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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모음 링크 


 2편까지 쓴 거 보고나니까 레오나 애호문학이 아니라 오히려 혐성 같이 보이겠더라. 그래서 이번 편은 레오나 듬뿍 넣었다.

 원작이 라붕이가 주인공이래서 라붕이를 주인공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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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ay 0. PM 10:45

 

딸랑-

 

“어서오세요~”

 

 나는 항상 가던 집 앞의 편의점의 문을 열고 알바생의 인사를 받은 채 만체하며 음료수 냉장고 앞으로 갔다. 항상 마시던 음료수를 하나 문을 열고 꺼내며 카운터로 가자 가판대 위에 달려 있는 플라스틱 가림판 너머로 한눈에 봐도 피곤해 보이는 알바생이 가판대에 앉아 있다가 음료수에 포스기를 꺼내어 찍었다.

 

“아-저거 하나도 같이 주세요.”

 

 나는 항상 쓰던 카드를 꺼내며 손가락으로 알바생의 뒤편에 있는 담배 가판대에 손가락을 가리켰다. 다른 알바생이라면 모를까 이 알바생의 출근 시간은 나의 퇴근 시간, 이미 몇 주간 서로 얼굴도 이미 익혔고 내가 항상 피는 담배도 한 종류였기에 그는 익숙하게 내 담배를 꺼내 포스기에 찍었다. 나는 계산이 끝난 후 나에게 다시 카드를 돌려주는 알바생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뒤늦은 새해 인사말을 건네었다. 그 역시 피곤한 웃음을 지으며 예 손님도 많이 받으세요 라며 회답했고 난 다시 편의점 문을 나섰다.

 

딸랑~

 

“으-날씨가 왜 이렇게 춥냐..”

 

 갑자기 급속도로 쌀쌀해진 날씨에 밤바람을 맞으며 방금 산 음료수의 뚜껑을 따 마스크를 내리고 시원한 음료 한 모금을 들이켰다. 시원한 음료가 목구멍을 타고 위장으로 가는 것이 생생이 느껴지자 캬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찰칵-

 

 조용한 밤길 아래 주황빛의 가로등 아래에는 사람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나는 아파트 공터 한 편 구석에 놓인 담배 수거통 옆에서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였다. 한 손에는 음료를 한 손에는 담배를 들자 양손 모두 찬 바람에 노출되어 피부가 따끔한 것이 느껴졌다.

 

“다음부터는 장갑이라도 껴야하나..담배 한 대 피다가 얼어 죽겠네. 진짜..”

 

 문득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생각나 음료를 땅 위에 두고 항상 넣어두는 주머니에 손을 넣자 차가운 핸드폰 케이스가 느껴졌다.

 

“어디 봅시다..할페는 잘 돌고 있나?”

 

 인싸들이야 자기 카톡이나 페북, 인스타 같은 SNS 계정 알람 문자를 확인했겠지만 애초에 연락을 하는 풀이 좁은 나에게는 해당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익숙하게 한 손으로 핸드폰 액정 가운데에 비친 잠금 아이콘을 엄지손가락으로 쓱 밀어내자 화면이 살짝 밝아지며 자동사냥을 돌려놓은 게임의 화면이 밝혀졌다.

 

“아..진짜, 이놈의 유사겜..”

 

 분명 잔업을 시작하기 전에 핸드폰 배터리 소모를 계산해서 돌려둔 자동사냥을 확인하려 하자 파란 알림 화면에 ‘클라이언트 오류로 인해 앱을 종료합니다’라는 메시지와 알림 버튼만 노랗게 떠 있었다. 괜스레 짜증이 나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 한숨 가득 들이켰다.

 

“진짜 어떻게 된 게임이 자동사냥이 이렇게 자주 팅기냐..”

