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아주 깊은 곳에 있는 이상한 약병.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

그 안에 든 분홍색 약물 때문에라도 더 수상하다.


평소 같으면 무시하고 닥터에게 가져다 줬겠지만,


- 대장이 매번 그러니까······.


쪽지에 적힌 글, 그리고 같이 방을 나왔던 사령관과 로열 아스널의 모습.

조심히 병을 열자 달콤한 냄새가 은은히 풍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온몸이 떨면서 경고하는 걸 알면서도,


‘이걸 먹으면, 사령관과······.’


기어코 앞으로 내딛는다.



******



메이가 사라졌다.

평소에도 연락이 잦은 건 아니었지만, 그리고 물론 연락과 상관없이 메이가 일을 잘 해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

오르카 호에만 연락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둠 브링어 대원들도 메이와 연락을 못 하고 있다.


“하아, 죄송합니다, 사령관.”


똑같이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내쉬는 나이트앤젤.

밤을 꼬박 새워 수색한 탓인지 피로에 절어있다.


“아니야. 너희 잘못이······.”

“그 계급에 가출을 할 줄이야. 영양이 모두 머리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갔을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딱히 미안한 건 아닌 모양이다.


항해 도중 발견한 어느 외딴 섬.

혹시 물자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정박하자 메이가 별 말도 없이 둠 브링어 대원들을 데리고 멋대로 먼저 탐색에 나섰다.

이유는 알 것 같지만······.


“나이트앤젤. 흩어지기 전에 메이가 따로 했던 말은 없어?”

“그냥 철충이 나타나면 알리라고만 했습니다. 평소와 달리 각자 흩어져서 수색하자고 하기는 했습니다만.”

“그, 그래?”


다른 대원들에게 말하진 않은 모양이다.

물론 나이트앤젤은 그걸 알아도 딱히 질책하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사령관.”

“응?”

“메이 대장한테 왜 그런 겁니까?”

“뭐, 뭐가?”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니 나이트앤젤이 한숨을 쉰다.


“대장이 말 안 해도 그런 건 다 알아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부대원 모두. 아니, 이 오르카 호에서 메이 대장 모습 보고 무슨 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네요.”


하긴, 메이가 무슨 생각 하는지는 얼굴만 보면 다 나온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보니까 그냥 놀린 건 아닌 것 같은데.”

“그게, 그······.”


이렇게 된 거 숨겨 봤자니 그냥 사실대로 모두 얘기한다.

아침에 방에서 로열 아스널과 함께 나오다 메이와 마주친 것, 로열 아스널을 먼저 보내고 메이와 얘기하다가 조금 놀린 것,

그리고 의도치 않게 메이의 역린을 건드려 버린 것까지.


“역시 메이 대장답네요. 정말, 대장도 사령관이 애들과 우리 부대 빼고 모든 바이오로이드들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건 알고 있을 텐데.”


묘하게 ‘우리 부대’라는 말에 악센트가 붙었다.


“어쨌든 내가 잘못한 거니까 내가 책임져야지. 둠 브링어 인원들은 이제 그만 쉬어. 내가 직접 다른 애들 데리고 섬을 수색해볼게.”

“저희 대장이니 저희가 책임져야죠. 아직 철충들이 남아있으니까 사령관이 직접 움직일 필요는 없어요.”


아니꼬워도 자기 대장이라는 걸까.


“그리고 만약 사령관이 먼저 찾으면 우리가 한 소리 할 수 없을 테니까.”


저것도 애정일 거다.

······아마도.


“그렇지만 너희를 피곤한 상태로 싸우게 둘 수도 없어.”

“이 상태로 편하게 쉴 수도 없습니다.”


평소라면 명령을 내려서라도 강제로 쉬게 했겠지만, 나이트앤젤의 퀭한 눈이 오히려 그 의지를 꺾는다.

그래, 이왕이면 빨리 끝내고 쉬는 게 낫겠지.


“알았어. 대신 같이 가자. 그리고 너희 둠 브링어만 데리고 가지는 않을 거고.”

