점이 달랐다. 다만 그 자리 뒤에는 그를 발견하여 오르카호로 무사히 귀환한 공적을 인정받아 그의 전속 메이드로 인정받은 콘스탄챠만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사령관석을 기준으로 왼쪽 방향으로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지휘관 철혈의 레오나, 둠브링어의 지휘관 멸망의 메이, AA캐노니어의 로열 아스널, 호라이즌의 지휘관 무적의 용, 앵거 오브 호드의 지휘관 신속의 칸, 스틸라인의 지휘관 불굴의 마리가 자신들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멸망 전 세계를 주름잡던 거대 기업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바이오로이드 지휘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앉아 있는 이 장면을 멸망 전 인류 중 누군가가 본다면 아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들 역시 그랬으리라. 하지만 이젠 그런 사소한 망상은 그녀들에게 의미 없었다. 철혈의 레오나라 불리는 북방의 암사자는 말없이 오른손을 들어 애꿎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꼬고 있었고 멸망의 메이는 평소의 까칠한 모습과 달리 고개를 숙이며 탁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쾌하기로는 이들 중에 1순위에 드는 로열 아스널은 왼손으로 턱을 괸 채 눈을 감고 있었으며 블랙리버의 진수라 불리는 무적의 용은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기동전에 특화된 멸망 전의 개체인 신속의 칸은 천장을 바라본 채 둥근 전등의 빛을 보고 있었으며 오르카호의 육군의 다수를 차지하는 스틸라인의 지휘관인 불굴의 마리는 팔짱을 낀 채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을 톡톡 치고 있었다. 그들이 모인지 5분이 넘었으나 그 누구 하나 이 침묵을 깰 생각이 없었다. 그런 상황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일까, 멸망의 메이라 불리는 붉은 머리칼의 소녀가 운을 떼었다.

 

“...사령관은?”

 

 메이는 한참을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사령관 자리 뒤에 있던 콘스탄챠에게 물었다. 그녀의 힘없는 목소리에 콘스탄챠는 내심 가슴이 아팠으나 그녀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방 안에서 나오고 계시지 않고 있어요.”

 

 그녀의 대답을 시작으로 회의실에 있던 이들 중에 눈을 감고 있던 이들은 눈을 떴고 고개를 젖힌 이들은 고개를 들어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이내 무적의 용이 선뜻 그녀들에게 회의 주제를 제시했다.

 

“우선 주군의 상태를 알아보기 전에 전 작전의 부대별 피해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그녀의 말에 지휘관들은 한 명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알비스 모델 2개체 사망, 베라 모델 2개체 사망, 님프 모델 3개체 중상, 그렘린 개체 5개체 중상, 샌드걸 모델 2개체 사망. 이상이야.”

 

 철혈의 레오나는 그 이명답게 차가운 눈빛으로 무적의 용을 바라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뒤를 이어 옆에 있던 멸망의 메이가 상황을 보고했다.

 

“둠브링어..지니야 모델 3개체 사망 및 2개체 중상, 실피드 모델 1개체 사망 및 2개체 경상, 다이카 모델 1개체 중상, 밴시 모델 4개체 중상..이상.”

 

그녀의 힘없는 보고를 뒤로 로열 아스널이 그나마 힘있는 모습으로 괸 턱을 풀며 보고를 이어받았다.

 

“AA캐노니어, 비스트헌터 모델 3개체 중상, 파니 모델 4개체 중상, 에밀리 모델 1개체 경상, 레이븐 모델 1개체 사망 및 2개체 중상. 이상이다.”

 

 약간 힘이 들어간 그녀의 눈빛에 무적의 용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로열 아스널은 언제나 당당한 녀석이었지. 이제 자신이 보고할 차례인가 생각해 입을 열려는 순간 신속의 칸이 그녀의 순서를 채갔다.

 

“그대는 마지막에 듣지.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대가 회의를 진행하지 않으면 다들 벙어리가 될 것 같으니. 앵거 오브 호드, 워울프 모델 3개체 사망 및 2개체 중상, 퀵카멜 모델 2개체 사망 및 1개체 경상, 탈론페더 모델 1개체 중상. 이상이다.”

 

 신속의 칸은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굳게 입을 다문 불굴의 마리를 쳐다보았다. 불굴의 마리는 자신의 차례임과 동시에 큰 중압감이 그녀의 가슴을 누르는 것을 참고 대답했다.

 

 “스틸라인, 브라우니 모델 24개체 사망 및 30개체 부상, 레프리콘 모델 15개체 사망 및 10개체 부상, 이프리트 모델 15개체 부상, 노움 모델 20개체 사망 및 15개체 부상, 임펫 모델 10개체 사망 및 12개체 부상, 피닉스 모델 2개체 사망 및 5개체 부상, 레드후드 모델 2개체 사망 및 1개체 부상..이상입니다.”

 

그녀의 보고에 다른 지휘관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 그가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 모를까, 그는 저 보고를 두 눈으로 보았으며 이후 그의 마음이 닫혀버린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새삼 무적의 용은 자신이 두 눈으로 본 그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저 멸망 전에는 한없이 소모품으로만 다루어졌던 자신들에게 한없이 마음을 써 준 그가, 자신들의 오만한 판단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깊게 파고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다른 지휘관들의 눈길이 모두 자신에게 모인 것을 느끼고 그녀 역시 입을 열었다.