 

 왠지 모르게 시간을 헛되이 소비한 것 같아 짜증이 밀려왔지만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다시 익숙하게 그 게임을 다시 눌렀고 이미 반절 가까이 타 버린 담배를 입에 물고 핸드폰 화면을 툭툭 쳤다. 어느새 입에 물린 담배는 다 타버렸고 그걸 재떨이에 넣은 뒤 난 다시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렇게 줄담배를 펴도 이 게임은 로딩이 덜 끝나 있을 거란 걸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아까 둔 음료를 다시 집어 한 모금 들이켰다,

 

 담배 연기로 인해 텁텁해진 입안과 목구멍에 음료가 다시금 수분을 채우는 것이 느껴졌고 밤바람이 차게 불어 불붙은 담배 끝의 재가 조금씩 허공을 날렸다. 그렇게 멍하니 담뱃불이 필터 가까이 탔을 때 즈음에 다 피운 담배를 다시 재떨이에 넣고서야 핸드폰을 확인했다.

 

“딱 되네.”

 

 이놈의 게임은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될 때 즈음에 출시한 게임들보다 훨씬 로딩 속도가 더딘 게 흠이었다. 공지탭을 치우자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자원 탐색을 마쳤다고 올라왔다. 난 탐색 중지를 연타한 뒤에 이번에는 어디 지역으로 장시간 탐색을 보내놓을까 라는 생각에 잠깐 잠겼다. 이내 손이 시려 음료수를 전부 마셔버리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빠른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와 입고 있던 옷들을 대충 던져두거나 옷걸이에 하나씩 걸쳐 놓고 세안을 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화장실에 들어와 거울을 보니 연말과 연초의 연속된 잔업 때문에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하아-한숨을 내 쉬고 씻는 둥 마는 둥 하며 대충 세안을 끝내고 전기장판에 전원을 넣고 침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들어오기 전에 켜둔 게임의 화면에는 한 금발의 아가씨가 피스톨을 든 채 서 있었다.

 

‘음...달링은 내가 달링을 엄하게 관리하더라도 절대로 섭섭하게 생각 마. 다 달링을 위해서니까.’

 

 그 캐릭터를 누르자 수십 수백도 더 들은 대사를 하며 캐릭터는 피스톨을 머리 위에 대며 까닥였다. 나는 이 게임을 시작한 뒤로 퍽 이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이 게임은 ‘라스트 오리진’, 미소녀 수집형 RPG 게임으로 장르 자체는 이제 흔한 게임이다. 이런 종류의 게임은 구글 플레이에 들어가기만 해도 한참 스크롤을 내려도 주르륵 나올 만큼 많았지만 나는 유독 이 게임만 오래 정착했다.

 

 처음에 이 게임이 사전예약을 시작했을 때 할 게임도 없겠다 싶어 아무 생각 없이 사전예약을 하고 이후 오픈했다는 문자를 받은 뒤 게임을 설치했으나 예상외로 많은 유저들이 몰려 게임 서버를 내리고 새로 오픈한다는 사상 초유, 아니 아주 기가 막힌 대처법을 내놨다. 이후 새로 오픈한 뒤에도 온갖 버그와 사건 사고가 발생해 이제는 그저 축제를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들어 모든 걸 달관하는 태도를 지니게 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래는 아주 접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으나 애초에 기대를 많이 했던 게임은 아니었으니 따로 실망감이 크지 않았기에 다시 오픈했을 때 돌아와 계정을 생성했다. 그때 운영진 측에서 사과의 의미로 지금 이 ‘철혈의 레오나’ 캐릭터를 무료로 받았다. 처음에는 SS랭크 캐릭터라길래 그냥 적당히 주는 무료 상위 랭크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여타 다른 게임들에서도 SS랭크 캐릭터를 배포한다는 건 그 캐릭터가 적당히 쓸만하거나 아니면 말만 SS랭크였던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일말의 기대도 없이 ‘철혈의 레오나’를 받고 메인 화면에 부관이라고 올려둔 뒤에 캐릭터를 터치했을 때 나온 대사가 아주 기가 막혔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난 왜 이렇게 완벽할까?’

 

‘어떤 상이 좋아? 역시 신발로 밟아주는 쪽?’

 

 와씨, 배포한 캐릭터가 나르시스트에 여왕님 성격이라고? 튜토리얼 진행했을 때 그 머리만 세 개 달린 것 같은 미시 캐릭터에도 꾹 참던 난 그녀의 대사에 어이가 없어졌다. 아 진짜 마이너한 취향에 몰빵하는 게임이네. 딱 그런 인상이 강했다. 저런 캐릭터야 다른 미소녀 RPG에서도 많이 본다지만 이걸 오늘 시작하는 사람들한테 준다는 거 자체가 우스웠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할 때쯤 다른 대사가 들렸다.