“저희가 너무 민폐 끼치는 거 아닙니까?”

“피곤에 찌든 너희를 보내는 게 더 마음에 걸려. 대신 이번에만 특별히 너희에게 내 호위를 부탁할게.”


조금 고민해보는 나이트앤젤.

그러곤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이번 수색에서 저희 둠 브링어가 사령관의 호위를 맡겠습니다.”



******



섬에 있는 거의 모든 철충들을 해치운 뒤 본격적으로 오르카 호 승무원들과 함께 메이를 찾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넓은 섬이라 잘 하면 거점으로 삼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사령관, 이쪽입니다. 메이 대장은 이쪽으로 갔습니다.”


다른 둠 브링어 대원들도 각자 수색 위치로 갔고 지금은 일단 나이트 앤젤 혼자서 호위하고 있다.

꽤 우거진 숲.


“아까는 이쪽으로 안 와봤어?”

“오긴 했는데 숲이 우거져서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었습니다.”

“다크엘븐한테 그쪽 수색 끝나면 바로 이쪽으로 오라고 해야 겠네.”


메이가 지나간 게 맞는지 중간 중간 풀들이 누워있다.


“메이가 철충에게 당하지는 않았을까?”

“아까 브라우니 혼자서 몇 마리 학살하던 거 못 보셨습니까? 아마 철충과 만나도 옥자로 짓뭉갰을 걸요.”

“하긴, 그렇지?”


그렇게 시시덕거리며 걸어가다가 문득 나이트앤젤이 말한다.


“사령관. 우리 대장을 어떻게 생각하시죠?”

“메이? 믿을만한 지휘관이지.”

“그런 거 말고요. 무슨 말 하는지 알잖아요.”


이성으로서.

다른 바이오로이드처럼 그렇고 그런 관점에서.


“메이는······, 귀엽지.”

“어떤 점이요?”

“생각하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나는 점도 그렇고, 그러면서 정작 입으로는 다른 말만 하는 것도 그렇고.”


부끄러워하다가도 전투가 시작하면 보여주던 그 당당한 모습도,

손잡고 싶다고 팔씨름하자고 하던 것도.


“그럼 왜 사령관은 메이 대장과······.”

“글쎄? 놀리는 게 재밌어서 그럴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일단 나는 사령관이다.

오르카 호에 있는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을 책임져야 한다.

어느 한 명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부을 수많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절대로 메이를 등한시하겠다는 건 아니야. 나한테는 너희 모두가 하나 하나 소중하니까.”

“부디 메이 대장도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사령관도 메이 대장한테 조금은 그런 티를 내 주고요, 라는 나이트앤젤 말에 멋쩍게 웃기만 한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 흘렀을까,


“아무래도 여기 같지?”

“네. 그런 것 같아요.”


숲 깊은 곳에서 작은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


“지난번에는 왜 여길 발견 못 한 건지.”

“메이는 걸어 다니지 않으니까 더 빨리 움직였겠지. 자책하지 마.”


조심스럽게 동굴 안을 들여다보자 안에서 찬바람이 불어온다.


“아르망.”

“네, 폐하.”

“이 섬에서 철충 반응은 다 사라졌지?”

“네. 다만 혹시 모르니 다른 부대원들도 그쪽으로 보내겠습니다.”

“응. 부탁할게.”


오르카 호에 대기하고 있던 아르망과 통신이 끝나고 나이트앤젤과 같이 들어간다.


“안은 생각보다 깨끗한데?”

“그런 무서운 말 하지 마세요. 괴물이라도 나오겠어요.”


동굴은 좁으나 그래도 다섯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고 꼬여있으나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다행히 철충은 나타나지 않고 나이트앤젤이 앞을 비춰줘서 위험할 일도 없다.


“딱히 별 소리 안 들리는데, 메이가 여기에 안 온 게 아닐까?”

“그런 것 같네요.”


