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다크모드 쓰고 있으면 끄고 읽는게 베스트임. 귀찮으면 그냥 괄호 안에껀 무시하고 읽고, 다 읽고 나서 괄호 안에 꺼 읽는 방식으로 읽는게 조음)

 



(방지턱용 그림, 다크모드 껏지?)








6023년 3월 어느 봄날,

 

[모든 전쟁이 끝났다.]

 

쓰레기처럼 총을 던져버린 브라우니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았다.

그날만큼은 마리도 그녀들을 벌하지 않았다.

(마리는 브라우니들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이 날 던져진 총들을 모두 폐기해야만 했다)

 

사령관이 선물해준 달콤한 사탕을 입에 넣은 티아멧은 그녀의 칼날을 부러트렸다. 다시는 이 칼이 쓰일 날은 없을 것이다.

(또한 그녀는 다시는 사탕의 단맛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칸은 한숨을 내쉬며 동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이젠 다시 그녀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칸은 사령관의 얼굴을 돌아보지 않은 것을 평생 후회할 것이다)

 

알비스와 LRL은 참치캔과 초콜릿 바를 쌓아두고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잠수함을 벗어나 뭍으로 나가게 되면, 그녀들은 참치캔과 초콜릿보다 더 맛난 음식들을 많이 찾을 수 있을것이다.

(딱하기도 하지, 사령관의 죽음을 알게 된 그녀들은 모든 식욕을 잃었다)

 

컴패니언의 모든 자매들은 경계를 풀고 티타임을 즐겼다. 그것은 그녀들이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마음속 깊은 곳 까지 안심되는 달콤한 휴식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느꼈던 달콤함은, 그 무게만큼의 죄악감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스널은 오늘이야말로 결착을 보겠다며 쌓아두었던 콘돔 상자를 모두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것을 발견한 에밀리가 콘돔으로 풍선을 대량 생산하는 헤프닝이 있었지만,

더 이상 쓰이지 않을 물자에 대해 걱정하는 이는 없었기에 그것은 그대로 에밀리의 장난감이 되었다.

(뭐, 콘돔이 쓰일 일은 이제 영원히 없을테니)

 

광속으로 오르카호 밖으로 뛰쳐나간 슬레이프니르는 스피커를 쩌렁쩌렁 울리며 신나게 노래를 불러댔다. 

스카이나이츠 대원들은 모두 흥분한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밖으로 뛰쳐나가 대장을 잡아와야만 했다.

(음악 소리가 총성을 감췼다는 것을 알게 된 슬레이프니르는 다시는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아르망은 잠시 예지하기를 멈췄다.

본디 그것은 그녀의 의지로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으나, 전쟁이 끝났다는 안도감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늘 복잡하게 돌아가던 머리가 잠시 멈추자, 그녀는 늘 달고 다니던 두통에서 잠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 이후로, 아르망이 예지를 쉬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뽀끄루는 이제 철충들이 모두 죽었으니, 저 가증스러운 마법소녀들을 모두 베어버려야 한다고 일갈하는 골타리온을 말려야만 했다.

3천년간 같이 싸워온 정에 호소한다면, 굳건하기만 했던 강철의 군단장도 그 마음을 돌릴 것이다.

(골타리온은 매직 젠틀맨을 잃고 날뛰는 마왕의 제압으로 인해 심하게 손상되어, 마법 소녀들을 공격할 수 없게 되었다)

 

페어리즈들은 날뛰는 리제를 제압해 묶을 수 밖에 없었다. 

철충들을 모두 없엤으니 이제 해충들의 차례라는 말을 하며 가위를 들고 돌격하는 그녀를 본다면, 

누구라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사령관의 부고를 전해들은 리제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이번만큼은 페어리즈들도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용은 기쁜 마음으로 함대의 지휘권을 포기했다.

그 행동에는 무적함대의 지휘관이 아닌, 한 사람의 여자로서 살아가겠다는 그녀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은 영원히 보답받지 못하게 된다)

 

아머드 메이든들은 묵직한 외골격을 모두 벗어던졌다. 

다리가 가볍다며 폴짝폴짝 뛰는 이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모두 웃음짓게 만들었다.

(사춘기의 소녀들처럼 사소한 것에도 웃음짓던 아머드 메이든들은 그의 죽음 이후 모든 웃음을 잃었다)

 

쉐이드에게 광학미채 망토를 빼앗긴 팬텀은 울상을 지었다. 

'전투가 발생하지 않으니, 은신 기능을 보유한 의복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됨' 이라는 쉐이드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던 

그녀는 빨갛게 익은 얼굴을 한채 망토를 찢어버리려는 쉐이드와 한바탕 사투를 벌여야 했다.