 

‘난 사령관이 좀 더 특별한 사람이길 바라. 좀 더 정진해 줘.’

 

 오, 이건 좀 신박했었다. 그냥 여왕님 대사를 하나 더 칠 줄 알았는데 주인공한테 날 선 대사를 날리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마침 이 게임은 가슴 터치도 된다는 사실에 캐릭터의 가슴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사령관, 손에 총알 필요해?’

 

 이해하는데 한 10초 정도 걸렸다. 대놓고 프레깅 대사를 칠 줄은 또 몰랐다. 하여튼 게임을 시작하는데 꽤 강렬한 첫인상을 날린 그녀는 성능도 나쁘지 않았고 처음에 게임을 시작하는데 큰 의의를 주었다. 이제는 서약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첫 반지도 주었더니 이전의 모습은 어디 가고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대사를 날리고 있으나 여전히 그녀는 주인공을 관리하고 싶은 티를 내었다.

 

“햐, 이 정도면 조강지처가 따로 없지.”

 

 내심 게임 속의 주인공이 부러웠다. 비록 게임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창작물에 불과할지라도 시궁창인 현실보다야 나은 세상이 아닌가 싶었다. 자길 바라봐주는 여성들이 수두룩한데 나라면 행복에 겨워 죽을 것이다. 거기다 운영진이 내놓은 설정에 따르면 주인공은 여태까지의 스토리를 거치며 단 한 번도 사상자를 낸 적이 없다고 하니, 이야 능력도 좋고 여자도 많고.

 

“난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주말도 출근, 월요일도 출근..사람인지 바이오로이드인지..”

 

 현실도 시궁창인데 문득 이 게임 배경도 마냥 밝진 않다는 사실도 뇌리에 떠올랐으나 아무렴 어떤가, 어차피 게임이고, 어차피 주인공은 이길 것이다. 이건 변하지 않는 진리에 가깝겠지. 나는 게임을 팝업 상태로 돌린 뒤 인터넷 아이콘을 클릭해 이 게임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사실상 이 게임 커뮤니티기는 하나 대부분 내용이 게임과 관련이 없는 떡밥들로 떠드는 사람들이 반, 야짤 번호를 찾거나 올리는 사람들, 아니면 이 게임 창작물을 올리는 사람들로 나누어져 있다. 난 창작물 탭을 클릭해 몇몇 창작물들을 보며 실실 쪼개며 슬슬 감기기 시작한 눈을 느끼며 다시 게임을 켰다.

 

“자원비 진짜 처참한 거 봐라..”

 

 유독 부품이라는 자원만 5자리 수에 근접해 있는 걸 보고 나는 모든 자원부대를 부품에 몰빵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놈의 뽀삐라 불리는 캐릭터 하나 뽑겠다고 자원을 탈탈 털어댔으니 다른 자원들은 비교적 넉넉하게 6자리 숫자였으나 부품만 주야장천 박아댄 결과였다. 이마저도 근래에 들어 복구한 거였다. 아마 게임 내 안드바리라는 캐릭터가 실존했으면 내 뚝배기를 진작에 깼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마침 하루가 넘어가 1월 4일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오늘 점검날이지 참. 난 12시간짜리 자원 보급에 제대를 집어넣은 뒤 문득 그 뽀삐를 이벤트로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웃었다.

 

‘오기만 해봐라. 너를 위해 사령관 일지를 꿍쳐뒀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이제 오토를 돌려놓고 유튜브나 켜두고 자야겠다는 생각에 오토 부대를 클릭했다.

 

‘죽기 위해 싸워야 하리!’

 

 푸른 빛이 도는 흑발 머리칼과 눈동자가 인상적인 차가운 인상의 캐릭터가 딱 보아도 이순신 대사를 가져다 놓은 듯한 대사를 치며 가운데 초상화칸에 등장했다. 아, 음성 음소거 안했구나.

 

 여기까지가 ‘나’의 마지막 날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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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쓸려고 했는데 걍 자고 일어나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