싱겁게 동굴 끝에 도착하고,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간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

그래도 여기에 없다면 동굴로 모이는 다른 부대원들이 발견하겠지만.


“어?”


갑자기 불을 돌리는 나이트앤젤.


“왜 그래?”

“사령관, 저기 보세요.”


유난히 새까맣다 싶더니 가까이 가보자 아래로 연결된 계단이 있다.


“숨겨진 공간? 계단까지 있는 걸 봐선 누가 일부러 만든 것 같은데?”

“철충도 없는 것 같은데, 이 안도 수색합니까?”

“그래야지.”


길이 좁았다면 더치걸이 올 때까지 기다렸겠으나 다행히 벽에 가려져서 안 보였을 뿐 넓었다.

메이의 옥좌도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구조가 신기하네요. 유사시에 여길 거점으로 사용해도 되겠어요.”

“그러게. 다른 거점들과 가깝기도 하고, 자원도 꽤 풍부할 것 같고.”

“그리고 사령관 말 때문인지, 이상한 생물체도 있고요.”

“어?”


나이트앤젤이 가리키는 저 앞에 정말로 이상한 생물체가 있다.

아니, 이상한 생물체가 아니라······.


“메이?”


옥좌에 앉은 메이다.


“메이, 괜찮아? 한참 찾았······.”

“오지 마!”


유난히 사나운 목소리.

메이 말대로 살짝 멈추는데 나이트앤젤은 무시하고 다가간다.


“메이 대장. 여기서 뭐 해요. 지금 밖에서 다른 승무원들이······.”

“오지 말라니까!”

“옷 때문에 그래요? 사령관이 옷 좀 찢긴 거로 신경 쓸 리 없잖아요. 그것보다, 지금 여기서······.”


가까이 다가갔다가 말을 멈추는 나이트앤젤.


“대장? 그거, 무슨······.”

“왜? 무슨 일인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높아지는 메이 목소리와 함께 메이의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전원이 꺼진 건지 바닥에 주저앉은 옥좌.

공격이라도 받은 듯 이리저리 찢긴 옷 대신 간신히 몸을 가리고 있는 팔과 다리.

그 정도라면 그저 철충에게 습격당했거니 했겠지만,


“메이? 그거, 왜, 그,”


뿔, 날개, 꼬리.

메이에게 없어야 할 게 나있다.


“대장, 그거, 대체, 혹시 코스프레한······.”


억지로 분위기를 환기시켜보려 하지만, 이내 무리수라는 걸 알았는지 입을 다문다.


“보지 마, 제발······. 사령관······, 보지 말아줘······.”


체념했는지 훌쩍이는 메이.


“미안해, 사령관. 나 이제 같이 못······.”

“일단 돌아가자.”


겉옷을 벗어 메이에게 둘러준다.


“어?”

“나이트앤젤. 오르카 호에 연락해서 메이를 찾았다고 해. 대신 섬에 있는 인원들 전부 오르카 호에, 아니, 자기 방에 가서 나오지 말라고 해. 사령관 명령이야.”

“아, 알겠습니다.”


나이트앤젤이 연락하러 위층으로 올라간 사이에 옥좌를 살핀다.


“메이. 옥좌 지금 고장난 거야, 아니면 전원이 꺼진 거야?”

“어? 그, 그냥 꺼진 건데······.”

“그래? 그러면 다른 인원 부를 필요 없겠고.”

“사령관, 나, 이런 모습으로는 사령관과 같이······.”

“돌아가자.”


메이의 말을 일부러 끊는다.


“명령이야.”


그 말에 메이가 훌쩍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메이도 나이트앤젤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메이 뒤쪽에 있던 빈 병과 글씨가 적힌 석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걸 마신 건가?’


혹시 몰라 예쁘게 조각된 그 병에 뚜껑을 채우고 품에 넣고는 벽에 적힌 글씨를 읽어본다.



******



“메이, 들어갈게.”


유일한 불빛이라곤 커튼 쳐진 창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달빛 뿐.