(쉐이드는 목놓아 우는 팬텀을 감춰주기 위해 망토를 다시 덮어주어야만 했다)

 

오드리는 잔뜩 밀려버린 주문서를 바라보며 골머리를 앓았다.

사령관과의 "진정한" 뜨거운 밤을 보내겠다며 의뢰된 의상들 중에는 그녀의 발상을 뛰어넘는 역작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그녀의 일은 전쟁 후부터 더욱 바빠질 듯 하다.

(오드리는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의 몸에 맞는 상복을 제작하느라 밤을 세야했다. 상복은 그녀의 폴리시에 맞지 않는 단조롭고 칙칙한 옷이였으나 그녀는 그것을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홍련은 매주 진행해왔던 전투교실을 신부수업 교실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수업은 폐지되어 영원히 진행되지 못한다.)

 

닥터는 전쟁을 위해 만들어둔 모든 무기들을 전부 폐기해 버렸다.

그녀의 상상력은 이제 파괴가 아닌, 다른 것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그녀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 부활과 소생에 관한 것에 밤낮으로 몰두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신의 영역이었기에 닥터의 연구가 빛을 보는 일은 없었다.

다행히도 닥터가 사령관의 정자를 보관해둔 은행까지 폐기하지 않아, 인류는 그 명맥을 잇게 되었다.)

 

소완과 아우로라는 많은 포티아들과 함께 파티에 어울리는 성대한 만찬을 위해 온 주방을 바쁘게 뛰어다녔다. 

식재료를 마음껏 사용해 화려한 요리 솜씨를 뽐내는 그녀들의 얼굴은 더없이 행복해보였다.

(이 음식들이 장례식장에 쓰이게 될 것을 안 그녀들은 죽어버린 눈으로 음식을 꾸민 화려한 장식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쑤셔넣었다)

 

나이트엔젤은 "결국..하지..못했군요.." 라고 중얼거리며 어딘가 해탈한 듯한 표정으로 그녀의 대장을 바라보았다. 

메이는 그런 그녀의 시선을 말없이 피할 뿐이었다.

(불쌍한 메이...마지막 인류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의 처녀성은 영원히 지켜질 것이다)

 

이 모든것을 지켜보고 있던 사령관은 언젠가 오드리가 선물해준 가장 깔끔하고 세련된 제복을 꺼내입었다. 

 

라비아타를 만난 후부터 마련한 전신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사령관은 얼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수염을 밀고, 바닐라가 선물해 주었던 가장 좋은 향수를 꺼내 뿌렸다.

 

전쟁중에는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었으나 그의 산책을 방해하는 철충들은 이젠 없다.

 

별의 아이들은 더없이 강력해진 그의 군대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사라졌다.

 

일곱 레모네이드들은 모두 그녀들의 수장을 직접 '폐기' 하고 그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전에 없이 요란한 몸단장을 마친 그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사령관실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늘 휴대하고 다니는 작은 권총을 꺼냈다.)

 

마침내,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수 있게 되었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권총의 끝을 입에 문 사령관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사령관의 눈이 서서히 감기고, 추욱 늘어진 그의 몸은 천천히 부드러운 의자 속으로 파고들었다. 

마침내, 긴 전쟁을 끝내고 완전한 휴식을 얻은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의 아름다움은 가슴을 뛰게하고, 겨울의 첫눈은 묘한 설렘을 불러온다.

하지만 그것이 3천번이나 반복된다면 감동은 사그라들고 지루함만이 남을 뿐.

 

질기고 튼튼한 바이오로이드들의 정신은 3천년이라는 세월을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인간인 사령관은 아니었다. 

 

그의 육체는 낡고 병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늘 새것으로 교체되었으나 

인간의 것인 그 정신은 세월의 흐름에 맥없이 깎여나갔다.

 

3천번의 개화와 3천번의 첫눈, 어떤 인간도 경험하지 못한 긴 세월을 버텨온 사령관의 정신은 서서히 마모되어 갔다.

닥터의 뛰어난 두뇌로도 그의 정신까지 새것으로 바꿀수는 없었고, 

긴 시간동안 전쟁의 피로에 시달린 사령관은 자신의 정신이 점점 지쳐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늘 휴식을 원했으나, 너무나 강력한 적과의 기나긴 전쟁은 짧은 휴식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강제로 주어진 불사에 사령관은 늘 괴로워했으나, 

너무나도 선한 인간이였던 그는 그만을 바라보며 싸우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어느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전쟁이 끝났다.

 

그리고 마침내...다소 과격한 방법이었지만 그는 그토록 원하던 휴식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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