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던 처소의 문이 잠긴 며칠 뒤, 한 행자(行者) 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냈다.


"나무나입우(羅無羅入宇)라는 처소를 구했으니, 거기로 몸을 피하시오"


나는 손사레를 쳤다


"그곳은 공식애입(公式哀入)도 없고, 괴이한 자들이 머무는 처소라 들었소. 어찌 그곳에 몸을 기탁한단 말이오?"


파란색 관을 쓴 자가 허허 웃으며 나를 안심시키며 말하길, 걱정말고 몸을 피해도 된다 말하였다.


나는 의심을 품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러 행자(行者)들이 북적였다.


어색함을 견디며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시장통 구석에서 우뢰와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오늘의 신작이오!"


한 행자(行者)가 자신의 도포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었다. 그것은 야잘(也乽)이었다.


나는 대경실색하여 그 행자에게 달려가 그가 꺼낸 야잘(也乽)을 전신으로 가리며 호통을 쳤다.


"어찌 그리 음탕한 야잘(也乽)을 꺼낸단 말이오! 일전에 머물던 처소가 야잘(也乽) 로 인해 황폐화 되었거늘, 이 무슨 경거망동인가!"


나의 탄식을 들은 그는 웃으며 나를 밀어냈다.


"행자(行者)께선 염려치 마시구려. 이곳은 형래(形來)도, 응우예은(應遇藝恩), 광지아(狂知兒)도 없소. 누가 야잘(也乽)을 탄압한단 말이오?"


껄껄 웃는 그에게 나는 재차 경고를 건냈다.


"설령 그렇다 한들 주다악(主多岳)과 파다악(破多岳)이 용납치 않을 것일세."


그는 더욱 호탕하게 웃었다.


"보아하니 행자(行者)께선 라오채은(羅五埰恩)에 입주한지 얼마 안 된 분 같구려. 이곳에서 야잘(也乽)은 죄가 되지 않소 오로지 삼두이(三荳二) 패도(敗道)만이 형벌로 다스려질 뿐이오"


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두이시(頭二市)의 개정된 법도에 따르면, 저자거리에서 야잘(也乽)을 내놓을 경우 주다악(主多岳)과 파다악(破多岳)이 대신 형벌을 받는다고 소문이 파다하여 뭇 백성들이 시름하였던 과거가 있음이라.


허나 이 나무나입우(羅無羅入宇)에서는 야잘(也乽)이 탄압받지 않는다니, 이는 쉬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던 와중, 야잘(也乽)을 게시한 잘쟁이(乽爭二)에게 무수한 개추(改推)가 쏟아지는 것을 보았다.


그러던 와중, 한 행자(行者)가 연거푸 개추(改推)를 하여 보니, 주다악(主多岳) 인 것이리라.


나는 크게 놀라 주다악(主多岳)에게 물었다.


"어찌 야잘(也乽)이 삭제되지 않는단 말이오?"


주다악(主多岳)이 나에게 답했다.


"이곳은 팔아과이(八亞果二)의 이치로 지배되는 땅인고로 두이시(頭二市)의 법도와는 다른 곳인지라 괘념치 않아도 된다"


주다악(主多岳)은 몇번 더 개추(改推)를 하더니 곧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이에 다른 야잘(也乽)을 게시하는 잘쟁이(乽爭二)들의 그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저자거리 한 귀퉁이에서 큰 비명이 들려왔다.


인파를 해치고 나아가니 한 행자(行者)를 누군가가 구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잘 보아하니 그 구타자는 파다악(播多岳)이었다.


"어찌 그를 핍박하오?"


파다악(播多岳)은 내 물음에 가로되 이 자가 비두익질(比頭益疾)이라는 못된 짓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이 자는 공공연히 흑충(黑蟲)이라는 처자를 첩으로 받아드렸다 하며 시장통의 행자(行者)들에게 소란을 일으킨 죄를 지었음을 알렸다.


나는 파다악(播多岳)을 말리며 말했다.


"어차피 유동(有動)인바, 어굴오(語屈五)를 낮추어야 될 것이오"


허나 파다악(播多岳)은 고개를 가로지었다.


"이 비두익(比頭益)에게는 중형을 내릴 것이오"


중형이라 함은 72시간 차단을 쉴새없이 내리는 것으로, 파다악(播多岳)에게 중노동인 바 파다악(播多岳)의 건강이 우려되었다.


"그를 행함은 옳으나, 이는 당신의 몸을 불편케 할 것이오"


내 걱정을 우려한듯 그는 품 안에서 요술방망이 두자루를 꺼내보였다.


"하나는 유동계엄(流動戒嚴)이오 하나는 영구차단(永久遮斷)이오. 이 두 물건은 두이시(頭二市)의 요술방망이보다 더 신묘한고로. 이 보물방망이로 혼쭐이난 자는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지 못할것이리라"하였다.


그는 영구차단(永久遮斷)을 뽑아들고 큰 소리로 호령을 하였다


"이 자를 매우 쳐서 나무나입우(羅無羅入宇)의 법도를 세울것이오!"


영구차단(永久遮斷)이라 써있는 요술방망이를 휘두르니 비두익(比頭益)은 눈 녹듯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데, 순간 도포자루 안쪽에 녹색 옷을 입고있었음이 얼핏 보였음을 굳이 글로써 남긴다.


파다악(播多岳)은 그의 행적을 낱낱히 고하며 향후 이러한 비두익질(比頭益疾)을 할 시 영구차단(永久遮斷)으로 벌할것이다 라며 지엄한 목소리로 선언하자 주변에 있던 행자(行者)들이 연신 개추(改推)를 날리더라.



거처로 돌아 와 오늘의 일을 곱씹어본 바, 야잘(也乽)을 허하고 비두익질(比頭益疾)을 엄히 처벌하는 나무나입우(羅無羅入宇)의 법도에 감탄하였으나 ,공식애입(公式哀入)이 없고 영전공략(永戰攻略)이 아직 없는 바, 나아질 길이 멀어 보였음을 거듭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