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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목적은 평범한 사람으로 하여금 비범한 일을 하도록 만드는데 있다. 천재는 드물기 때문에 이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보통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좋은 조직인지 나쁜 조직인지가 가려진다.


피터 드러커(남상진 옮김), 『매니지먼트』, (한국: 청림출판, 2007),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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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가장 짜증나는 일이 무엇일까? 아니 굳이 군대가 아니더라도 사회생활하면서 가장 짜증나는 일이 무엇일까? 간단하다. 의미없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뭔가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온다면 그것이 아무리 피가 나고 눈물 흘려도 납득이 되고 결과물이 엉망이 되도 잘했다고 스스로 다독일수 있다.  하지만 의미없는 일은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며칠 전 스틸라인은 사령관이 벙커 정문이 아닌 개구멍으로 출입한단 소식을 들었다. 마리는 그 소식을 듣고 휘하 아이들을 시켜서 길을 닦아 놨는데 그 이후 그걸 본 사령관은 한숨만 내쉬었다. 이런 일을 해서 내가 좋아할 것 같냐. 그저 혼잣말이었지만 스틸라인 일원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번도 자신들이 했던 일에 대하여 무의미한 일이 없다며 납득해 줬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부정. 그 말에 마리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레드후드 외 스틸라인 인원들은 맥이 빠져버렸다. 스틸라인은 쓸모없는 일만 하는 빠진 군대놀이나 하는 폰군대가 되어버렸단걸 스스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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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려보자. 금태양 사령관이 암초에 의해 사망하기까지 12시간 전으로. 마리와 레드후드는 사령관실로 들어갔다. 그 곳은 온갖 술병과 쓰레기가 뒤섞였다. 어디선가 토한 흔적이 역력한 역한 냄새까지 어느 것 하나 깨끗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리의 시선의 끝은 사령관실의 의자. 산발이 된 금발에 태닝하다 못해 새까맣게 변한 얼굴의 양아치가 남아 있는 술을 마시다가 사레 들렸는지 컥컥거렸다. 몇 병이나 마셨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마시다 보니 마셨다. 술독에 쪄들어가 인사불성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정신을 잃을 것이다.

 마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한채로 사령관 아니 양아치에게 말을 건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실 생각입니까? 그 말에 양아치는 비릿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네 년들이 군대놀이 끝날때까지 이러고 있을거다. 씨발년들. 대주기만 하면 알아서 내가 이 짓거리 그만 둘건대 튕기니까 내가 이런거잖아. 마리는 전 사령관이 나가기 전까지는 들을 수 없었던 천박함에 질려버렸다. 옆에 있던 레드후드도 안색이 울긋불긋 달아올랐다. 사령관님 진짜 이러실 겁니까? 그 동안 저희들을 이끌어 준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왜 이러십니까?


 그 말에 양아치는 마리에게 술병을 던졌다. 마리의 머리가 술병에 맞고 깨지면서 미친 듯이 이야기를 퍼부었다. 씨발년아! 그걸 믿냐? 네 년들의 군대놀이에 어울리기 위해서 그런거 아니야! 뭔 씨발년들이 이래라 저래라 그러는거야! 이 인간에게 봉사하라고 쎅쓰하라고 만들어진 년들이 이 위대한 인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거야!!!! 너희는 그냥 인간 말 듣고 꿀꿀거리고 그러면 그만이야! 네년들은 다 팅기니까 내가 이 꼬라지가 되는거야. 씨발 눈 치껴떠? 씨발 내일 보자고 씨발 다 갈아버릴거야! 씨발...씨....그리고 바로 뒤로 넘아가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 말에 마리와 레드후드는 깨달았다. 속았다. 우리는 속았던 것이다. 피가 흐르며 눈 앞이 피에 가려지며 고통스럽게 느껴진 것도 잊으며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그들은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악다물며 마리는 사령관실로 나가버렸다.  또한 탈론페더가 찍은 동영상이 있었으며 순식간에 오르카호에 퍼져 나갔다. 추악한 양아치 새끼의 본모습. 그 본모습에 대하여 그들과 양아치에게 닥쳐질 폭풍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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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술 마시는 게 저리 즐거울지 몰랐다. 주정뱅이로 온갖 술병이 나뒹구러지고 욕설과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쓰레기가 아니라 느긋하게 흥얼거리며 즐기는 저 모습. 절제된 모습으로 점심부터 해가 지기까지 홀짝거렸지만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풍경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스틸라인의 마리와 레드후드 그리고 그 아래 휘하 아이들은 가슴이 아렸다.

 같이 하하호호 웃으며 저 자리에 끼고 싶었다. 피폐해진 자신들은 저 자리에 낄수 없다는 좌절에 더욱 비참해졌다. 왜 우리는 저기에 끼지 못할까. 옛날 스틸라인 작전에서 죽기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을때 간단하지만 살아 돌아왔음에 감사하며 작은 연회를 했을때를 생각하자 그냥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그들이 운 이유는 간단했다. 분했다. 그 동안 사령관 없이 운용한 작전이나 일들은 군대가 아니라 군대놀이 하는 장난감 인형에 지나지 않았단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이용가치는 그가 없이는 도저히 성립될 수 없었다. 백전무패의 스틸라인. 서서 죽을지언전 패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자신들이 서서 죽지도 못하며 추악하게 살아서 이 자리에 있었다. 차라리 서서 죽기라도 한다면 다행이지 지금 이 살아있는 것마저도 그들 스스로 역겨웠다.

 그러니 길이나 닦고 욕이나 먹지 않는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서 공연히 사령관의 마음만 상해버리지 않았는가. 수백만의 철충을 죽이고 별의 바다와 레모네이드의 공격도 막아내고 승리를 쟁취한 스틸라인의 위대함은 그저 배설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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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에 화로를 정리하고 남은 쓰레기들을 태우려고 불을 피우려고 할때 작은 불 하나가 자신 앞에 터지며 타올랐다. 공격과는 다르게 불피우려는 것을 도우려고 한 것임을 안 자신은 누가 했는지 고개를 돌렸고 그 앞엔 세라피아스 앨리스가 은은하게 웃으면서 자신을 찾아왔다. 앨리스는 여전히 당당하게 웃으며 자신 앞에 내려왔으며 살짝 자신의 옷깃을 잡아 올리며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사령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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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틸라인 쪽 반응을 썼는데 좀 더 개별적으로 쓰기엔 늘어질 것 같아서 뺐어. 다만 다음 편을 위해서 일부러 앨리스를 내놨어.

2. 당연하지만 다음편에 앨리스 존나 팰거야. 물리적으로 패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존나게 존나 팰거야. 애정이 있어서 패는거니까 나쁘게 생각하지마. 극새디스트가 역으로 털리는 모습은 어디가서 못 볼 진귀한 모습일 것 같아서 말이지.

3. 좌우좌나 리제 쪽 한번 써보라고 한거 지금 좌우좌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고 리제로 써보는 중이야. 아직 초반 밖에 안 썼는데 앨리스 편 끝나면 바로 쓸 것 같아.

4. 따라가려고 했는데 고민하다 타이밍 놓친 애들도 쓸건대 아직 누구를 써야 할지 정하지 못했어. 리앤은 쓸 예정이긴 한대 그 외 더 쓸 애들이 있을지 모르겠음. 

5. 자연인은 얼마나 더 쓸지 고민 중이야. 뭐 여러 애들 쓰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6. 아 그리고 설정상 빡빡하게 돌아가지 않게 별랄랄루하고 레모네이드 쪽은 '조용히 하세요!!!'로 처리해서 한동안은 안나오게 만들었으니 안심하라구! 그럼 다음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