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나쁜 꿈을 꾸셨나요?
저런, 또 잠자리가 잔뜩 젖어버렸네요.
그녀들이 모두 죽어버린 것은 그냥 끔찍한 악몽일 뿐이에요.
자, 천천히 일어나서 이 차를 조금 드셔보세요.
네, 마음이 조금 편안해 지실거에요.
지휘요? 주인님, 전쟁은 전부 끝났답니다.
그러니까 지휘 콘솔을 켤 필요는 없어요.
콘솔에 띄워지는 붉은 알림 표시는 탈론페더 양이 보낸 쓸모 없는 영상이 도착했다는 것일 거에요.
어제도 그랬는걸요.
더 이상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실 필요도 없어요.
이제 그 회의에서 중요한 안건은 오가지 않는다고 해요,
전쟁이 전부 끝났으니까요.
기껏해야 나오는 이야기라고는, 오늘 저녁 식사 메뉴를 무엇으로 할것인지,
오늘 밤, 주인님의 침실에 찾아갈 바이오로이드가 어떤 부대에서 나와야 하는지,
그냥 뭐 그런 시시한 것들 정도겠죠.
주인님의 뛰어난 지휘관들은 주인님 없이도 그 일들을 훌륭히 해내실 수 있을거에요.
리리스양은 잠시 휴가를 냈다고 해요.
주인님도 아시다시피 리리스 양은 그동안 과할 정도로 많이 일했는걸요.
위협이 되는 것들이 모두 사라진 지금,
그녀가 자매들과 한달 정도 휴가를 간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어머, 24시간 붙어다니던 그녀가 없으니 쓸쓸하신가 보네요.
그렇다면 그녀가 휴가를 가며 선물로 주었던, 이 리리스 모양의 인형이라도 안고 계시겠어요?
실제 리리스 양과 같은 사이즈로 만들어 안는 맛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생김세까지도 리리스양과 거의 같답니다. 정말 잘 만들었지요?
바닐라 양은 지금 오르카호 대 청소를 하느라 바빠요.
다들 쓸고 닦고 광내고… 전쟁이 끝난 기념으로 대청소를 해야한다고 어찌나 보채던지..
그러니 문 밖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건 그냥, 조금 독한 청소약품 냄새일 뿐이에요.
어머! 주인님! 갑자기 그러시면…
제 가슴이 돌처럼 딱딱한건 전쟁이 끝나서에요. 네에? 무슨 상관이냐구요?
아이참, 전쟁이 끝났으니, 전쟁에 쓰이던 무기들은 전부 필요가 없어졌는걸요.
그래서 저 같은 메이드들도 장비를 빌려 입을 수 있게 된 것이죠.
후후, 맞아요. 이건 불가사리양의 외장아머를 빌려입은 것일 뿐이에요.
제 눈에서 붉은 빛이 쏘아지는 것도,
몸 곳곳에서 톱니바퀴 소리가 들리는 것도 모두 비슷한 이유에서랍니다.
보리요? 아아, 보리는 잠시 오르카호 바깥으로 산책을 나갔어요.
바이오로이드라고는 하지만 그 아이의 본질은 개인걸요.
철충이 모두 사라진 지금 오르카 호 바깥의 푸른 초원은 보리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로가 되어 있을거에요.
산책을 좋아하는 아이지만 켈베로스만큼은 아니니 금방 돌아올 거에요.
주인님! 방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답니다.
네네, 물론 전쟁이 끝났으니 위협이 될 것은 없지만 독한 소독약 냄새는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된 주인님의 몸에도 해로울 수 있어요.
또 청소를 하느라 더러워진 몸을 주인님에게 보여주는 것을 싫어할 대원들이 있을거에요.
그러니 대청소가 끝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다들 깨끗한 모습으로 주인님을 만나고 싶어하니까요.
배가 고프시면 여기 소완양이 가지고 온 음식을 조금 드셔보시겠어요?
음식이 차갑고, 날것처럼 질긴 것은 주인님이 주무시는동안 소완양이 식사를 가져와서에요.
주인님의 건강을 생각해 소완양이 열심히 요리해 온 고기이니,
전부 드셔주시면 소완양이 정말 기뻐할 거랍니다.
자, 식사와 함께 이 차를 같이 드셔보시면, 요리의 비린맛이 조금 덜해질 거에요.
어머, 벌써 피곤 하시다구요?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되었으니,
긴장이 풀려 그동안의 피로가 한번에 오는 것일수도 있어요.
오르카호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전쟁은 이미 끝났다니까요?
자아, 수면등을 켜 드릴게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주인님.
전쟁이 끝난줄 알았지만 사실은 아니였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글이야.
레딧 괴담 느낌나게 써봤어.
읽어줘서 고마워 ㅎㅎ
추가) 대회탭에 쓰는거 깜빡해서 옮김 ;