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ㅈ도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여느 때와 같이, 오전 업무를 끝내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콘스탄챠는 종종 내 앞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줬는데, 

보통 인류가 멸망하기 전, 세상에 대한 이야기와 임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다른 바이오로이드(특히 라비아타)의 뒷담화 등, 나에게 잡다한 말들을 늘어놓는 것을 좋아했다.


그 날도 콘스탄챠는 어김없이 내게 먼저 말을 걸어 왔다.

"사령관님은 오르카 호가 왜 '오르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아시나요?"

"그거야 범고래(Orca)에서 따온 거 아닐까?"

이에 콘스탄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뗏다.


"사실은 그게 아니에요. 그리고 원래 우리는 '오르카' 호라고 부르지만 처음에는 '오, 루카'호라고 불렸다고 해요."

사령관의 얼굴에서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고, 콘스탄챠는 조금 슬픈 표정을 하고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기엔 슬픈 사연이 있어요. 왜냐하면 '오, 루카'호라는 명칭은 한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니까요."


"인류가 멸망하기 이전 지구에서는 '루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았어요. 그는 사업에 실패해서

수많은 빚을 지고 거리를 방황하는 한량이었죠."

"그는 불행하기로 동네에서 꽤나 소문난 사람이었어요. 

하루는 빚때문에 사채업자들에게 쫓겨다니게 되었는데, 끝내 잡혀서 차에 실려 끌려가는 꼴을 당했죠."


"결국 루카는 콩팥 하나를 떼여서 다시 풀려났죠. 하지만 또 다른 빚쟁이들이 그의 집앞을 지켰던 거에요."

"그렇게 밀렸던 돈 때문에 하나 둘 신장과 간, 심장, 안구 등이 떼어져 버렸고, 그는 싸늘한 시체가 되고 말았죠."

"빚쟁이들은 루카의 시체는 콘크리트를 가득 채운 드럼통에 담아서 깊고 깊은 바다 속에 빠뜨려 버렸어요."


"훗날, 우연히 이런 일화를 듣게 된 한 잠수함 설계가는 바닷 속으로 가라앉은 

루카의 비극적인 삶을 기리기 위해 그가 설계하고 있던 잠수함의 이름을 루카 호라고 지었다고 해요."

"거기에 탄식하는 말을 붙여 오, 루카호라고 명명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오, 루카 호'에서 '오루카 호'가 되고 마지막에는 '오르카 호'로 되었다고 해요."


이야기가 마치자 콘스탄챠의 눈에는 자그마한 눈물 방울이 맺혀 있었다.

한 사람의 비극이 그려져 있는 오르카 호의 슬픈 비밀이다.


우리가 종종 게임을 하다보면 오르카 호에서 튕겨져 있는 듯한 버그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버그가 아닌,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루카'에게 비쳐지는 심연의 광경을 재현해낸 것이 아닐까?

오늘 한 순간 만이라도 바다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그를 위해 묵념을 해주도록 하자.



Rest In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