일부러 불을 켜지 않고 침대 곁에 다가가 수면 램프만 켠다.


“자, 식사 가져왔어.”


메이는 얼굴을 살짝 들어 흘끗 쳐다만 보고 다시 웅크린다.

그래도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꼬리가 부드럽게 흔들리는 걸 보면 싫진 않은 모양이다.


머리 위에 툭 튀어나온, 까만 뿔.

접시를 침대 옆 탁자에 놓고 의자를 가져와 앉는다.


“닥터가 그러는데, 아마 내일 즈음이면 전부 원래대로 돌아갈 거래.”


뿔도, 날개도, 꼬리도.

전부 해프닝일 뿐.


“다른 애들 귀에 들어갈 것도 걱정하지 말고. 나랑 나이트앤젤, 그리고 닥터 정도만 알 테니까.”

“······응.”


메이의 대답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래서, 그건 왜 먹은 거야?”


메이 정도 되는 위치면 그런 걸 함부로 먹을 리 없다.

브라우니도 아니고.


“그리고 거기에 쓰여 있던 글도 그렇고. 혹시, 내가 생각하는 게 맞아?”


서큐버스가 되는 비약.

메이가 앉아있던 곳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누가 만든 건지, 왜 만든 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 메이를 보면 효과는 분명 있긴 하다.

방 안에 퍼진, 묘하게 달콤한 냄새도 그렇고.


“서큐버스라면 그······,”

“서큐버스가 되면,”


메이가 입을 연다.


“서큐버스가 되면 사령관한테 좀 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어?”

“원하는 남자한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그랬으니까.”


당당하게?

다가가?


“저기, 그거 누가 말해준 거야?”

“토모가 그랬는데?”


어쩐지.

차라리 브라우니한테 물어봤으면 이 꼴은 안 나지 않았을까.


“저, 메이. 내가 닥터한테, 서큐버스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말이야. 그, 오해는 하지 말고······.”


웃음이 터지려는 걸 꾹 누르고 천천히, 닥터가 알아봐준 서큐버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메이 얼굴은 머리칼처럼 빨개지고 날개와 꼬리는 점점 더 빨리 흔들린다.


“그러니까, 그, 토모가 말해줬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긴 한데······.”


이내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메이가 이불로 얼굴까지 감싼다.

하필 토모 말을 듣고 먹은 약이 그렇고 그런 괴물로 변하는 약이라니.


‘메이 자존심에 그런 건 못 참겠지.’


무슨 심정일지 대충 짐작이 가서 가만히 건드리지 않는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한참.

식사가 식어서 슬슬 딱딱해져 갈 즈음에 꼬리 움직임이 멎은 메이가 말한다.


“우습지?”

“응?”


다시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메이.


“사령관한테 다가가지도 못하고, 제대로 말도 못 하고, 그래서 그런 이상한 약에 의존하다가 이런 모습이 되고.”


약을 먹은 순간 몸이 뜨겁더니 머리에서 뿔이 나왔고 허리에서 날개가 자랐으며 정신을 차리니 꼬리가 눈앞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날개 탓에 옷이 산산이 찢겼다는 것보다, 단순히 이런 이상한 모습이 되었다는 것보다,


“이런 괴물이 되어서 사령관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싶다는 내 자신이 너무 끔찍했어.”


그날 아침에 사령관과 같이 방에서 나오던 로열 아스널도,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부하들은 자신 때문에 사령관에게 다가가지 못할 뿐,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이미 다가가고도 남았을 거다.


“나는 왜, 나는······.”


자기 몸을 끌어안고 몸을 떠는 메이.

그런 메이에게 다가가,


“사, 사령관?”


끌어안아준다.


“잠깐만, 사령관? 나 지금 옷·······.”

“괜찮아.”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인다.


“메이가 언제나 당당하면서도 속으로는 여리다는 걸, 다른 누구보다 부하들을 아낀다는 걸 다 알고 있으니까.”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움직이던 꼬리가 이내 속도를 늦춘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더니 메이가 옷 앞섶을 쥐고 말한다.