 

“..호라이즌. 운디네 모델 2개체 부상, 네레이드 모델 3개체 부상, 테티스 모델 3개체 부상, 세이렌 모델 1개체 경상. 이상이네.”

 

 그녀의 보고를 끝으로 지휘관들은 다시금 서로 쳐다보았다. 무적의 용은 여기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작전의 결과보고를 멈추지 않았다.

 

“현재 오르카호의 전력들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낸 피해 수치는 아주 경미한 손실임은 틀림없네. 심지어 전투 대원이 아닌 보급 대원들은 모두가 경미한 피해 하나 입지 않은 채로 작전에서 복귀했지. 여기 있는 부대의 소속 대원들뿐만 아니라 개개별 부대들의 손실 또한 매우 적다는 보고서를 보고 왔다네. D-엔터테이먼트의 경우에 뽀끄루 모델만이 경상을 입은 정도로 끝났다고 하더군.”

 

 그녀의 이어지는 각 부대의 보고들을 들으며 새삼 지휘관들은 작전의 결과가 그려졌다. 그렇다 이것은

 

“대승이네. 필시 대승이야,”

 

 무적의 용은 팔짱을 풀며 손바닥으로 탁상을 살며시 쳤다. 그렇다. 이것은 대승이다. 모든 지휘관들의 지휘 모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스틸라인의 손실율이 타 부대에 비해 큰 것은 맞지만 그것은 단순히 투입된 대원들의 머릿수의 비율을 생각한다면 그마저도 작은 수치였다. 스틸라인의 부대 손실을 생각해도 그녀들이 이번 작전으로 거둔 것은 매우 컸기 때문에 필시 이는 대승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사령관은 이번 작전으로 방에 틀어박혔으며 대승을 거둔 덕에 오르카호는 큰 기쁨을 누려야 했지만 각 부대의 대원들은 작전 이후 슬픔에 빠져 있었다. 무적의 용은 살아오면서 이렇게 큰 괴리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내심 기쁘면서도 아쉬웠다. 만일 자신이 좀 더 빨리 이곳에 왔더라면, 그에게 큰 힘이 되었더라면, 그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과거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리라. 그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 부대의 지휘관들을 바라보다가 철혈의 레오나에게 시선이 꽂혔다.

 

“철혈의 레오나 지휘관, 그대가 여기 지휘관들 중에서 가장 오래 그를 봐왔다고 들었네만..”

 

 무적의 용의 질문에 철혈의 레오나는 살짝 흐려진 눈빛으로 답했다.

 

“..맞아, 그가 콘스탄챠의 어깨에 기대어서 사령관실로 들어왔을 적에 만났어.”

 

 그녀의 대답에 다른 지휘관들은 ‘그렇게나 빨리 만났었다고?’ 하는 표정으로 그녈 쳐다보았다. 그녀가 사령관 초창기 때부터 함께 해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오르카호 승선 직후부터였다니, 그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자신에게 쏘아지는 눈빛이 내심 부담스러웠는지 그녀는 빠르게 답했다.

 

“그때에는 내가 막 복원되어서 오르카호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합류하는 시점부터 만났던 것뿐이야.”

 

 무덤덤히 말하는 그녀였지만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그 시절의 사령관이 어제 일처럼 느껴졌다. 내심 그때를 기억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철혈이란 이명에 맞지 않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흠..꽤나 멍청해 보이는 표정이네. 만나서 반가워, 인간. 아니, 이제부터는 사령관님이려나?’

 

 첫 만남에 신랄한 비판을 들은 그의 표정이 썩어들어간 것이 그녀에게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지지 않겠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회답했다.

 

‘어이구..만나서 아-주 반갑습니다. 뉘신지 모를 아가씨. 근데 여기 사령관실이라며? 아무래도 방을 잘못 찾아오신 것 같은데?’

 

 사령관실 소파에 앉아 홍차를 마시던 철혈의 레오나는 그의 비아냥에 그녀 특유의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째려보았다. 그 눈빛에 사령관은 움찔했으나 두 다리로 서 있을 힘도 없어 콘스탄챠의 어깨를 빌려 서 있던 그는 도망갈 수단도 없었다. 철혈의 레오나는 조용히 그녀가 들고 있던 홍차를 내려놓고 컵받침 옆에 두었던 그녀의 피스톨을 들며 일어섰다. 그녀의 행동에 그가 살짝 움찔하는 것을 보고 이내 그녀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만나서 반가워, 사령관. 아니, 안심해. 전쟁의 여신이 왔으니까.’

 

그녀는 자신의 당당함을 드러내며 그에게 인사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98개의 스쿼드 중 인간을 발견한 건 21스쿼드 뿐이었으며 그는 앞으로 이 오르카호와 소속 바이오로이드들을 이끌어갈 인간이었기에. 단지 그뿐이었다. 사무적이라면 사무적인 태도로 그를 대하려고 하자 오히려 그는 그녀의 모습에 방금까지의 긴장감을 모두 날려버린 듯이 피식하고 웃었다.

 

‘하하..나도 만나서 반가워, 철혈의 레오나. 앞으로 잘 부탁해.’

 

그녀는 그의 웃음을 내심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다만 그것을 표출하지 않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