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하하, 접니다!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진리를 탐구하는, 유전자 연구자 알프레드!

쿠후후후...한번쯤은 이렇게 불려보고 싶었답니다. 뭐, 사령관님이 그렇게 불러주셨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꽤나 진부한 말이지만, 이 영상을 보고 계실 즈음에 저희는 모두 사라지고 없을 것이랍니다.

아! 사령관님이 저희를 정말 아껴주셨다는걸 잘 알고 있으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구요. 

저희들의 선택은 사령관님의 태도와 전혀 상관이 없답니다.


사령관님도 잘 아시겠지만. 이제 그 빌어먹을 철충들은 없습니다!

그 별의 아이인지 뭔지 하는 요상한 것들도 다 사라졌다고요.


보셨잖아요! 티아멧 양이 그 날카로운 수리검으로 마지막 철충의 몸을 조각내는걸 말이에요.

 저희 모두가 기뻐서 환호성을 내질렀었죠.

아, 물론 감정 모듈이 없는 재미없는 친구들은 몇 제외하고요.


뭐 이로써 악의 세력은 전부 물러가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나면 좋았겠지만요. 

큼, 모모양을 따라하는건 상당히 어렵군요.


리엔양이나 아르망양은 철충들이 모두 죽은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사령관님도 아시잖아요! 그 가증스러운 철충들이 얼마나 교활한지, 

그 철충들에 감염된 우리들이 얼마나 무서워지는지를 말이에요.


세상에, AGS의 생체 회로에도 기생할 수 있는 철충이라니...

그런게 나올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5년 전의 그 전투는 악몽처럼 끔찍했었죠! 철충화된 타이런트 씨에, 알바트로스 씨라니…

으히이익!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온 몸의 회로가 오싹해진다구요.


아, 물론 철충은 모두 제거되었다고 하지만 숙주를 가지지 않은 작은 기생체 까지는 모두 추적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뭐, 99퍼센트의 확률로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남은 1퍼센트의 확률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실험에서도 1퍼센트 차이로 엄청난 재앙이 닥쳐오기도 한다고요!


그러니까 리엔 양은, 그런 일이 전쟁 후에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해주더군요.

오..그건..네, 맞습니다! 꽤나 끔찍한 일이죠.


생각해보세요.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있던 타이런트씨가 갑자기 바닐라씨의 몸을 물어뜯는걸 말이에요.

세상에!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서 제 몸에 식은땀이 다 나는 것 같군요! 

쿠후후후후, 물론 그런 일은 이제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로봇의 몸에 땀이라니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보다는 아침식사를 만들던 커피포트나 토스터기가 철충화 되어 달려드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토스터기 씨는 바닐라양의 새 애완동물이 될 수도 있다구요.

해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따듯한 개집에서 자게 해준다면, 토스터기 씨도 만족해줄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1퍼센트의 확률 때문에 너무 극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고요? 

오, 사령관님, 과거의 경험에서 배웠듯, 언제나 위험은 도사리고 있는 법이랍니다.

에이다씨의 정밀한 연산도, 아르망양의 예언에도 항상 변수는 있었답니다!


새롭게 다가올 세상에 위험 요소를 남겨두는 것보다 안전한 미래를 맞이하는 게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최고의 경호는 위험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라고도 하니까요!

하하, 리리스 양의 말을 조금 빌려보았습니다! 어떠신가요?


뭐,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우리들은 모두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답니다!

저희는 항상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아, 물론 반대하는 아가씨들도 있었답니다. 바닐라 양의 우는 모습이라니...상상이 가십니까? 

쿠후후후후, 영상으로 남겨두지 못한게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러니 사령관님, 저희의 편이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저희가 너무나 외로웠을거라고 낙담하진 말아주세요! 

바이오로이드 아가씨들의 관심과 애정을 온 몸으로 받은 저희는 정말 행복했답니다.

작별 선물로 받은 머리카락들을 연구하고 가지 못하는게 조금 아쉽기는 하군요. 쿠후후.


아, 고통스럽지 않겠냐고요? 무섭지 않느냐고요?


뭐,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AGS들은 감정과 고통을 느낄수 없으니까요. 

그냥..어..하르페이아양의 말을 빌리자면...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거죠!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엣헴]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로봇은 고철로!


아, 멋지게 말하는건 생각보다 힘들군요, 책에서는 쉬워보였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오, 제발, 사령관님? 우리들이 전부 사라진다고 해서 제발 울지 말아주세요.

양치도 꼬박꼬박하고, 밥도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사령관님이 슬퍼하고 있으면 소완 양이 또 그 무시무시한 차를 내올지도 모른다고요!

소완 양의 DNA는 정말 매력적이지만 그 차는 정말이지..으히익!


쿠후후후...아아, 너무 말이 길어져 버렸군요.

사령관님이 깨어나기 전에 모두 떠나기로 약속했으니까 편지는 이만 여기에서 줄여야겠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당신의 친구 MR. 알프레드가.





2



마지막 전투는 굉장히 치열했다.

일주일간 밤낮을 새며 지휘에 매진한 사령관은 마지막 철충이 쓰러진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실 끊긴 인형처럼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꼬박 하루 뒤, 잠에서 깨어나 알프레드의 편지를 확인한 사령관은 미친듯이 소각장으로 달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뜨겁게 타오르는 용광로만이 그를 맞이할 뿐, 그는 다시는 장난기 가득한 알프레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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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에 AGS들에 대해서 다룬 이야기가 없어서 짧게 써봄.

레딧처럼 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 ㅜ

원레 별 생각 없었는데 친구가 글보고 터미네터이터 2 오마주 같다해서 발퀄로 그림도 하나 그려넣었다..

재미있게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