“사령관.”

“응?”

“나, 사령관이 좋아.”


그런 이상한 약을 먹어서라도 꼭 하고 싶었을 말.

이번에는 장난치지 않고 제대로 말한다.


“나도 메이를 좋아해.”


그 말에 메이가 잠시 멈추고는, 훌쩍이더니 눈물을 흘린다.


“무서웠어.”

“응.”

“원래대로 못 돌아올까 봐, 오르카 호에 못 돌아올까 봐,”


서큐버스로 변한 뒤 들었던 고양감보다 이질스럽게 변한 몸의 모습이 준 두려움이 더 컸다.

그래서 곧바로 통신이 안 되도록 옥좌 전원을 끄고, 제발 원래대로 돌아가길 빌며 혼자 그 깜깜한 곳에서 숨어있었다.


“그리고 사령관에게 이렇게 좋아한다고 말 못 할까 봐, 사령관이 날 못 찾고 떠날까 봐 무서웠어.”


다 쏟아내더니 소리 내어 우는 메이.

그저 그렇게 가만히,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전부 다 운 메이가 그제야 부끄러워하면서 몸을 떼고는 이불로 몸을 감싼다.


“배고프지? 식었는데, 소완한테 부탁해서······.”


메이가 고개를 젓는다.


“괜찮아. 대신······.”


말을 다 맺지 않고 조용히 입을 벌린다.

평소 같으면 절대 보이지 않을 어리광이니 원하는 대로 받아주기로 한다.

아기 새처럼 전부 받아먹고는 하품을 하더니 다시 부끄러워하며 침대에 눕는다.


“피곤해. 이만 잘래.”

“그래. 나도 이만······.”


손목에 감기는 메이의 꼬리.


“저, 사령관.”

“응?”

“그, 계속 깜깜한 곳에 있어서 무서웠는데······.”


무슨 얘기인지 알아듣고 다시 의자에 앉는다.


“알았어.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줄게.”


얼굴을 이불에 파묻었지만, 정작 이불 밖으로 나온 꼬리는 살랑살랑 흔들린다.

머리를, 그리고 뺨을 조심히 쓰다듬자 메이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실실 웃는다.


“사령관.”

“응?”

“좋아해, 정말로······.”



******



수색이 끝나고, 방에 모두 대기하라고 했던 명령도 풀렸다.

메이 대장 방에 가지 말라는 명령은 그대로지만, 뭐 상관없지.


“닥터? 안에 있나?”


대답이 없어 그냥 무작정 안으로 들어간다.

곳곳에서 움직이는, 알 수 없는 기계들.

하지만 목표물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거군.”


메이 대장이 먹었다는 그 약.

방 앞을 지나가다가 엿듣게 된 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핑계 댈 말은 많다.

그나저나 서큐버스를 막연히 자신처럼 당당한 여성이라고 생각하다니, 토모나 메이 대장이나.


“어? 로열······.”

“아, 왔나, 닥터.”


그리고 언제나 사령관에게 사랑받길 원하던 닥터가 이 약을 조사만 하고 폐기했을 리도 없다.

당황하는 닥터에게 씩 웃어주며 말한다.


“피실험체가 필요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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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올리려고 가입함

스토리 정주행하고 나서 썼더니 기부터 결까지 써서 7천자가 넘네 퇴고하면 줄어들 거 같긴 한데 귀찮음

메이를 서큐버스로 만들어놓고 정작 그렇고 그런 일은 없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썼음

정작 몬무스 느낌이 안 나는데 스토리 대회로 옮기는 게 좋을까

중간 쯤 썼을 때 베로니카를 서큐버스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딱히 별 스토리가 안 떠오름 누가 그려줬으면

그래도 이 정도면 제일 낮은 상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새로 나온 -메- 비극적인 브금 들으면서 쓰니까

흐린 기억 이벤트랑 이번 이벤트 칸 얘기 떠올라서

브라우니 가지고 진지한 소설 또 써볼까 생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